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버스 노사, 임금 인상엔 협상 여지…'통상임금 176시간' 평행선(종합)

서울시 "통상임금 176시간 확정 아냐"…12월 추가 판결 주시
노조 "시급 7.85% 인상 고수 안 해"…결렬 땐 16일 첫차 파업

김정환 서울시버스사업조합 이사장과 박점곤 서울시버스노동조합 위원장이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제2차 조정회의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2026.9.15 ⓒ 뉴스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한지명 신건웅 기자 = 서울 시내버스 노사가 16일 첫차부터 예고된 전면 파업을 하루 앞둔 15일 막판 협상에 돌입했다. 임금 인상 폭에서는 협상 여지가 생겼지만,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을 176시간으로 적용할지를 두고는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노조는 시급 7.85% 인상 요구는 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은 대법원판결로 이미 176시간이 확정됐다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반면 서울시와 사측은 해당 기준이 확정된 것은 아니라며 추가 법원 판단이 필요하다고 맞서면서 176시간 문제가 막판 협상의 핵심 쟁점으로 남았다.

서울시 "176시간 확정 아냐…대법 판단은 약정근로시간 문제"

서울시는 이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동아운수 통상임금 사건의 대법원판결로 176시간 적용이 최종 확정됐다는 노조 주장을 반박했다.

여장권 교통실장은 "동아운수 대법원판결에서 결정된 것은 통상임금 단가가 아니라 추가 수당을 실근로시간으로 볼지, 약정시간으로 볼지에 대한 부분"이라며 "176시간을 적용하라는 판결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통상임금 단가 산정 기준시간을 176시간으로 할지 209시간 또는 230시간으로 할지는 다른 운수회사 관련 소송에서도 계속 다퉈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오는 12월 초 예정된 관련 소송 결과 등 추가 법원 판단이 이어지면 통상임금 산정 기준을 둘러싼 논란도 정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노조가 올해 1월 임단협 당시 동아운수 대법원판결이 나오면 결과에 따르기로 했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서도 서울시는 선을 그었다. 여 실장은 "당시 조정안 어디에도 법원 판결이 나오면 그에 따라 합의한다는 내용은 없다"며 "그런 주장은 팩트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반복되는 임금 갈등…서울시, 준공영제 지급구조도 손본다

서울시는 176시간 문제를 포함해 반복되는 임금 갈등과 이에 따른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번 임단협 이후 시내버스 준공영제의 인건비 지급 구조도 손보겠다는 방침이다.

여 실장은 "현재 상태라면 재정이 감당하기 어려운 한계 상황에 온 것도 사실"이라며 "과정이 험난하더라도 준공영제 개편은 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 시내버스 준공영제 적자는 연간 5000억~6000억 원 수준이다. 서울시는 임금 인상률이 1% 오를 때마다 약 140억 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하며, 통상임금과 각종 수당·근무체계에 대한 노조 요구가 모두 반영될 경우 연간 적자가 1조 원 수준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시는 전체 인건비 규모를 미리 정한 뒤 그 범위 안에서 노사가 임금을 협상하는 '사전확정제' 도입 등 준공영제 개편을 추진할 방침이다. 여 실장은 "사전확정제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2024년 준공영제 개편 방안을 발표한 이후 관련 제도 도입을 검토해 왔다.

15일 서울 용산구 서울시버스노조 사무실 앞에 파업 투쟁 지침이 붙여있다. 통상임금 적용과 임금 인상을 놓고 대립 중인 서울 시내버스 노사가 노조의 파업 예고일을 하루 앞둔 이날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다. 노조는 협상 결렬시 16일 첫차부터 파업을 예고했다. ⓒ 뉴스1 박세연 기자
버스노조 "7.85% 조정 가능…176시간은 확정"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은 임금 인상 폭에서는 협상 여지를 열어뒀다.

노조는 시급 7.85% 인상 요구를 고수하지 않고, 다른 지역의 5% 수준 인상 사례와 다음 달 시작되는 내년도 임금교섭까지 고려해 올해 임금 인상 폭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통상임금을 시간급으로 환산할 때 적용하는 기준시간인 176시간은 임금 인상률처럼 노사가 절충할 문제가 아니라 이미 대법원 판결로 정리된 사안이라고 보고 있다.

노조는 동아운수 사건에서 176시간을 기준으로 통상시급을 산정한 고등법원 판단에 대해 대법원이 사측의 상고를 기각한 만큼 해당 부분은 이미 확정됐다고 주장했다.

유 부처장은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대법원에서 판결한 것"이라며 "이 부분은 확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버스노동조합과 사측인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이날 오후 2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2차 조정회의에 들어갔다. 노조는 오후 9시까지 협상 결론을 내겠다는 방침이다.

협상이 끝내 불발되면 노조는 지부위원장 총회를 거쳐 파업 여부를 최종 확정한다. 파업이 확정될 경우 16일 각 노선의 첫차부터 전면 파업에 돌입한다.

서울시는 파업에 대비해 무료 셔틀버스를 최대 1500대 투입하고 지하철을 하루 202회 증편한다. 지하철 막차도 파업 기간 종착역 기준 다음 날 오전 2시까지 연장한다.

hj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