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피했지만 '176시간' 불씨 그대로…버스 필수공익사업 재점화

동아운수 판결 범위 놓고 해석차…통상시급 기준 또 유예
1월 이틀 파업 첫날 운행률 6.8%…필수공익사업 법안 국회 계류

서울 시내버스 노조의 파업이 철회된 16일 오전 서울역 버스 환승 센터에서 버스들이 오가고 있다. 2026.9.16 ⓒ 뉴스1 최지환 기자

(서울=뉴스1) 구진욱 기자 = 서울 시내버스 노사가 파업 직전 임금협상을 타결했지만 핵심 쟁점인 통상시급 산정 기준 문제는 해결하지 못했다.

올해 1월에 이어 다시 전면 파업 위기를 겪으면서 시내버스의 필수공익사업 지정 논의도 재점화될 전망이다.

16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서울시버스노동조합과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이날 오전 1시 50분쯤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올해 임금을 3.2% 인상하는 내용의 임금·단체협약 조정안에 합의했다. 노조는 오전 4시 첫차부터 예고했던 파업을 철회했다.

다만 최대 쟁점이었던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은 합의에서 빠졌다. 노사는 연말로 예정된 다른 운수회사 통상임금 관련 대법원 판결을 지켜본 뒤 기준시간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결국 파업은 막았지만 갈등의 핵심은 해결하지 못했다.

'176시간 확정' 맞나…동아운수 판결 놓고 해석차

쟁점은 통상시급을 계산할 때 월 통상임금을 몇 시간으로 나눌지다. 같은 통상임금이라도 월 176시간으로 나누면 209시간이나 230시간으로 나눌 때보다 시간당 통상임금이 늘어난다. 이를 기준으로 산정하는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도 함께 증가한다.

노조가 176시간을 주장하는 근거는 동아운수 노동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소송이다.

서울고법은 동아운수 사건에서 통상시급을 계산할 때 월급에서 주휴수당을 제외한 뒤 실제 소정근로시간인 월 176시간을 기준으로 나눠야 한다고 판단했다.

사측은 통상시급을 계산할 때 주휴수당은 월급에서 빼면서도 주휴시간은 근로시간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되면 임금에서는 주휴수당을 빼놓고 이를 나누는 시간은 늘어나 시간당 통상임금이 낮아진다.

법원은 이 같은 계산 방식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이 판결을 모든 서울 시내버스 운수노동자의 통상시급 산정 기준을 '176시간'으로 확정한 판결이라고 볼 수 있는지는 해석의 여지가 있다.

서울시와 사측은 대법원이 직접 판단한 핵심은 연장·야간근로수당 산정 과정에서 실제 근로시간과 노사가 약정한 근로시간 중 '무엇을 적용할지'에 관한 부분으로, 모든 버스 사업장에 176시간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라는 판단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른 지역 버스회사 관련 소송에서는 다른 기준시간을 인정한 판결도 나왔다. 부산 시내버스 관련 소송에서는 항소심이 230시간을 인정하는 등 사업장별 임금협정과 근로형태에 따라 법원 판단이 엇갈리고 있다.

반면 노조는 대법원이 지난 4월 동아운수 사건에서 176시간으로 통상시급을 계산한 원심 판단을 파기사유로 삼지 않은 만큼 해당 부분은 이미 확정됐다는 입장이다.

1월엔 이틀간 버스 멈춰…필수공익사업 지정 다시 수면 위

통상임금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전면 파업을 막을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다시 제기될 전망이다.

서울 시내버스 노조는 지난 1월에도 이틀간 역대 최장 파업을 벌였다. 파업 첫날 서울 시내버스 운행률은 6.8%까지 떨어졌고 이튿날 오전에도 전체 7018대 가운데 562대만 운행해 운행률이 약 8%에 그쳤다.

서울시는 올해 초부터 시내버스를 철도와 도시철도처럼 노동조합법상 필수공익사업에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행 노동조합법상 철도·도시철도·항공운수와 수도·전기·가스, 병원 등은 필수공익사업이지만 시내버스는 포함되지 않는다. 시내버스는 과거 특별·광역시에서 필수공익사업 대상이었지만 관련 규정이 2000년 말까지 적용된 뒤 제외됐다.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되면 노조가 파업하더라도 필수유지업무를 정해 최소한의 운행 기능을 유지해야 한다.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월 준공영제로 운영되는 시내버스를 필수공익사업에 포함하는 내용의 노동조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안은 지난 3월 25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된 뒤 소위원회로 회부된 상태다.

서울시도 올해 교통실 주요 업무계획에 '시내버스 필수공익사업 지정 추진'을 포함했다. 지난 1월 서울을 비롯한 8개 지자체가 관련 의견을 모았고 서울시는 고용노동부에 법 개정을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다.

노동계는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버스노조는 필수공익사업 지정이 헌법상 단체행동권을 지나치게 제한할 수 있다며 준공영제의 구조적 문제와 공영제 전환 논의를 먼저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 시내버스는 운송수입이 표준운송원가에 미치지 못하면 서울시가 부족분을 지원하는 준공영제로 운영된다. 임금 상승에 따른 운송원가 증가는 결국 서울시 재정부담과도 연결되는 구조다.

결국 이번 협상으로 당장의 버스 운행 중단은 막았지만 176시간을 둘러싼 통상임금 기준과 파업 때 최소 운행을 보장할 제도 마련이라는 두 가지 과제는 그대로 남게 됐다.

kjwowe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