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3·야간경제' 시험대 오른 오세훈…15년 전엔 사퇴 뒤 사업 제동
시장직 유지하며 상급심…민선 9기 핵심 사업 예정대로 추진할지
2011년 주민투표 무산 뒤 사퇴…박원순 취임 후 한강예술섬 등 유보
- 구진욱 기자
(서울=뉴스1) 구진욱 기자 = '여론조사비 대납' 혐의로 1심에서 시장직 상실형을 선고받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항소 방침을 밝히면서 민선 9기 대표 정책인 'G3 서울플랜'과 '야간경제 활성화'의 추진력도 시험대에 올랐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조형우)는 전날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 시장에게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하고 2100만 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오 시장의 후원자로 알려진 사업가 김한정 씨가 대납한 여론조사 비용 가운데 2100만 원을 정치자금으로 인정했다. 오 시장이 김 씨와 공모해 대납 범행에 기여했다고 판단했다.
오 시장은 1심에서 시장직 상실에 해당하는 형을 선고받았지만 당장 직을 잃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에서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이 확정될 때까지 시장직을 유지한다.
오 시장은 선고 직후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정말 죄송하다"면서도 "직접증거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추론을 통해 명태균의 진술이 맞는다는 전제 아래 선고가 이뤄졌다"며 항소심에서 다투겠다고 밝혔다.
선고 이후 열린 간부회의에서는 시정의 연속성과 내부 결속을 강조했다.
오 시장은 "개인적인 재판으로 직원 여러분께 걱정을 끼쳐드리게 된 점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1심 판결은 사실관계와 법리 판단에 있어 중대한 오류가 있으며 상급심에서 바로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정은 어떠한 경우에도 흔들림 없이 운영돼야 한다"며 "직원들도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업무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저 역시 시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흔들림 없이 책임 있는 자세로 시정을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대법원 확정판결 전까지 시장직과 인사권, 예산 편성권을 유지하며 시정을 직접 지휘한다. 1심 판결만으로 정책이 중단되는 것은 아니지만 시장직 상실 가능성을 안고 예산과 조례, 자치구·민간 협력이 필요한 신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점은 부담이다.
첫 시험대는 오는 9월 발표를 앞둔 'G3 서울플랜'이다. 'G3'는 특정 국가 협의체가 아니라 서울을 '글로벌 톱3 도시'로 끌어올리겠다는 의미다.
일본 모리기념재단의 '2025 세계도시 종합경쟁력지수'(GPCI)에서는 영국 런던이 1위, 일본 도쿄가 2위, 미국 뉴욕이 3위에 올랐다. 서울은 프랑스 파리와 싱가포르에 이어 6위를 기록했다. 서울시는 런던·도쿄·뉴욕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도시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G3 서울플랜에 담을 예정이다.
G3 서울플랜은 향후 4년간 서울시정의 전략목표와 핵심 사업, 실행 일정을 담는 민선 9기 최상위 로드맵이다. 주거와 교통, 미래경제, 청년, 균형발전 등 분야별 정책을 민선 9기의 구체적인 사업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계획 수립을 맡은 'G3 서울 기획위원회'에는 전문가와 청년 등 민간위원 약 95명이 참여한다. 건강활력·주거안정·교통혁신·미래경제·동행성장·글로벌매력·안전환경 등 7개 분야별 분과와 비전총괄·청년·균형발전 등 3개 특별분과가 가동되고 있다.
서울시는 민생·주거·교통·돌봄·안전 등 시민 체감도가 높고 조기 성과를 낼 수 있는 사업을 '압도적 완성 프로젝트'로 선정해 G3 서울플랜과 함께 공개할 방침이다.
오 시장의 사법 리스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위원회의 제안을 실제 예산과 조례, 부서별 사업으로 연결하고 핵심 사업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과정이 시정 리더십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오 시장이 민선 9기 첫 정례간부회의의 핵심 의제로 제시한 '야간경제 활성화'도 대표적인 시장 주도 사업이다.
서울시는 도심 상권을 야간경제 거점으로 육성하는 '야간경제 상생특구'를 지정해 규제 완화와 재정 지원을 묶은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이다. 문화·관광·상권·교통 정책을 연결해 서울의 밤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보행 안전이 확보된 지역에는 합법적인 도로 점용과 옥외 영업이 가능한 '서울 달빛야장'을 조성한다. 올해 5곳에서 시범 운영한 뒤 2028년까지 25곳으로 확대하고 문화시설 야간 개방과 심야 교통 확충도 병행할 예정이다.
야간경제 사업은 서울시 여러 부서뿐 아니라 자치구의 조례 개정, 상인과 주민 간 상생협약이 필요하다. 소음과 보행 안전, 영업시간 등을 둘러싼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하는 만큼 시장의 정치적 설득력과 조정 능력이 사업 속도를 좌우할 수 있다.
서울시 안팎에서는 1심 판결만으로 G3 서울플랜이나 야간경제 사업에 즉각적인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오 시장도 간부회의를 통해 예정된 시정 과제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다만 상급심에서도 시장직 상실형이 유지될 경우 장기 사업이나 대규모 신규 투자에 대한 공직사회의 의사결정이 신중해질 가능성이 있다. 예산과 조례를 심사하는 서울시의회, 사업을 함께 수행할 자치구와 민간을 설득하는 과정에서도 판결 문제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오 시장이 시장직을 유지한 채 상급심에 나서는 이번 상황은 무상급식 주민투표 무산 직후 스스로 물러났던 2011년과 차이가 있다.
당시 재선 서울시장이었던 오 시장은 전면 무상급식에 반대하며 소득에 따라 지원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주민투표에 부쳤다.
오 시장은 투표를 사흘 앞둔 2011년 8월21일 시장직을 걸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같은 달 24일 투표율이 개표 기준인 33.3%에 못 미치는 25.7%에 그치자 이틀 뒤 사퇴했다.
이후 권영규 당시 행정1부시장이 시장 권한대행을 맡았다. 권 대행은 서해뱃길과 한강예술섬 등 기존 사업을 유지하며 행정 공백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했다.
본격적인 정책 전환은 같은 해 10월26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하면서 시작됐다.
오 시장이 추진한 대규모 개발사업도 제동이 걸렸다. 박 전 시장 취임 뒤 마련된 2012년도 예산안에서 총사업비 6735억 원 규모의 한강예술섬은 유보됐고, 1757억 원 규모의 서해뱃길 사업에는 예산이 반영되지 않았다.
동부간선도로 지하화와 강변북로 확장도 유보 대상에 포함됐다. 반면 공사가 상당 부분 진행된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등은 사업을 이어가되 일정과 운영 계획을 조정했다.
2011년에는 오 시장의 사퇴와 보궐선거가 시장 교체로 이어지면서 시정의 정책 우선순위도 단기간에 바뀌었다. 이번에는 오 시장 본인이 시정을 계속 지휘한다는 점에서 즉각적인 정책 단절 가능성은 작다.
결국 이번 사안의 관건은 2011년과 같은 당장의 정책 전환이 아니라, 오 시장이 사법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G3 서울플랜과 야간경제 등 민선 9기 핵심 사업을 예정대로 구체화하고 실행할 수 있느냐에 있다.
kjwowe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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