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멈춰선 남산 곤돌라, 계속되는 60년 독점
- 신건웅 기자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서울 남산의 시간은 이상하게 흐른다. 시민을 위한 공공 곤돌라의 시계는 1년 넘게 멈춰 있는데, 60년 넘게 이어진 민간 케이블카 독점의 시계는 하루하루 연장되고 있다.
남산은 연간 1100만 명이 찾는 서울의 대표 관광지다. 명동에서 정상으로 향하는 대표적인 이동 수단은 남산케이블카다. 주말과 성수기에는 케이블카를 타려고 1~2시간씩 줄을 서는 일도 흔하다.
서울시는 이런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명동에서 남산 정상까지 10인승 캐빈 25대를 운행하는 공공 곤돌라를 추진했다. 그러나 기존 케이블카 운영사가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2024년 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공사가 중단됐다. 최근 항소심에서도 서울시가 패소했다.
소송의 결론은 법원이 내릴 일이다. 하지만 곤돌라 사업이 1년 넘게 제자리걸음을 하는 데는 사법부의 판단만 있는 게 아니다. 정부의 '무결정'도 한몫하고 있다.
사업을 재개할 방법 중 하나는 도시자연공원구역 내 곤돌라 높이 제한을 완화하도록 공원녹지법 시행령을 개정하는 것이다. 새로운 법을 만들거나 국회를 거칠 필요도 없다. 국토교통부는 이미 지난해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하지만 그 후 1년 넘도록 후속 절차는 멈춰 있다.
정부의 시간이 멈춘 사이 남산케이블카의 시간은 계속 흘렀다. 1961년 사업 허가를 받고 이듬해부터 시작된 독점 구조도 그대로다. 물론 민간사업자가 오랫동안 영업했다는 이유만으로 비난받을 이유는 없다. 법에 따라 얻은 권리는 보호받아야 한다.
그러나 민간사업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과 정부가 결정을 미루면서 경쟁 없는 구조를 사실상 계속 유지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지금 따져 물어야 할 대상은 케이블카 사업자가 아니라 결정을 내리지 않는 행정이다.
국토부가 시행령을 개정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면 밝히면 된다. 아예 개정하지 않겠다는 결론을 내려도 된다. 찬성이든 반대든 정부가 책임지고 결정하면 될 일이다.
문제는 입법예고까지 해놓고 1년 넘게 결론을 내리지 않는 것이다. 행정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행정의 지연에도 이익을 보는 쪽이 있고 비용을 치르는 쪽이 있다. '결정하지 않는 것'은 중립이 아니다.
남산에서는 그 결과가 선명하다. 공공 곤돌라는 멈춰 있고 시민의 선택지는 늘어나지 않았다. 경쟁 없는 구조 역시 그대로다. 정부가 결정을 하루 미룰 때마다 60년 독점은 오늘도 하루를 더한다.
k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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