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6시간이냐, 230시간이냐"…서울버스 파업 쟁점은 '54시간' 차이
동아운수 대법 판결 놓고 노조 "176시간 확정" vs 서울시 "추가 판단 필요"
부산고법은 230시간 인정…54시간 차이에 임금·재정부담 크게 갈려
- 신건웅 기자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서울 시내버스 파업 위기의 중심에는 '54시간' 차이가 있다.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이 주장하는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은 월 176시간, 서울시와 사측이 근로 형태 등을 고려해 적용할 수 있다고 보는 시간은 최대 230시간이다.
같은 월급을 176시간으로 나누느냐, 230시간으로 나누느냐에 따라 시간당 통상임금이 달라지고 이에 연동되는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도 줄줄이 바뀐다.
문제는 법원의 판단조차 엇갈린다는 점이다. 서울 동아운수 사건 2심에서는 176시간이 인정됐지만, 부산 시내버스 사건에서는 1심이 209시간, 2심이 230시간을 인정했다. 창원에서도 230시간을 인정한 판결이 나왔다.
지난 4월 동아운수 사건을 판단한 대법원 판결에 대해서도 노사가 정반대 해석을 내놓고 있다. 결국 176시간과 230시간 사이 '54시간'을 둘러싼 법리 다툼이 서울 시내버스 파업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셈이다.
먼저 176시간은 서울 시내버스 노조가 주장하는 기준이다. 서울 시내버스 단체협약상 월 기본급은 하루 8시간씩 월 22일을 근무하는 것을 전제로 산정한다. 8시간에 22일을 곱하면 176시간이다.
노조는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 만큼 기존 단체협약에 명시된 176시간으로 나눠 새로운 통상시급을 계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209시간은 통상적인 주 40시간 근로자의 월 통상임금 산정에서 사용되는 기준이다. 주휴시간까지 반영해 월 단위로 환산한 수치다.
230시간은 버스기사 특유의 근무형태와 연결돼 있다. 서울 시내버스 노사는 실제 운행시간을 일일이 측정하는 대신 하루 근무에 대해 9시간을 약정근로시간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를 월 22일에 적용한 198시간에 주휴시간 32시간을 더하면 230시간이 된다.
통상시급 기준이 되는 분모가 작을수록 시간당 통상임금은 늘어난다.
노조가 176시간을 강하게 주장하는 가장 큰 근거는 동아운수 소송이다. 서울 시내버스 회사인 동아운수 근로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소송에서 서울고법은 월 소정근로시간을 176시간으로 보고 통상시급을 계산했다.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한 뒤 주휴수당을 제외한 월 통상임금 총액을 주휴시간이 포함되지 않은 월 소정근로시간으로 나눠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사측은 이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은 지난 4월 30일 원심을 일부 파기해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다만 대법원이 문제 삼은 부분은 176시간 자체가 아니라 연장·야간근로수당을 계산할 때 적용할 근로시간이었다.
문제는 대법원이 176시간을 기준으로 통상시급을 산정한 서울고법의 판단을 어떻게 처리했다고 보느냐다.
노조는 대법원 판결로 176시간이 사실상 확정됐다고 본다. 동아운수 사측이 176시간을 인정한 판단에 불복해 제기한 상고가 기각됐고, 원심 판단에도 잘못이 없다고 본 만큼 176시간 부분은 더 이상 다툴 수 없다는 논리다.
특히 대법원 판결에서 원심의 통상시급 산정이나 단체협약 해석에 잘못이 없다는 취지의 판단이 나온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유재호 서울시버스노조 사무부처장은 "고등법원이 176시간을 기준으로 판단했고 대법원도 통상시급 산정에 관한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봤다"며 "176시간 부분은 확정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서울시와 사측은 대법원이 명시적으로 판단한 핵심 쟁점은 연장·야간근로수당을 실제 근로시간으로 계산할지, 노사가 정한 약정근로시간으로 계산할지였을 뿐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을 176시간으로 일률적으로 적용하라는 취지의 판결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실제 동아운수를 제외한 서울 시내버스 회사들을 상대로 한 통상임금 소송도 별도로 진행되고 있다. 서울시는 이들 소송에서 산정 기준시간에 대한 판단이 추가로 나올 수 있는 만큼 법원 판단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와 사측이 내세우는 또 다른 근거는 부산 판결이다.
부산 시내버스 노동자들이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에서 1심 법원은 209시간을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으로 인정했다. 이후 지난 7월 9일 부산고법은 1심의 209시간보다 더 긴 230시간을 기준으로 인정했다.
버스기사의 임금이 단순히 하루 8시간의 소정근로에 대한 대가가 아니라 노사가 약정한 전체 근로시간에 대한 대가라는 점 등을 고려한 판단이다.
지난해 9월 창원지법 마산지원에서도 버스기사들이 제기한 유사 소송에서 230시간을 인정한 판결이 나왔다.
서울시는 이 같은 판결을 근거로 "동아운수 대법원 판결로 모든 버스기사의 통상임금 기준시간이 176시간으로 확정됐다면 이후 부산에서 230시간을 인정하는 판결이 나오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반면 노조는 부산과 서울은 각각 단체협약과 임금체계가 다른 만큼 부산 판결을 서울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고 맞선다. 서울 버스기사에게 적용되는 단체협약에 기본급 산정시간이 176시간으로 명시돼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176시간과 230시간의 차이는 월 54시간이지만, 그 결과는 수천억 원 규모로 불어난다.
통상임금의 시간당 단가가 올라가면 매달 지급하는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이 함께 오르는 데다 과거 미지급분과 지연이자까지 연동되기 때문이다.
서울시와 사측은 기준시간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176시간을 일괄 적용할 경우 막대한 재정부담이 확정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서울시는 176시간을 기준으로 통상임금을 반영하면 약 16.1%의 임금 상승효과가 발생하고 연간 약 2000억 원의 추가 재정 부담이 생길 것으로 추산한다.
여기에 근무체계와 각종 수당 개편까지 더해질 경우 현재 연간 5000억 원 수준인 버스 준공영제 적자가 1조 원 안팎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결국 노사가 협상으로 산정 기준시간에 대한 간극을 좁히지 못한다면 진행 중인 후속 소송의 판단이 향후 서울 시내버스 임금체계의 기준을 가를 가능성이 크다.
한편 노사는 이날 오후 서울지노위에서 마지막 조정에 나선다. 조정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노조는 16일 첫차부터 전면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keon@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