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 지휘관 다른 시도로 보낸다…갑질·성비위는 본청 직접 감찰

지역 연고·인맥 따른 온정주의 차단…시도 간 지휘관 인사교류 확대
외부 전문가 감찰 참여·익명제보 전국 확대…매년 조직문화 진단

김재홍 소방청 차장 직무대리가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소방 조직문화 쇄신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세종=뉴스1) 구진욱 기자 = 소방청이 지역 연고와 인맥에 따른 온정주의를 막기 위해 소방 지휘관의 시도 간 인사 교류를 전면 확대한다. 갑질·성 비위 등 중대 비위는 소방청이 직접 감찰하고 노무사·변호사 등 외부 전문가도 조사에 참여시킨다.

소방청은 21일 이 같은 내용의 '소방 조직문화 쇄신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은 △온정주의 차단 △성역 없는 감찰 △신고자 보호와 2차 피해 방지 △상호 존중 문화와 지속적인 조직관리 등 4대 전략과 10개 과제로 구성됐다.

지휘관 시도 간 교류 확대…중대 비위 본청 직접 조사

소방청은 한 지역에서 장기간 근무하며 쌓인 연고와 인맥이 감찰과 징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막기 위해 지휘관의 시도 간 인사 교류를 확대한다.

소방청과 시도 간은 물론 시도 상호 간에도 전보·파견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소방공무원법' 개정안은 지난 1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시도지사의 인사권은 유지하되 전국 단위 인사가 필요하거나 비위 등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 소방청장이 보완적으로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소방준감 승진 후보자에게는 고위공무원단 역량평가를 도입하고 시도 소속 소방공무원에게도 고위직 승진 기회를 주는 통합 선발체계를 마련한다.

감찰도 중앙의 직접 개입을 늘린다. 비위 대상자가 소방령 이상이거나 갑질·성 비위 등 중대한 사안은 소방청이 직접 감찰한다. 시도 자체 감찰로 공정성 확보가 어려운 사건도 시도 소방본부장이 요청하면 소방청이 맡는다.

지난 7월 구성한 중앙 특별감찰단을 통해 다른 지역 감찰 인력이 조사하는 권역별 교차 감찰도 실시한다. 김재홍 소방청 차장 직무대리는 "자기 지역을 자기가 들여다보지 않게 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감찰부서에는 변호사 6명을 배치하고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는 노무사·변호사 등 외부 전문가가 조사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피해자가 요청하면 외부 전문기관 조사 여부를 감찰처분심의회에서 결정하고 성 비위 사건 심의에는 여성위원 참여를 의무화한다. 소방청 감찰관이 시도 징계 양정 심의에 참여해 지역별 징계 수준의 편차도 줄인다.

부조리 겪고도 70% 안팎 '침묵'…익명제보 전국 확대

이번 대책은 지난 7월 실시한 조직문화 진단에서 내부 신고와 감찰 제도에 대한 불신이 확인된 데 따른 것이다.

전국 소방공무원 6만5973명 가운데 1만6111명(24.4%)이 참여한 조사에서 부조리를 겪고도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응답은 사적 이익 요구 69.4%, 부당한 음주문화 72.8%, 비인격적 대우 64.6%였다.

반면 감찰부서 제보 등 공식 절차를 이용한 비율은 유형별로 0.8~3.3%에 그쳤다.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이유로는 인사상 불이익 우려와 문제를 제기해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 등이 꼽혔다.

제보자의 익명성이 지켜질 것이라는 신뢰도는 7점 만점에 3.99점으로 관련 16개 문항 가운데 가장 낮았다. 여성과 재직 6~10년 차 직원은 부조리 경험률은 높고 제도에 대한 신뢰는 낮게 나타났다.

소방청은 이에 외부 전문 익명제보시스템을 운영하지 않는 시도에도 도입을 추진한다. 접속 IP 등 신고자 접속 기록이 남지 않는 방식과 처리 절차를 직원들에게 안내하고, 신고를 이유로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행위는 별도 감찰 대상으로 삼는다.

조사 과정에서는 독립된 조사 공간을 마련하고 참고인의 보안서약서 작성을 의무화한다. 신고 접수부터 사후 관리까지 단계별 '2차 피해 방지 매뉴얼'도 전국에 배포한다.

이번 조직문화 쇄신은 지난해 광주 지역 일선 소방관서에서 발생한 직장 내 괴롭힘 사건 등을 계기로 본격화됐다. 소방청은 지난 6월 관련 감찰라인과 관계자를 직무에서 배제하고 7월에는 26명 규모의 중앙 특별감찰단을 꾸려 전국에서 접수된 제보를 조사하고 있다.

조직문화 매년 진단…개선 안 된 기관 예방감찰

소방청은 조직문화 진단을 연 1회 실시해 올해 결과를 기준으로 기관별 개선 여부를 점검한다. 감찰·제보 관련 부정 응답이 높거나 개선되지 않는 기관은 예방감찰 대상으로 선정한다.

지난 8월 신설한 소방사법권익담당관을 중심으로 성희롱·성폭력 예방 지침을 개정하고 현장에서 지켜야 할 주의·금지 행위를 담은 가이드라인도 마련한다.

부조리 예방 교육은 신임부터 관리자까지 이어지는 방식으로 개편하고 중앙소방학교에는 감찰관 전문교육 과정을 신설한다.

김 차장 직무대리는 "문제를 말하기 어렵고, 말한 다음이 더 걱정되는 구조"라며 "이번 종합대책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는 데 역점을 뒀다"고 말했다.

최용철 소방청장은 "구성원이 불이익을 걱정하지 않고 의견을 제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에서부터 조직문화 쇄신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소방 조직문화 쇄신 종합대책(소방청 제공)

kjwowe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