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초' 위기 맞은 한강버스, '전면 운항중단' 목소리까지 나왔다

항로이탈 '인재' 논란…반복된 대책 실효성 도마 위에
'빛 잃은 안전장치'…정치권 "사업 중단해야" 목소리도

1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선착장 인근에 한강버스가 멈춰 서 있다. 지난 15일 80여 명이 탑승한 서울 한강버스가 송파구 잠실선착장 인근 강바닥에 걸려 멈춰서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가 발생한 한강버스는 현재 선착장 약 50미터 거리에 멈춰선 상태다. 2025.11.17/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한지명 기자 = 정식 운항을 재개한 지 보름 만에 한강버스가 다시 멈췄다. 시범운항 때부터 잦은 잔고장으로 정식운항을 이미 한 차례 중단했던 데 이어 재운항 보름 만에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서 한강버스 사업이 '좌초 위기'에 놓였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시와 운영사 ㈜한강버스는 지난 1일부터 운항을 재개했지만, 저수심과 부유물 접촉 등 사전 경고가 15차례 이어진 끝에 항로 이탈 사고가 발생했다. 잇따른 사고에 정치권과 시민단체는 한강버스 사업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결함 아닌 항로이탈…'인재' 논란 피하기 어려워

이번 사고는 기계 결함이 아닌 운항 관리상의 문제로, 인재(人災) 성격이 짙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장이 항로를 벗어난 데다, 항로를 표시하던 부표마저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가 설치한 부표 중심의 항로 안전망이 무용지물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와 운영사는 이번 사고 직후 '선장·기관장 교육 강화'를 재발 방지책으로 내놨다. 신규 선장은 교육선장과 '오버랩 교육'을 거쳐 단독 운항 가능할 때까지 훈련한다. 매월 정기 안전훈련과 인명구조·비상조타 훈련도 한다.

다만 이 조치는 지난 9월 잦은 고장으로 운항을 중단했을 때와 같은 내용이다. 당시 시는 "운항 숙련도를 높이겠다"며 무승객 시범 운항을 예고했지만, 보름 만에 동일한 항로 이탈 사고가 재발했다.

일각에서는 한강 항로는 교량 하부와 매설 구조물이 많아 시야 확보가 어렵고, 부표 간격도 일정하지 않아 수위가 변할 때 항로를 벗어나기 쉽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가 반복되는 사고로 이어지면서 서울시의 항로 관리·교육 중심 대책이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는 비판도 나온다.

준설의 한계…퇴적 반복, 조치 실효성 의문

이번 사고는 잠실 인근 저수심 구간에서 선박이 모래와 자갈 등 퇴적물에 걸리며 발생했다. 이에 서울시는 수심 조사를 거쳐 필요한 구간에 추가 준설을 실시하고, 퇴적물 제거 작업을 병행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다만 한강의 유속과 지형 특성상 퇴적이 반복되는 구조라, 이번 조치가 근본적 해결책이 되긴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1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한강버스 시범운항 민간전문가 합동TF 회의록'에 따르면 서울시는 "수심 2.8m 이하 구간은 준설을 완료했고, 수심이 낮은 뚝섬·청담대교 상류에는 항로 표식을 설치했다"고 보고했다.

이번 사고 지점 역시 지난달 준설을 마친 구간이었다. 다만 잠수사 확인 결과, 모래와 자갈이 다시 쌓여 선체가 그대로 얹힌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시는 "한강 전체를 준설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퇴적이 반복되는 구간에 대해 순차 점검 중"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한강의 유속과 지형 특성상 모래·자갈 퇴적은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로, 국소 준설만으로는 사고를 근본적으로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시가 "유람선도 다니는 항로여서 문제없다"고 설명했던 기존 입장과 달리, 실제 한강버스 노선은 수심이 더 얕은 구간을 포함하고 있어 한계가 드러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빛 잃은 안전장치'…정치권 "사업 중단해야" 목소리도

사고 당시 잠실 선착장 인근 우측 항로를 표시하는 부표의 불빛은 꺼져 있었다. 서울시 조사 결과, 태양광 충전식 배터리의 성능 저하로 야간 점등이 되지 않은 상태였으며 선장은 왼쪽 녹색 불빛만 보고 진입하다 저수심 구간으로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시는 사고 다음 날 해당 부표의 배터리를 교체했다.

한강버스 운항 시간대 절반가량이 야간인 점을 고려하면, 태양광 충전식 조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전력 공급선을 연결하면 조도를 높일 수 있지만, 현행 시스템은 자가 충전식 배터리에만 의존하고 있다. 서울시는 문제 부표의 배터리를 사고 다음 날 교체했으며, 보조 배터리 추가 장착과 점등 시간 조정 등 개선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현재 한남대교 남단(마곡~망원~여의도) 구간만 부분 운항 중이다. 상류 항로 전 구간에는 잠수사를 투입해 수심 측정, 퇴적물 제거, 부유물 탐사를 병행하고 있다.

이에 정치권을 비롯한 곳곳에서는 한강버스의 운항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6일 민주당의 '오세훈 시정 실패 정상화 태스크포스(TF)'와 서울시당 '새서울 준비 특별위원회'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서울시민의 생명을 건 한강버스 운항을 전면 중단하라"고 했다.

서울환경연합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고가 서울시의 구조적 관리 부실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하며 "한강버스 사업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치적을 위한 실험적 행정"이라며 "안전과 공공성, 한강 생태를 지키는 방향이 아니라면 과감히 중단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hj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