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 신군부, '탁 치니 억' 박처원…잘못된 정부포상 198건 취소(종합)

'정승화 체포' 가담자, 5·18 진압 소준열…46년 만에 훈장 박탈
이근안·박처원 등 국가폭력 관련자까지 '거짓 공적' 167명 대상

고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을 비롯한 민주화 인사들에 대한 수사를 맡아 '고문기술자'로 이름을 날린 이근안 전 경감이 14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연회장에서 열린 자신의 자서전 '고문기술자 이근안의 고백' 출판기념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씨는 최근 자신을 소재로 한 영화 '남영동 1985'에서 묘사된 고문행위가 과장됐다고 주장하며, 과오에 대해 반성이나 사과를 하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2012.12.14 ⓒ 뉴스1

(서울=뉴스1) 구진욱 기자 = 12·12 군사반란 당시 정승화 육군참모총장 강제 연행과 신군부의 권력 장악에 가담한 인사들의 무공훈장이 46년 만에 취소됐다.

'고문기술자' 이근안 전 경감과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축소·은폐에 관여한 박처원 전 치안감·강민창 전 치안본부장 등 국가폭력 관련자들의 정부포상도 함께 박탈됐다.

행정안전부와 국방부, 경찰청은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합동브리핑을 열고 이날 국무회의에서 반헌법적 행위와 간첩조작 사건 등에 연루된 167명의 정부포상 198점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취소된 포상은 12·12 군사반란과 5·18 민주화운동 진압, 계엄업무 관련자 76명이 받은 무공 훈·포장 76점과 간첩조작 등 국가폭력 관련자 91명이 받은 훈·포장과 대통령·국무총리표창 122점이다.

정승화 강제연행 가담자·'쿠데타 기념사진' 인사 포함

국방부 소관 취소 대상에는 정 총장 체포 작전을 주도한 우경윤 준장과 최석립 대령 등이 포함됐다.

우 준장은 당시 육군 범죄수사단장으로 정 총장 강제 연행을 시도하다 총상을 입었고, 군사반란 성공 뒤 '국가안전보장 유공' 명목으로 을지무공훈장을 받았다.

최 대령도 33헌병대장으로 병력 60여명을 이끌고 정 총장 공관을 장악해 체포와 불법 구금에 가담했다.

정 총장 연행조와 수습조로 작전에 참여한 한길성·김대균 소령, 김덕수·신동기·양일근 준위, 박원철 상사 등의 충무무공훈장도 취소됐다.

조홍 전 수도경비사령부 헌병단장과 하나회 창립 멤버인 백운택의 충무무공훈장도 박탈됐다. 조홍과 최석립, 백운택은 군사반란 성공 뒤 전두환 등과 보안사령부 앞에서 이른바 '쿠데타 기념사진'을 촬영한 인물들이다.

5·18 당시 전투병과교육사령관으로 광주 진압 작전을 지휘한 소준열 중장도 취소 대상에 포함됐다.

국방부는 국가안전보장 유공자 42명과 계엄업무 유공자 34명 등 76명에게서 '거짓 공적'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전투에 준하는 직무 수행이나 국토방위 공적이 없었고, 계엄업무 역시 신군부의 불법 권력 장악과 내란에 조력한 행위라는 판단이다.

박처원·강민창 각 4점, 이근안 1점 취소

경찰청 소관 취소 대상에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관련자인 박처원·강민창·홍승상과 김근태 고문 사건 관련자인 이근안·백남은·김수현·윤재호 등이 포함됐다.

박 전 치안감은 남영동 대공분실을 지휘하며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의 축소·은폐에 관여한 인물이다. 이번에 박 전 치안감과 강 전 치안본부장이 받은 포상은 각각 4점씩 취소됐다.

이 전 경감은 김 전 장관 등 민주화운동 인사들에게 전기고문과 물고문을 가해 '고문기술자'로 불렸다. 이번에 남아 있던 포상 1점이 추가로 취소됐다.

경찰청은 경찰 창설 이후 수여된 정부포상 약 10만점을 전수조사해 남민전 사건 29점과 서울대 무림사건 3점, 삼척 고정간첩단 사건 2점, 함주명 간첩사건·기사연 사건 각 1점 등 총 36점을 취소했다.

현재 5·18 민주화운동 진압과 삼청교육 등 반헌법적 행위 관련자 173명이 받은 포상 173점도 추가 검토하고 있다.

국정원, 간첩조작 등 19개 사건 86점 취소

국가정보원은 중앙정보부와 국가안전기획부가 수사한 사건 가운데 재심에서 무죄가 확정된 17개 사건과 진화위·국정원 진실위가 인권침해를 지적한 2개 사건 등 총 19개 사건을 조사했다.

국정원은 불법구금과 수사절차 위반, 인권침해가 확인된 관련자 71명의 훈·포장과 대통령·국무총리표창 86점의 취소를 요청했다.

정부는 취소 대상자에게 사전통지와 의견 제출 기회를 부여한 뒤 기관별 공적심사위원회 심의를 거쳤다.

김영수 행안부 의정관은 "반헌법적 행위와 간첩조작 사건 등 국가폭력 사건 관련자가 받은 정부포상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며 "앞으로도 부적절한 공적으로 받은 정부포상을 지속해서 발굴하고 취소하겠다"고 말했다.

kjwowe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