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버티다 무너진 서소문고가…상처로 남은 '서울 성장의 흔적'

1966년 개통 후 서울 서부 도심 교통축 역할
아현·홍제고가 철거 속 살아남았지만 마지막은 붕괴

서소문고가차도 개통 당시 모습 ⓒ서울기록원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서울 도심 한복판을 60년 가까이 버텨온 서소문고가차도가 철거 과정에서 무너져 내렸다.

산업화와 도시 팽창의 상징이었던 고가도로는 마지막 순간 시민들에게 충격과 상처를 남긴 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27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전일 중구 서소문동 일대 서소문고가차도 철거 작업 중 구조물 일부가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3명이 숨지고 3명이 부상을 입었다.

비극으로 끝났지만, 서소문고가는 한국 성장기의 상징 중 하나였다. 이른바 '불도저 시장'으로 불리던 김현옥 서울시장은 1960년대 급격한 도시화와 인구 집중으로 서울 도심의 교통난이 극심해지자 고가도로 건설을 교통 해소의 돌파구로 삼았다. 그중 하나가 1966년 6월 25일 개통한 서소문고가다.

한국 경제성장과 도시 확장의 상징이었던 이 콘크리트 구조물은 시청에서 서소문, 충정로, 아현동, 신촌으로 이어지는 서소문로의 핵심 구간을 담당하며 수십 년간 서울 서부 도심의 교통 동맥 역할을 해왔다. 특히 경부선 철길과 맞물린 병목 구간을 입체화해 차량 흐름을 분산시키는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자동차 중심 도시계획의 상징이었던 고가도로는 시간이 흐르며 단절과 노후화의 상징으로도 인식되기 시작했다. 2000년대 노후 고가도로 철거 바람이 불면서 아현고가, 홍제고가, 노량진고가 등이 차례로 철거됐다.

그럼에도 서소문고가는 살아남았다. 인근 경부선 철길 건널목의 교통 혼잡 우려에 철거를 미뤄왔기 때문이다. 철길과 맞닿은 지형적 특성상 고가 없이는 원활한 교통 흐름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수십 년간 서소문고가의 수명을 연장시켜 왔다.

그 사이 보수작업을 계속해 왔지만 2019년 교각 콘크리트 탈락, 2021년 바닥판 붕괴, 2024년 보 손상 등 구조물 파손이 반복됐다.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 판정을 받으면서 지난해 9월 결국 철거공사에 나섰다.

그리고 전일, 해체 작업 중 구조물이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60년의 세월을 버텨온 고가는 결국 스스로 무너지는 형태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한편 서울시는 서소문고가 철거가 마무리되면 다시 새 고가를 건설할 예정이다. 2028년 재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다.

26일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도로 철거 현장에서 상판 일부가 무너져 소방관계자들이 사고 수습을 하고 있다. 이 사고로 총 3명이 사망했고 3명이 부상했다. 2026.5.26 ⓒ 뉴스1 구윤성 기자

ke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