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성길 사고·응급환자에 긴장…추석에도 가족 대신 현장 지키는 119대원

귀성·귀경 차량 몰리며 교통사고 출동 대비…과식·기도폐쇄 신고도
명절 근무 일상 됐지만 가족엔 미안함…"남들이 쉴 때 일하는 아빠가 멋져"

박태하 울산광역시 서울주소방서 언양119안전센터 삼동119지역대 소방교. (소방청 제공)

(서울=뉴스1) 한지명 기자 = 명절 연휴 가족을 만나러 가던 중 교통사고가 나 차량 안에 사람이 고립됐다. 차량이 크게 파손돼 구조가 쉽지 않았지만 출동한 대원들은 역할을 나눠 고립된 사람을 구조한 뒤 병원으로 이송했다.

울산광역시 서울주소방서 구조대 이원민 소방교가 이전 명절 연휴 출동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꼽은 현장이다.

이 소방교는 "가족을 만나러 가는 평범한 길이 한순간에 사고 현장이 될 수 있다는 점이 특히 마음에 남았다"며 "신속하면서도 안전한 구조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느낀 출동이었다"고 말했다.

많은 시민이 이동하고 가족·친척이 한자리에 모이는 추석 연휴는 구조·구급대원들도 평소보다 긴장감을 높이는 시기다.

추석 연휴는 소방당국의 특별경계근무 1호 발령 기준에 해당한다. 특별경계근무 1호가 발령되면 화재취약대상 기동순찰과 행사장 예방순찰, 유관기관 비상연락망 정비 등 평소보다 강화된 대응 태세를 유지한다.

귀성·귀경길 교통사고부터 과식까지…명절이면 더 긴장

입직 후 열 번째 명절을 맞는 이원민 소방교는 이번 추석에도 평소와 다름없이 정상 근무할 예정이다.

그는 소방관이라는 직업을 택한 뒤 명절과 평일을 크게 구분하지 않고 지내왔다고 했다. 다른 사람들이 가족과 시간을 보낼 때 현장을 지키는 것도 자신의 역할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경험이 쌓일수록 명절에 어떤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지 알게 돼 더 긴장하고 준비하게 된다고 했다.

이 소방교는 "개인적으로는 귀성·귀경 차량이 몰리면서 교통사고 출동이 평소보다 많아지는 것을 체감한다"고 말했다. 장거리 운전에 따른 피로와 혼잡한 도로 상황, 서두르는 마음 등이 겹치면서 크고 작은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는 설명이다.

구급대원들은 교통사고뿐 아니라 음식 섭취가 늘면서 발생하는 응급상황에도 대비한다.

울산광역시 서울주소방서 언양119안전센터 삼동119지역대 박태하 소방교는 "경험상 추석 연휴에는 가족 단위 이동으로 인한 교통사고와 음식물 섭취가 늘면서 복통이나 음식물에 의한 기도폐쇄 등의 구급 출동이 평소보다 많아지는 편"이라고 말했다.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소방서 이도119센터 김경덕 소방장도 "명절에는 평소보다 음식 섭취량이 늘면서 과식에 따른 복통이나 음식물에 의한 기도폐쇄 신고 등이 자주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오랜만에 가족과 친척들이 모이면서 음주나 갈등 등으로 구급 출동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박 소방교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명절 출동은 두 살가량 된 아이의 손가락 사고다.

새벽 시간 창틀에 손가락을 크게 다쳤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을 당시 아이는 많이 울고 있었고 부모도 크게 놀란 상태였다. 박 소방교는 아이가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어머니에게 품에 안아 달라고 한 뒤 지혈과 부목 고정 등 응급처치를 하고 병원으로 이송했다.

이송 중 보호자가 아이가 평소 소방차를 무척 좋아한다고 말하자 박 소방교는 "치료 잘 받고 건강해지면 나중에 소방차 보러 놀러 오라"고 했다. 어린 환자였던 만큼 더욱 조심스럽고 긴장됐던 출동으로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김 소방장에게는 2년 전 추석 무렵 홀로 살던 이웃 어르신이 며칠째 보이지 않는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던 일이 남아 있다.

경찰과 함께 현장을 확인했지만 어르신은 이미 숨진 상태였다.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명절에 홀로 생을 마감한 어르신과 뒤늦게 현장을 찾은 가족들을 보며 마음이 무거웠다고 했다.

김 소방장은 당시 출동을 계기로 주변의 홀로 지내는 이웃들에게 조금 더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구급대원으로서의 책임도 다시 돌아보게 됐다고 했다.

이원민 울산광역시 서울주소방서 구조대 소방교. (소방청 제공)
"왜 추석에 할머니 집 안 가"…이젠 "일하는 아빠 멋지다"

명절 근무가 익숙해져도 가족과 충분한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박태하 소방교는 이번 추석 연휴 25일 주간근무와 26일 당번근무를 한다. 2022년 2월 임용돼 올해로 다섯 번째 명절을 맞는다.

소방에 입직하기 전 병원에서 일할 때도 명절 근무를 해 근무 자체는 익숙한 편이다. 다만 결혼 뒤에는 명절에 양가 부모를 모두 찾아뵙고 충분한 시간을 보내기 어렵다는 점이 아쉽다고 했다.

박 소방교는 양가 부모가 늘 "고생이 많다"며 격려하면서도 무엇보다 다치지 말고 안전하게 근무하라고 당부한다고 전했다. 명절에 찾아뵙더라도 오래 함께하지 못하고 일찍 돌아와야 할 때가 많아 죄송한 마음도 있다고 했다.

입직 후 열다섯 번째 명절을 맞는 김경덕 소방장은 연휴 나흘 가운데 추석 전날과 연휴 마지막 날 당번근무를 한다. 15년가량 근무하면서 명절 근무도 일상의 일부처럼 익숙해졌지만 가족과 충분한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데 대한 미안함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했다.

처음 몇 년 동안은 아들이 "아빠는 왜 추석에 같이 할머니 집에 안 가느냐"고 서운해하곤 했다. 이제 초등학생이 된 아들은 "남들이 쉴 때 일하는 아빠가 멋지다"며 먼저 응원한다고 한다.

김 소방장은 "명절마다 제 몫까지 양가 어른들을 챙겨온 아내에게 가장 미안하고 고맙다"며 "이번 연휴가 끝나면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hj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