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다시 불나면 또 멈출라…국정자원 복구설계 절반 넘게 내년으로

97개 중 56개 내년으로…정부24·119·모바일신분증도 연내 못 끝내
3031억 편성한 재해복구망도 아직 구축 전…집행액 '0원'

26일 오후 8시20분께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불이 나 소방당국이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불은 5층 전산실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 전산자원을 통합 관리하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로 정부 온라인 서비스 70개가 마비됐다. 2025.9.27 ⓒ 뉴스1 김종서 기자

(서울=뉴스1) 구진욱 기자 =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센터에서 지난해와 같은 대규모 장애가 다시 발생할 경우 정부24에서 주민등록등·초본을 떼지 못하는 등 국민 생활과 직결된 서비스가 또다시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올해 안에 마치겠다고 밝힌 주요 행정정보시스템 97개의 재해복구체계 설계 가운데 절반이 넘는 56개가 내년으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정부24 대민서비스와 119안전신고, 모바일신분증플랫폼 등도 주 시스템이 멈춰도 다른 곳에서 서비스를 이어가기 위한 이중운영체계 설계를 내년 1월에야 마칠 예정이다.

핵심 시스템을 두 곳에서 동시에 운영하고 데이터를 다른 장소에 실시간 복제하기 위한 3000억 원대 재해복구망 구축사업도 아직 시작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24·119도 내년으로…97개 중 56개 연내 설계 못 끝내

2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박정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행정안전부에서 받은 '재해복구(DR) ISP 대상 97개 시스템별 추진현황'을 분석한 결과, 97개 가운데 올해 안에 실제 구축에 앞선 설계를 마칠 예정인 시스템은 41개(42.3%)였다.

나머지 56개(57.7%)는 다음 해로 넘어간다. 52개는 2027년 1월28일, 우체국금융 관련 4개는 2027년 2월 설계를 마칠 예정이다. 지난달 31일 기준 93개는 설계 중이고 4개는 계약 단계다.

내년으로 넘어가는 시스템에는 정부24 대민서비스와 119안전신고, 119다매체신고, 119위치정보, 모바일신분증플랫폼, 간편인증, 행정전자서명인증센터(GPKI), 차세대사회보장정보시스템, 사회서비스 전자바우처 등이 포함됐다.

특히 정부24 대민서비스와 119안전신고, 모바일신분증플랫폼은 중요도가 가장 높은 '국가 핵심(A1)' 시스템으로 분류돼 있다. 세 시스템 모두 두 곳에서 동시에 서비스를 운영하는 방식으로 재해복구체계를 구축할 계획이지만 설계 완료 예정일은 내년 1월28일이다.

앞서 행안부는 지난 6월 대전센터의 A1·A2 등급 정보시스템 97개에 대해 올해 안으로 이중운영체계 또는 대기방식 재해복구시스템 설계 결과를 "차질 없이 도출"하겠다고 밝혔다. 설계 결과를 토대로 올해 하반기부터 실제 재해복구시스템 구축도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행안부는 뉴스1에 관련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업체와 전문인력이 한정돼 있어 97개 시스템을 동시에 발주하지 않고 9차례에 나눠 순차적으로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3000억 재해복구망도 구축 전…집행액 '0원'

설계뿐 아니라 실제 재해복구망 구축도 아직 시작 단계에 들어서지 못했다.

행안부가 제출한 답변서를 분석한 결과, 주 시스템에 장애가 생겨도 다른 곳에서 서비스를 이어갈 수 있도록 이중운영체계를 구축할 핵심 시스템 13개는 현재 설계 중이다. 13개 모두 실제 구축은 '미착수' 상태다. 올해 구축예산으로 편성된 2120억 원도 답변서상 집행액은 아직 없다.

대상은 안전디딤돌과 우편정보시스템, 디브레인, 주민등록시스템,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하도급지킴이, 119구급스마트시스템 등이다. 정부는 지난 6월 이들 13개 시스템의 설계를 진행한 뒤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구축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121개 업무의 데이터를 다른 장소에 실시간으로 복제하는 '스토리지 DR'도 실제 구축 전이다. 행안부 답변서에는 121개 모두 입찰 공고 단계로, 실제 구축은 '미착수'로 기재됐다. 올해 구축예산 911억 원 역시 답변서상 집행액은 없으며 행안부는 10월 계약 후 집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두 사업에 편성된 올해 구축예산만 모두 3031억 원이다. 결국 화재 발생 1년을 맞도록 정부24 등 주요 시스템의 재해복구체계 설계가 내년으로 넘어가는 데다, 실제로 서비스를 넘겨받거나 데이터를 실시간 복제할 재해복구망 구축도 아직 시작되지 않은 셈이다.

박 의원은 "재해복구체계는 사고가 발생한 이후가 아니라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준비돼 있었어야 하는 안전망이다"라며 "설계 완료 시점이 내년으로 넘어가는 시스템 중 정부24, 119안전신고, 모바일신분증플랫폼 등 국민 생활과 직결된 시스템이 포함된 만큼, 정부는 재해복구체계 구축 일정을 보다 면밀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kjwowe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