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 결재는 재건축·민생'…서울 구청장들 민선9기 본격 시작
정비사업 전담기구·인가부터 일자리·교육·주민자치까지
취임식 줄이고 현장으로…버스 차고지·빗물펌프장 찾기도
- 구진욱 기자
(서울=뉴스1) 구진욱 기자 = 서울 25개 자치구가 민선9기 구정 운영에 들어가면서 구청장들이 핵심 공약 실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
2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 임기를 시작한 서울 구청장 상당수는 재건축·재개발, 일자리, 교육, 주민참여, 안전 등 선거 과정에서 강조한 지역 현안을 민선9기 첫 과제로 전면에 배치했다.
가장 두드러진 흐름은 정비사업이다. 노후 주거지 정비 수요가 큰 자치구들은 취임 첫날부터 구청장 직속 전담기구를 설치하거나 장기간 지연된 재건축 인허가를 처리하며 '속도전'을 예고했다.
김경대 용산구청장은 첫 결재로 '거침없는 용산개발과 안전 강화를 위한 전담기구 신설'을 택했다. 용산개발신속추진단과 안전재난관리단을 우선 임시기구로 운영한 뒤 조례 개정과 조직개편을 거쳐 정식 조직으로 편성한다는 구상이다.
김경호 광진구청장도 민선9기 첫 결재로 '속도감 있는 명품주거단지 완성을 위한 주거정비사업 추진계획'에 서명했다. 광진구는 2030년까지 23개 사업장, 약 1만 9000세대 착공과 11개 사업장, 약 3000세대 준공을 목표로 내걸었다. 구청장이 현장을 찾는 간담회를 정례화하고 정비사업 자문지원단을 통해 갈등 조정에도 나선다.
유보화 성동구청장은 '재개발·재건축 신속관리추진단 설치'를 1호 결재로 처리했다. 추진단은 정비사업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 사업장별 맞춤형 컨설팅과 주민 갈등 조정 등을 지원한다. 성동구는 기존 주거정비과를 정비사업신속추진과로 바꾸고 4개 팀 체계를 6개 팀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동작구도 정비사업을 첫 결재에 올렸다. 류삼영 동작구청장은 '재개발·재건축 등 사업 촉진 방안'을 1호로 결재하고 구청장 직속 정비사업촉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동작구에는 재개발·재건축 등 90여 개 정비사업이 진행 중이다. 구는 갈등조정분과와 공공기여분과를 두고, 정비사업 열린 상담실도 마련할 계획이다.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권 자치구도 정비사업을 전면에 내세웠다. 김현기 강남구청장은 구청장 직속 '강남 재건축 신속화합 TF' 설치를 핵심 과제로 추진한다. 법정처리기간 360일로 규정된 주요 인허가 절차를 238일 안에 처리하겠다는 목표다.
전성수 서초구청장은 당선 직후 '찾아가는 재건축 신속 지원단' 운영계획을 1호로 결재했다. 지원단은 재건축 관련 인허가와 지원 업무를 구청장 직속으로 통합해 운영하는 조직이다. 서초구는 지역 내 재건축 정비사업 79곳 중 현안이나 민원이 발생한 사업장을 구청장이 직접 찾아가 해법을 논의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송파구는 장기간 표류한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인가를 1호 결재로 처리했다. 서강석 송파구청장은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사업시행계획인가'와 '서민생활 지원을 위한 주차단속 완화계획'을 각각 1·2호 결재로 선택했다. 잠실5단지는 2003년 사업 추진 이후 정비계획 수립과 설계 공모 등에서 난항을 겪어온 대형 정비사업지다.
정비사업 외에 일자리와 교육, 주민참여를 앞세운 자치구도 있다. 유찬종 종로구청장은 1호 결재로 '종로형 일자리·상권 상생 추진계획'을 승인했다. 종로구는 정부와 서울시, 구, 민간이 함께 630억 원 규모 재원을 마련해 올해 8000명 고용을 목표로 한다. 돌봄서비스, 환경·안전 관리, 공공시설 관리, 관광·문화, 공공행정, 지역 특화·민관 협력 등 6대 분야 일자리를 확대한다.
류경기 중랑구청장은 '서울특별시 중랑구 교육공동체 활성화 지원 조례' 제정을 첫 공식 결재로 추진했다. 중랑구는 2018년 38억 원이었던 교육경비보조금을 올해 160억 원으로 늘리고 방정환교육지원센터 2곳을 조성해왔다. 민선9기에는 교육취약계층 지원, 심리·정서 지원, 진로·진학, 미래역량 교육 등을 확대할 방침이다.
최기찬 금천구청장은 주거지 인근 데이터센터 건립 문제를 1호 결재로 다뤘다. 금천구는 '데이터센터 주민참여형 검토체계 구축 및 제도개선'을 도입하고 부구청장 직속 데이터센터 전담 TF를 신설한다. 건축허가 접수 때 대지경계 기준 반경 200m 이내 주민 과반수 동의서와 자체 체크리스트 제출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박운기 서대문구청장은 1호 결재로 '주민자치회 활성화 추진계획'을 처리했다. 서대문구는 올해 하반기 중 14개 모든 동에 주민자치회를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주민자치회 복원을 통해 동 단위 풀뿌리 자치와 주민 참여를 구정 운영의 한 축으로 삼겠다는 취지다.
조유진 영등포구청장은 민선9기 비전으로 '천하제일 영등포'를 선포하고 첫 결재로 '영등포 헌법도시 선언'을 추진했다. 영등포구는 민주주의, 도시정비, 창업특구, 경제활력, 문화중심, 교육혁신, 국제도시, 복지행정 등 8대 분야 32개 핵심 공약을 추진한다.
진교훈 서울 강서구청장은 제1호 결재로 '구민주권행정 실현을 위한 기본계획'에 서명했다. 기본계획은 구민 누구나 정책 전 과정에 참여하고 실질적인 결정권을 행사하는 '구민 참여형 협치 행정' 구축을 목표로 한다. 단순한 제도 도입을 넘어 행정 혁신을 통해 구민이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변화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취임식 대신 현장 행보를 택한 구청장들도 눈에 띈다. 김동욱 도봉구청장은 오전 6시 도봉산공영차고지에서 출근길 버스에 올라 주민들과 이동하며 첫 일정을 시작했다. 이후 쌍문역 인근 환경공무관 간담회, 재난안전상황실과 CCTV통합관제센터 점검, 산사태 예방사업 현장 방문을 이어갔다.
유동균 마포구청장도 민선9기 첫 현장 일정으로 망원유수지와 망원1빗물펌프장을 찾았다. 집중호우 대비 비상체계와 수방시설 운영 상황을 점검하며 예방 중심의 안전관리를 주문했다. 양천구는 별도 취임식 없이 직원 조례로 민선9기를 시작하고 구청장 직속 지하철추진단과 민원소통실을 운영하기로 했다.
민선9기 첫날 구청장들의 선택은 지역별 현안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강남권과 한강변, 노후 주거지가 많은 자치구는 정비사업과 개발을 앞세웠고, 도심·서남권 자치구는 일자리와 상권 회복, 데이터센터 갈등, 주민자치 복원 등을 전면에 배치했다.
다만 공약 실행까지는 서울시와 중앙정부, 의회와의 협력이 관건이다. 재건축·재개발은 서울시 도시계획과 인허가 절차가 맞물려 있고, 교통·개발 사업은 중앙정부 예산과 민간투자 유치가 필요하다. 민선9기 첫 결재가 실제 성과로 이어질지는 각 구청장의 추진력과 조정 능력에 달릴 전망이다.
kjwowe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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