[기자의 눈]김윤배 청주대 총장은 마음을 비워라

 이광형 충북세종 본부장
이광형 충북세종 본부장

(충북세종=뉴스1) 이광형 기자 = 한수 이남의 최고 역사를 자랑하는 사학 청주대학교가 내홍에 휩싸였다. 김윤배 총장의 연임을 둘러싸고 이 대학 교수회가 적극 반대하고 나선데 따른 것이다. 이 대학 교수회가 지난 5일 발표한 정년트랙교수 29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응답자 114명의 90%가 김 총장의 연임을 반대했다. 응답자 중 김 총장 연임에 찬성하는 교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물론 이 설문에 대해 학교측은 “청주대의 정년트랙 전임 교수는 310명으로 교수회가 발표한 자료는 이중 36%인 114명의 교수가 설문조사에 응한 결과”라며 “이는 전체 교수의 의견을 대변할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김 총장에 대한 학내외 여론이 썩 좋지만은 아닌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학원 설립자의 후손으로서 지성의 집단인 '상아탑'을 영리만 추구하는 기업운영 방식으로 학교를 운영해 구성원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고 도덕적, 인격적 측면에서 흠결이 적지 않다는 게 지배적인 여론이다.

최근에 불거진 선친 동상 건립비 모금에서부터 설립자 청암 김원근 선생 묘지 정비, 고 김준철 명예총장 영결식 비용 학교부담 등도 그의 도덕성을 평가하는 잣대가 되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김 명예총장이 전격 사망하는 관계로 상속하지 않은 재산을 둘러싸고 형제간 법정싸움을 벌리는 것도 모양이 좋지 않다.

선친 등으로부터 거액의 재산을 물려받은 김 총장이, 개인이 아닌 사학의 총수로서 적절치 못한 처신임이 분명하다. 김 총장의 이같은 판단은 소통 부재에서 오는 것이라는 게 그를 아는 학내외 인사들의 중론이다. 김 총장을 반대하는 학내세력들도 소통부재에서 오는 독단적 학교운영을 가장 큰 불만으로 지적하고 있다.

교수회 설문조사 또한 응답자 93%가 김 총장의 소통능력이 매우 낮은 것으로 평가했다. 교수회는 “김윤배 총장은 정식 전체교수회를 근 10년간 열지 않았다”며 “학교와 교수의 무 소통이 연임을 반대하는 주된 이유”라고 밝혔다. 김 총장은 또한 교육 전문성(80.7%)과 리더쉽(76.3%), 인사 공정성(64%), 대외교섭능력(59.6%), 조직운영 능력 (63.2%) 등 모등 항목에서 ‘매우 낮음’ 평가를 받았다.

이에대해 학교측은 이번 설문에 참여한 교수들이 전체 교수의 3분의1 가량으로 전체 교수들의 뜻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이성과 지성의 집단이 이처럼 조직적으로 반대를 하는 것은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자칫 김 총장의 4선 연임이 학내 분규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 국내 어느 대학도 4년 임기의 총장을 연거푸 4차례 연임하는 것은 사실상 ‘세습’으로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그것도 매번 연임 때마다 상당수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반발을 무릅쓰고 말이다. 그렇다고 김 총장이 그동안 임기동안 공이 없는 건 아니다. 설립자의 후손으로 주인의식을 갖고 대학의 학력을 높이기 위해 교수들의 연구능력 평가를 강화해 공부하지 않는 교수들에게 채찍을 가하는가 하면 시설투자와 강좌를 늘리고 살림을 알뜰하게 한 것 등은 부인할 수 없는 공적이다.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지만 김 총장 취임으로 편안하고 안정된 직장으로 안주하지 못하는 불편함 때문에 연임을 반대하는 세력이 존재하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어쨌든 김 총장의 임기는 한 달 앞으로 다가왔으며, 많은 구성원들이 연임해 반대하고 있어 그의 결정에 따라 학내문제는 어떻게 돌변할 지 모를 일이다.

김 총장의 입장에서는 한 번 더 연임을 해 대학을 반석 위에 올려 놓으려는 구상이 있을 것인 데 이 자리를 대리인이나 월급쟁이 총장에게 맡기기에는 믿음이 가질 않은 듯하다. 그렇다고 연임을 강행할 경우 교수들의 반발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인지라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닐 게다.

더구나 시점이 대학 신입생 모집을 앞 두고 있다. 그렇다면 김 총장은 이 참에 평소 그를 애워 싼 충성스런 '예스맨'들을 뒤로하고 강직하지만 바른소리를 해 가까이 하지 않았던 학내외 인사들을 만나 객관적인 여론을 들어보고 결정을 하는 것이 솔로몬의 지혜는 아니더라도 평범하지만 가장 정확한 해답일 수 있다.

그런 뒤 총장 연임 문제를 포함해 청석학원 전체에 대한 미래를 구상해 볼 것을 주문한다. 스스로 마음을 비우면 될 것이라고 판단되면 과감히 물러나 살림만을 챙기고 학내구성원들로부터 인격과 덕망을 인정받는 인사를 총장으로 내세우는 것도 현명한 방법일 수 있다.

지금 청주대를 걱정하는 많은 지역인사들은 20여년을 교수들 간 다툼으로 파행으로 몰고갔던 서원학원의 전철를 밟아선 안 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무엇보다 설립자의 후손인 김 총장은 일제 강점기를 거쳐 해방 이후까지 근검 절약의 정신으로 재산을 모아 사학을 건립한 청암 김원근, 석정 김영근 선생의 뜻과 유지를 훼손하면 안 된다.

12khle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