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자원 화재 1년…709개 멈췄는데 '예비 시스템' 갖춘 건 54개뿐
DR 구축 실제 활용 7개…501개는 11년간 복구훈련 '0회'
정부, 한 곳 멈춰도 서비스 이어가게 '이중운영' 확대
- 구진욱 기자
(서울=뉴스1) 구진욱 기자 =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센터 화재 1년을 앞두고 최근 감사원이 공개한 감사 결과, 당시 대규모 행정전산망 장애는 화재 예방부터 초기 대응, 백업·복구까지 전 과정의 허점이 겹친 결과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26일 오후 8시16분쯤 대전센터에서 불이 나 정부24·우편·금융 등 709개 정보시스템이 영향을 받았다. 주민등록등·초본 등 온라인 증명서 발급이 막히고 우체국 택배·금융과 화장장 예약에 차질이 빚어졌으며, 전체 시스템이 정상화되기까지 95일이 걸렸다. 감사원이 추산한 피해 규모는 3511억 원이다.
24일 감사원에 따르면 화재 당시 대전센터의 709개 정보시스템 가운데 재해복구시스템(DR)이 구축된 시스템은 54개(7.6%)에 그쳤다.
평상시 두 곳에서 시스템을 동시에 운영하다 한쪽에 장애가 나면 다른 쪽에서 서비스를 이어가는 '이중운영' 방식은 한 건도 없었다. 32개는 예비 시스템을 대기시키는 방식, 22개는 데이터를 별도 저장장치에 복제하는 방식이었다. 실제 화재 복구에 DR을 활용한 시스템은 7개뿐이었다.
복구 기준도 미흡했다. 화재 당시 복구목표시간이 설정된 시스템은 709개 중 9개뿐이었다. 최우선 복구가 필요했던 58개 중 12개는 복구에 3주 이상 걸렸고 이 가운데 10개는 4주 이상 소요됐다. 전체 709개 가운데서는 235개(33.1%)의 복구에 4주 이상이 걸렸다.
백업체계에서도 문제가 드러났다. 중앙부처 48곳과 위원회 26곳의 공무원 12만5838명이 사용하던 G드라이브는 실제 문서가 저장된 분산파일 스토리지 26개를 2018년 11월부터 백업 대상에서 제외했다. 원본과 복제본을 같은 저장장치에 둬 화재로 장비가 손상되면서 문서파일도 복구하지 못했다.
709개 시스템과 관련된 백업시설 690개 가운데 237개도 원본 시스템과 같은 전산실에 있었다. 58개 시스템의 953개 구성자원은 백업 데이터를 원격지에 별도로 보관하는 '소산'도 이뤄지지 않았다.
복구훈련 역시 부족했다. 2015~2025년 백업 대상 690개 시스템 가운데 501개(72.6%)는 복구 모의훈련을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
화재 예방과 초기 대응에서도 허점이 확인됐다. 국정자원은 2024년 소방당국의 전산실 화재안전조사를 거부해 실제 불이 난 전산실도 조사를 받지 않았다. 화재 발생 뒤에는 위기경보 '경계'가 발령된 지 3시간38분이 지나서야 입주기관에 경보 사실이 전달되는 등 상황 전파도 지연됐다.
감사원은 행안부에 재해복구시스템 구축·활용 실태와 사전 준비·반복훈련 등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외부 전문가와 관계기관 의견을 거쳐 관련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도록 했다. 공주재해복구센터도 실제 재해복구 거점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활용방안과 이행관리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이에 정부는 화재 이후 한 전산센터가 멈춰도 다른 곳에서 서비스를 이어갈 수 있도록 재해복구체계를 보강하기로 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6월 핵심 정보시스템 13개의 이중운영체계 설계에 착수했다. 디브레인·안전디딤돌·우편정보시스템 등 3개는 민간 클라우드 이전과 함께 이중운영체계를 구축하고, 주민등록시스템·119구급스마트시스템 등 10개는 대전센터와 공주재해복구센터에서 동시에 운영하는 체계를 마련한다.
대전센터 내의 중요도가 높은 A1·A2 등급의 정보시스템 97개에도 재해복구체계를 확대하기로 했다. 시스템별로 이중운영 방식이나 비상시 예비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대기방식 등을 설계해 올해 안에 결과를 도출한다는 계획이다.
데이터를 다른 곳에 실시간으로 복제하기 위한 예산도 마련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박정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의뢰를 받아 국회예산정책처가 행안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정부는 올해 '대전 본원 스토리지 DR 통합구축 사업'에 879억 9200만 원을 편성했다. 한 전산센터가 멈추더라도 데이터를 복구할 수 있도록 다른 곳에 실시간으로 복제하는 사업이다.
정부는 핵심 행정정보시스템부터 두 곳에서 동시에 운영하는 체계를 확대하고, 데이터도 원격지에 실시간으로 복제하는 방식으로 재해복구체계를 단계적으로 보강할 계획이다.
kjwowe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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