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공원 말고 재건축 풀어달라"…오세훈, 국무회의서 李에 직언(종합)

"미래세대 위해 그러시면 안돼"…"'닥공'에도 원칙 있다"
인허가 감소·실거주 규제 놓고도 직접 문답도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회 을지국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6.8.18 ⓒ 뉴스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미래세대를 위해 그러시면 안 됩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8일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용산공원 아파트 건설에 반대한다는 뜻을 직접 밝혔다. 주택 공급이 필요하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서울의 마지막 대규모 도심 녹지를 허무는 대신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풀어 공급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서울의 주택건설 인허가 감소 원인부터 정비사업 규제, 실거주 요건까지 부동산 현안을 놓고 대통령과 오 시장 간 문답이 이어졌다.

"닥공에도 원칙 있다…용산공원 개발 반대"

18일 서울시에 따르면 오 시장은 이날 국무회의에 참석해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에게 용산공원 주택 건설을 비롯한 서울 부동산 정책에 대한 서울시의 입장을 전달했다.

그는 이날 "아침 보도를 보니 정부가 방침을 정하고 밀고 가시려는 것으로 보이는데, 미래세대를 위해서 그러시면 안 된다"는 취지로 대통령에게 말했다.

또 국토교통부 장관을 만나서도 용산공원은 미래세대에 온전히 돌려줘야 할 국가적 자산이라는 서울시의 입장을 전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린벨트 추가 해제에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과거 서울지역 그린벨트를 해제할 당시 서울시가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원칙을 분명히 밝힌 만큼 추가 해제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오 시장은 이날 국무회의를 마친 후 페이스북에도 "용산공원은 서울 한복판에 마지막으로 남은 대규모 녹지"라며 "서울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소중한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닥공'(닥치고 공급)에도 원칙이 있다"며 "주택은 다른 곳에도 지을 수 있지만 한번 사라진 도심 녹지는 다시 만들기 어렵다"고 했다.

서울 용산구 용산공원 일대 모습. 2026.8.17 ⓒ 뉴스1 이종수 기자
"용산공원 대신 재개발·재건축"…규제 완화 요청

오 시장은 용산공원이나 그린벨트에서 신규 택지를 찾는 대신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풀어 기존 도심에서 공급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날 대통령에게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 완화 △민간 정비사업 용적률 규제 완화 △재개발사업 임대주택 의무비율 현실화 등을 건의했다.

이에 대통령은 관련 사안을 총리와 협의해 보라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 시장은 관련 규제에 대한 재량권을 서울시에 부여해 달라는 뜻도 전달했다. 서울시가 이주와 철거, 입주 시기를 지역별·사업별로 조정하면 특정 시기에 물량이 집중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시장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공급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회 을지국무회의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2026.8.18 ⓒ 뉴스1 허경 기자
李-吳, 인허가·실거주 규제 놓고 문답…"선의의 피해자 우려"

서울의 주택공급 실적을 두고 대통령과 오 시장 사이에 직접 문답도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서울의 주택건설 인허가 실적이 적은 이유를 물었다. 이에 오 시장은 과거 서울에서 다수의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해제되면서 현재 추진할 수 있는 정비사업 물량 자체가 크게 줄어든 후유증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2021년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영향으로 건설자재 가격과 공사비가 급등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의 자금 경색까지 겹치면서 사업 여건이 악화됐다는 점도 전달했다.

현재의 인허가 감소를 최근 몇 년간의 행정 실적만으로 평가하기보다 과거 정비사업 해제에 따른 사업 물량 감소와 공사비 상승 등 누적된 구조적 요인을 함께 봐야 한다는 것이 서울시의 설명이다.

또 정부의 실거주 요건 강화 정책을 놓고도 의견이 오갔다. 오 시장은 "실거주 규제가 실제 현장에서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며 현행 방식의 규제 강화에 반대한다는 서울시 입장을 전달했다.

이에 대통령은 "실제 거주하지 않으면서 투기 목적으로 혜택을 받는 경우까지 보호해야 하느냐"는 취지로 물었고, 오 시장은 "투기 목적 수요와 불가피한 사정으로 실거주하지 못하는 시민을 동일하게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직장이나 가족 문제 등 여러 사정으로 실거주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운 '중간지대의 실수요자'가 존재하는 만큼 이들까지 투기수요로 간주해 일률적으로 규제하면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오 시장은 부동산 세제와 실거주 규제를 포함해 정부 부동산 정책 기조 전반도 재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정책은 국민의 삶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며 "국민의 삶을 정책에 억지로 맞추려는 오만부터 내려놓는 것이 순서"라고 말했다.

ke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