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교 붕괴 후 '조사 사각지대' 없앤다…서울시, 부상 9명 이하 사고도 직접 조사

전문가 100명 미리 확보…사고별 12명 이내 조사위 구성
교량·터널·건축물 등 1~3종 공공·민간시설 조사 대상

경찰 과학수사대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관계자들이 7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 정자교 붕괴사고 현장에서 합동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2023.4.7 ⓒ 뉴스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한지명 기자 = 서울시가 부상자 5명 이상 9명 이하의 시설물 사고를 직접 조사하는 체계를 마련한다.

2023년 성남 정자교 붕괴 사고를 계기로 정부가 시설물 사고 조사 대상을 확대하면서 지방자치단체도 일정 규모의 사고 원인을 직접 규명할 수 있게 된 데 따른 것이다. 대형 인명피해 사고에 미치지 않더라도 전문적인 원인 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자체 조사체계를 구체화한다.

24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서울특별시 시설물사고조사위원회 운영규칙'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규칙 제정은 지난해 12월 시설물안전법 시행령 개정에 따른 후속 절차다.

정부는 2023년 성남 정자교 붕괴 사고 이후 시설물 사고 조사 범위를 넓히고 피해 규모에 따라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조사 역할을 구분했다.

개정 시행령에 따라 사망자나 실종자가 1명 이상 발생하거나 부상자가 10명 이상인 시설물 사고는 국토교통부 중앙시설물사고조사위원회가 조사한다.

부상자가 5명 이상 9명 이하인 사고는 시설물관리계획을 보고받는 중앙행정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가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 조사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시는 이에 맞춰 자체 조사위원회의 구성 기준과 조사 절차, 운영 방식 등을 규칙으로 정한다.

기존에도 사고가 발생하면 재난 관련 일반 법령에 따라 전문가 조사위원회를 꾸려 원인을 조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시설물 사고에 특화해 어떤 분야의 전문가를 참여시킬지, 어떤 절차에 따라 얼마 동안 조사할지 등을 정한 세부 운영기준은 없었다.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조사에 필요한 전문가와 운영 절차를 정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시설물 사고에 특화한 기준에 따라 조사위원회를 보다 체계적으로 구성할 수 있게 된다.

서울시는 새 규칙에 따라 토목·건축·구조·안전 등 분야별 전문가 100명 이내로 위원단을 미리 구성할 계획이다.

사고가 발생하면 위원단 가운데 해당 시설과 사고 유형에 적합한 전문가를 선정해 위원장 1명을 포함한 12명 이내의 시설물사고조사위원회를 꾸린다.

교량 사고가 발생하면 교량과 구조 분야 전문가를 중심으로 조사위를 구성하는 식이다. 사고가 난 시설의 종류와 원인 규명에 필요한 전문 분야에 따라 위원을 선정한다.

상설로 운영되는 것은 전문가 위원단이며, 실제 조사위원회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고별로 구성된다.

조사위는 사고 현장의 위험 요소를 확인하고 현장을 보존하는 초기조사를 진행한다. 이후 조사계획을 수립해 현장조사와 사고 원인 분석을 벌이고, 조사 결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한다.

재난 현장에서 인명 구조와 사고 수습을 지휘하는 조직과는 역할이 다르다. 조사위는 사고와 관련된 법적 처벌을 결정하는 기구가 아니라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같은 유형의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역할을 맡는다.

부상자가 5명 이상 9명 이하인 사고가 발생했다고 조사위가 반드시 구성되는 것은 아니다. 사고 내용과 피해 상황 등을 고려해 서울시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조사위를 꾸린다.

피해 인원 기준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시장이 별도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시설물 사고는 조사 대상에 포함할 수 있다.

조사 대상은 시설물안전법상 1·2·3종 시설물이다. 일정 규모 이상의 교량과 터널, 옹벽·절토사면, 건축물 등이 포함된다.

시설물 종류별로 길이와 연면적, 층수, 하중 등 법정 기준이 달라 같은 교량이나 건축물이라도 규모에 따라 시설물안전법 적용 여부가 갈린다.

서울시와 자치구가 소유·관리하는 공공시설뿐 아니라 시설물안전법의 적용을 받는 민간시설도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 민간 건축물 중에는 16층 이상 공동주택과 16층 이상 또는 연면적 3만㎡ 이상인 건축물 등이 포함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존에도 사고가 발생하면 전문가 조사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었지만, 시설물 사고에 특화한 세부 운영기준은 없었다"며 "이번 규칙으로 참여 전문가와 조사 절차 등을 체계적으로 마련해 사고가 발생했을 때 조사위원회를 신속하게 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8월 규제심사와 부패·갈등·성별영향평가를 거쳐 20일간 입법예고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어 9월 법제심사와 조례·규칙심의회를 거쳐 10월 규칙을 공포하고, 전문가 위원단을 구성해 연내 조사체계를 가동할 계획이다.

hj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