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버스는 왜 8개월 만에 또 멈추나…'176시간'에 꼬인 통상임금
1월 파업 때 미룬 통상임금 8개월 만에 재폭발…대법 판결 해석도 충돌
노조 "176시간 확정·미지급 임금" vs 서울시 "소송 남아·연 2000억 부담"
- 신건웅 기자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서울 시내버스가 불과 8개월 만에 다시 멈춰 설 위기에 놓였다. 지난 1월 이틀간의 파업으로 출퇴근길 대란을 겪은 뒤 노사가 임금 2.9% 인상에 합의하며 갈등을 봉합했지만, 당시 끝내 풀지 못했던 '통상임금' 문제가 다시 폭발했다.
갈등의 핵심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면서 시간당 임금을 어떤 기준으로 다시 계산할지다. 노조는 월 176시간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서울시와 사측은 230시간 등을 주장하며 관련 소송의 최종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노조안대로 월 176시간을 적용하면 약 16.1%의 임금 상승효과가 나타나지만, 230시간을 적용하면 약 7.8% 수준에 그친다.
갈등의 출발점은 지난해 12월 1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통상임금 판결이다.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서 서울 시내버스 기사들의 시간당 통상임금을 다시 계산해야 하는 문제가 불거졌다.
기본급의 약 600%인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들어가면 총액이 늘어나고, 이를 몇 시간으로 나누느냐에 따라 시간당 임금과 각종 수당이 달라진다.
여기서 '176시간' 문제가 등장한다. 노조는 서울 시내버스 단체협약에 월 기본급 산정시간이 176시간(일 8시간*월 22일)으로 규정돼 있는 만큼 이를 기준으로 통상시급을 다시 계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사측과 서울시는 주휴시간과 노사가 약정한 근로 시간 등을 고려하면 209시간이나 230시간 등 다른 기준이 적용될 여지가 있다고 본다. 특히 서울 시내버스 노사는 하루 근무에 대해 실제 근로 시간과 관계없이 9시간을 약정근로시간으로 인정하고 있는데, 이를 월 22일에 주휴시간을 더하면 230시간이 된다.
분모가 작을수록 시간당 통상임금은 올라간다. 서울시는 176시간을 적용할 경우 통상임금 반영에 따른 전체 임금 상승효과가 약 16.1%에 이르는 반면, 230시간을 적용하면 약 7.8% 수준으로 보고 있다.
이 문제는 올해 1월 파업 때도 최대 쟁점이었다. 시민 불편이 커지면서 협상은 통상임금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채 2025년도 기본급을 2.9% 인상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여기서부터 양측 주장도 엇갈린다. 노조는 당시 동아운수 관련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 그 결과에 따라 통상임금 문제를 정리하기로 했다는 입장이다. 이후 대법원 판결이 나왔는데도 서울시와 사측이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서 다시 파업 상황까지 왔다고 주장한다.
서울시는 "그런 합의는 없었다"고 반박한다. 협상 과정에서 법원 판단에 따르는 방안이 논의된 것은 맞지만, 노조가 176시간 적용을 요구하면서 최종 합의에는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잠복해 있던 갈등은 지난 4월 30일 대법원의 동아운수 사건 판결을 계기로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노조에 따르면 앞선 서울고법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고 월 소정근로시간 176시간을 기준으로 통상시급을 산정하는 판단을 내렸다. 사측이 이에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이 관련 상고를 기각한 만큼 176시간에 관한 고법 판단도 확정됐다는 논리다.
유재호 서울시버스노조 사무부처장은 "고등법원이 176시간을 기준으로 판단했고 대법원도 통상시급 산정에 관한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봤다"며 "176시간 부분은 확정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다르게 해석한다. 대법원이 파기환송한 핵심은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을 계산할 때 실제 근로시간이 아니라 노사가 미리 합의한 '약정 근로 시간'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지, 월 통상임금 산정 기준을 176시간으로 확정한 판결은 아니라는 것이다.
서울시는 근거로 지난 7월 부산고법 판결도 제시한다. 동아운수 대법원 판결 이후 나온 유사 사건에서 230시간을 기준으로 판단한 사례가 있는 만큼 176시간이 대법원 판결로 일률적으로 확정됐다고 볼 수 없다는 주장이다.
여장권 서울시 교통실장은 "176시간이 확정됐다면 이후 법원에서 230시간을 기준으로 한 판결이 나오기 어렵다"며 "현재 관련 소송이 여러 건 진행 중인 만큼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양측이 바라보는 '돈'의 성격도 완전히 다르다. 노조는 통상임금 반영에 따른 임금 증가분을 새로운 임금 인상 요구로 표현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주장한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다시 계산했을 때 이미 지급됐어야 할 연장·야간근로수당이라는 것이다.
노조는 지난해 12월19일 이후 지급되지 않은 임금이 약 2500억 원, 이자가 약 500억 원에 달한다고 자체 추산한다. 하루 약 1억4000만 원씩 이자가 늘고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서울시는 176시간을 기준으로 통상임금을 반영하면 약 16.1%의 임금 상승효과가 발생하고 연간 약 2000억 원의 추가 재정 부담이 생길 것으로 추산한다.
여기에 근무체계와 각종 수당 개편까지 더해질 경우 현재 연간 5000억 원 수준인 버스 준공영제 적자가 1조 원 안팎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결국 이번 파업 위기의 뿌리는 지난 1월 노사가 통상임금 문제를 끝내 해결하지 못한 데 있다. 서울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통상임금 문제뿐 아니라 버스 준공영제의 비용 정산 구조도 손봐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현재 운송비용의 상당 부분을 실제 발생한 비용에 따라 보전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연간 인건비 총액 등에 일정한 한도를 미리 정하는 '사전확정제' 도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여 실장은 "현재 상태로는 재정이 감당하기 어려운 한계 상황에 온 것이 사실"이라며 "과정이 험난하더라도 준공영제 개편은 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노사는 이날 오후 서울지노위에서 마지막 조정에 나선다. 조정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노조는 16일 첫차부터 전면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k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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