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정자원 화재 겪고도…공공시설 리튬배터리 안전조치 1년째 미완

배터리 분리 조치 56곳 중 49곳 못 끝내…일부는 2031년까지
화재로 소실된 정부문서 백업체계도 구축 중…공주센터도 아직

27일 오전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현장에서 경찰 과학수사대 화재감식 관계자들이 건물 내부로 이동하고 있다. 전산 자원을 통합 관리하는 행정안전부 산하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지난 26일 오후 배터리 교체 작업 중 화재가 발생, 정부 온라인 서비스 70개가 마비됐다. 2025.9.27 ⓒ 뉴스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구진욱 기자 =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센터 화재 이후 정부가 공공 정보시스템 운영시설의 리튬배터리 안전조치에 나섰지만,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최종 확인된 56곳 중 49곳은 화재 발생 1년이 지난 현재까지 조치를 마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시설은 리튬배터리를 별도 공간으로 분리하거나 다른 시설로 이전하는 데 2030~2031년까지 걸릴 예정이다. 당시 화재로 소실된 공무원 업무문서의 원격지 백업은 물론, 대전센터 장애에 대비한 서비스 이중화 체계도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56곳 중 49곳 안전조치 미완…일부는 2031년까지

2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박정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행정안전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월 무정전전원장치(UPS)용 리튬배터리가 전산장비·UPS 등과 분리되지 않은 운영시설 64곳을 파악했다.

현장점검과 증빙자료 검토 등을 거쳐 최종적으로 56곳이 개선 대상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조치를 마친 곳은 7곳에 그쳤고 나머지 49곳은 아직 개선 작업이 끝나지 않았다.

개선 방식은 시설별로 다르다. 리튬배터리를 별도 공간으로 분리하거나 납축전지로 교체하고, 전산시설 자체를 다른 곳으로 이전하거나 배터리실 안의 다른 전기·통신설비를 옮기는 방식이다.

완료까지 수년이 걸리는 곳도 있다. 고양종합운동장은 축전지 분리를 2030년까지 마칠 예정이고, 한국은행 주IT센터도 배터리실 내 다른 전기설비를 옮기는 작업을 2030년까지 진행할 계획이다. 세종소방본부 전산실은 신청사로 이전하는 방식으로 개선하는데 완료 시점이 2031년으로 잡혔다.

지난해 대전센터 화재 역시 전산실에 설치된 UPS용 리튬배터리를 별도 배터리실로 옮기는 작업 중 발생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당시 일부 배터리 랙의 전원이 차단되지 않았고 해체한 케이블도 즉시 절연처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불이 시작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배터리 랙 전원 차단과 케이블 절연처리가 이뤄지지 않은 채 작업한 것을 화재 원인으로 추정·감정했다. 불은 리튬배터리 특성상 쉽게 진압되지 않고 확산됐고, 7-1 전산실이 전소되면서 대전센터에서 관리하던 709개 정보시스템의 서비스가 중단됐다.

관련 기준은 UPS 축전지를 화재·폭발에 대비해 내화벽으로 구분된 별도 공간에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20kWh를 초과하는 리튬배터리를 사용하는 UPS는 별도 전용건물에 설치하거나, 전용건물을 둘 수 없는 경우 다른 전기설비와 분리된 격실에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행안부는 조치가 끝나지 않은 49곳에 대해 개선이 완료될 때까지 이행 상황을 관리하고, 장기간이 필요한 시설에는 더 빠르게 추진할 수 있는 대체 방안을 마련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화재로 날아간 업무문서 백업도 아직…서비스 이중화도 설계 중

리튬배터리 안전조치뿐 아니라 정부 업무문서의 원격지 백업과, 대전센터가 멈춰도 다른 센터에서 서비스를 이어가는 이중화 체계도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당시 대전센터의 공무원 업무용 저장공간인 G드라이브는 전체가 소실됐다. 감사원 감사에서는 실제 문서가 저장된 분산파일 스토리지가 2018년 11월부터 백업 대상에서 제외됐고, 원본과 복제본을 같은 저장장치에 두면서 화재로 문서파일을 복구하지 못한 사실이 확인됐다.

정부는 현재 삼성 브리티웍스와 네이버웍스를 활용한 SaaS형 G드라이브를 대체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데이터를 다른 지역에 별도로 보관하기 위한 원격지 백업 장소 지정과 인프라 구축은 오는 11월 완료할 예정이다. 원본과 백업을 서로 다른 지역에 두는 조치도 같은 시점에 이뤄질 예정이다.

대전센터에 장애가 생기면 공주재해복구센터에서 주민등록·나라장터·119구급 등 주요 서비스를 이어가도록 하는 체계도 아직 실제 구축 전 설계 단계다.

주민등록시스템과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하도급지킴이, 정부디렉터리시스템, 전자문서진본확인시스템, 장기조직혈액통합관리시스템, 119구급스마트시스템, 전략물자관리시스템, 통합보훈시스템 등 10개가 대상이다. 모두 현재 재해복구체계 설계를 진행 중이며, 행안부는 대전과 공주에서 동시에 운영하는 체계로 구축해 2027년 상반기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박 의원은 “화재 발생 1년이 지난 지금, 정부는 실제 재난이 발생했을 때 데이터와 서비스를 지킬 수 있는 체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며 “구축 예정일을 제시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복구와 서비스 전환이 실제로 가능한지 검증해 재해복구체계의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jwowe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