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분 기다리던 민원, 23초로"…'120 한 통'이 바꾼 서울

120다산콜센터, 하루 2만건 상담…민원 넘어 '해결 창구'로 진화
시민만족도 41→95점…"행정 혁신 상징"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동대문구 120다산콜센터를 방문해 현장점검하고 있다. 2026.1.14 ⓒ 뉴스1 이호윤 기자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지난해 9월 폭우로 집이 잠긴 뒤, 보상 절차를 몰라 막막했던 한 시민. 3주 가까이 생계가 흔들리던 그는 마지막으로 120에 전화를 걸었다. 상담사는 안내에 그치지 않고 민원 접수부터 신청서 작성까지 함께 도왔다.

같은 해 여름, 연세 드신 어머니의 시외버스 이용을 걱정하던 시민에게 상담사가 다음 날 직접 전화해 정보를 전달했다. 바로 답을 하지 못했던 상담사가 퇴근 후까지 자료를 찾은 결과였다.

서울시 120다산콜센터에서 벌어진 일이다. 전화 한 통이 행정의 시작이자, 해결의 경로가 됐다.

시민만족도 '41→95점'…민원해결사 '120'

2006년까지만 해도 서울시 민원 행정은 비효율의 상징에 가까웠다. 서울시와 자치구, 산하기관이 각각 대표번호를 운영하면서 시민들은 어디에 연락해야 할지부터 헤매야 했다.

평균 통화 대기시간은 67분에 달했고, 민원 처리에는 3.8일이 걸렸다. 담당 부서를 찾지 못해 전화를 돌리거나 "담당자가 자리를 비웠다"는 답변이 반복되는 일이 허다했다. 위험시설물 하나를 치우는 데 나흘 가까이 걸리기도 했다.

그런 서울을 바꾼 것이 2007년 출범한 120다산콜센터다. 오세훈 시장의 "1000만 도시 서울의 문제를 한 사람이 해결할 수 없다,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는 지시에 서울시와 25개 자치구, 118개 유관 기관의 행정 문의를 한 곳에서 처리하는 '통합 창구'로 설계됐다.

120다산콜센터의 성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출범 이후 누적 상담 약 1억5000만 건을 처리했고, 통화 대기시간은 67분에서 23초(2025년 기준)로 줄었다. 시민 만족도는 41점에서 95점으로 상승했다.

특히 민원 처리 기간은 3.8일에서 2.7일로 단축됐고, 하루 민원 처리 건수 역시 4800건에서 2만847건으로 4배 이상 늘었다.

이제는 전화뿐 아니라 챗봇, 실시간 채팅, 수어, 외국어 등 10개 채널을 통해 하루 평균 약 2만 건의 상담을 처리하고 있다.

서울시 다산120 콜센터 모습. ⓒ 뉴스1
감정노동 보호·AI 결합…공공콜센터의 진화

하루 수만 건의 민원을 받는 곳인 만큼, 상담사 보호 문제는 꼭 풀어야 할 숙제였다.

120다산콜센터는 공공 분야에서 선제적으로 악성 민원인에 대한 법적 조치를 도입했고, 상담사가 통화를 종료할 수 있는 권리도 보장했다. 감정노동 보호 콘퍼런스와 실천 전략 세미나를 통해 대응 체계를 제도화하고, 관련 매뉴얼도 마련했다.

특히 인공지능(AI) 기술을 적극 도입하되, 사람 상담사를 대체하는 방식이 아닌 협력하는 방식을 택했다. AI 상담 도우미는 시민의 문의를 실시간 분석해 적합한 표준상담DB를 추천하고, 상담 내용 정리와 후처리를 지원한다. 상담사가 시민과의 대화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다

상담 데이터는 정책 개선으로도 이어진다. 시민 상담 데이터 분석을 통해 서울형 키즈카페 이용 대상이 서울시민에서 서울 생활 인구로 확대했고, 수도 요금 카드 자동이체 신청을 온라인 한정에서 방문 신청도 가능하도록 바뀌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120다산콜센터는 단순한 콜센터가 아니다"라며 "행정의 문턱을 낮추고 시민 불편을 줄이는 것을 넘어, 정책 개선까지 이끄는 핵심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ke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