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비 대납' 오세훈 항소심, 21일 시작…명태균 진술 다시 시험대
명태균 진술 일부 과장·불일치 인정에도 신빙성 인정…2심서 재검증
대법원 판례는 핵심 진술 신빙성 문제 삼아 유죄 판단 파기
- 신건웅 기자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으로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항소심이 오는 21일 시작된다. 1심에서 벌금 1000만 원을 선고받은 오 시장으로서는 항소심에서 벌금형을 100만 원 미만으로 낮추거나, 무죄 판단을 받아내야 시장직을 유지할 수 있다.
항소심의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는 정치 브로커인 명태균 씨 진술의 신빙성과 이를 뒷받침하는 객관적 증거가 충분한지 여부다.
18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오 시장 측은 1심 판결이 직접적·객관적 증거보다 여러 정황과 명 씨의 진술 등을 종합해 유죄를 인정했다는 점을 항소심에서 집중적으로 다툴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22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 시장에게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하고 2100만 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명 씨가 제공한 여론조사 10건 가운데 5건에 대해 오 시장 측이 조사에 관여하고 후원자인 김한정 씨가 비용을 지급한 것으로 판단했다.
오 시장 측은 1심 판결이 직접적인 물증보다 정황을 연결한 추론에 상당 부분 기대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항소이유서에도 "여론조사 의뢰와 비용 대납 요청에 관한 직접증거는 명태균의 진술이 유일하다"며 명 씨 진술의 신빙성을 정면으로 문제 삼았다.
법조계 일각에서도 명 씨 진술에 일관되지 않거나 객관적 사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는 만큼, 항소심에서 진술의 신빙성과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를 다시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보인다', '판단된다', '자연스럽다', '가능성이 있다' 등의 표현을 사용해 여러 정황을 연결해 사실관계를 판단했다. 명 씨 진술 중 일부에 과장되거나 객관적 사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보면서도 다른 증거나 정황에 부합하는 진술은 신빙성이 있다고 본 셈이다.
항소심에서는 1심 재판부가 명 씨 진술 가운데 일부는 신빙성을 낮게 보면서도 다른 부분은 유죄 판단의 근거로 받아들인 것이 적절했는지 따져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빙성을 인정한 진술을 뒷받침할 객관적 증거나 정황이 충분한지, 1심이 인정한 '정황과 진술의 연결고리'가 항소심에서도 유지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핵심 진술의 신빙성을 엄격하게 따져 하급심의 유죄 판단을 뒤집은 다른 대법원 판례도 있다.
2009년 '현대차 로비 사건'으로 기소된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사건이 대표적이다. 1심은 금품을 건넸다는 인물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은 이를 뒤집고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금품 공여자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판단해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박지원 의원의 저축은행 금품수수 사건에서도 비슷한 판단이 나왔다. 2심은 금품을 건넸다는 오문철 전 보해저축은행 대표의 진술을 받아들여 일부 유죄를 선고했지만, 대법원은 2016년 진술의 합리성과 객관적 상당성, 전후 사정 등을 따져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물론 이들 사건과 오 시장 사건은 혐의와 사실관계가 달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 다만 사건 관계자의 진술이 유죄 판단의 주요 근거가 되는 경우, 법원이 진술 신빙성과 이를 뒷받침하는 정황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참고할 만하다.
결국 항소심에서는 1심이 인정한 여러 정황과 증거가 명 씨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할 만한지, 명 씨 진술의 일관성과 객관적 합리성을 어느 수준까지 인정할지가 오 시장의 시장직을 가를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편 오 시장 사건에는 특검법상 '6·3·3 신속재판' 규정이 적용된다. 1심은 기소 후 6개월, 항소심과 상고심은 각각 직전 판결 선고일부터 3개월 안에 선고해야 한다.
규정대로 재판이 진행되면 항소심 판단은 올해 10월 전후, 대법원의 최종 판단은 내년 1월 전후 나올 수 있다.
k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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