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자원 전산망 이중화 공언했지만…예산은 축소, 공주센터는 표류

올해 재해복구 예산 30억…5559억 전체의 0.5% 불과
공주 제4센터 18년째 지연…2026년 예산도 감액

28일 오전 대전경찰청·소방·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합동감식반 관계자들이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현장으로 향하고 있다. 2025.9.28/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구진욱 기자 =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전산실 화재로 정부 전산망이 마비되자, 정부의 재해복구(DR) 대책이 예산과 시설·운영 전반에서 부실하게 추진돼 온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가 2022년 카카오톡 먹통 사태 뒤 '액티브-액티브' 방식의 이중화 체계를 도입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이후에도 잇단 행정망 마비와 예산 축소로 실제 대비는 뒷걸음질쳤다는 지적이다.

30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말 대전센터와 공주센터를 잇는 이원화 네트워크 구축비로 75억6200만 원을 요구했지만, 기획재정부는 61% 삭감한 29억5500만 원만 반영했다. 이 결과 올해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전체 예산 5559억 원 가운데 DR(Disaster Recovery·재해복구) 항목은 30억 원(0.5%)에 불과했고, 실제 시범사업에 집행된 금액도 24억 원에 불과했다.

'액티브-액티브'란 두 개 센터가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동시에 운영되는 구조다. 한쪽이 멈춰도 다른 쪽에서 곧바로 서비스를 이어받을 수 있어, 대규모 장애를 막는 핵심 대책으로 꼽힌다.

그러나 카카오톡 사태를 경험했던 정부는 2023년 11월 주민등록시스템과 정부24, 전자문서 등 주요 서비스가 수 시간 동안 중단되는 사고가 재차 발생했음에도, 예산 반영은 제한적이었다.

이에 감사원은 뒤늦게 감사 결과를 내놓으며 "관제시스템 오류 메시지를 반복 무시한 관리 부실과 노후 장비 운영 등 구조적 문제"를 원인으로 지적하고, 근본적 개선 없이는 재발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올해 추진된 재해복구 시범사업도 국정자원 내부 전산망인 통합운영관리시스템(nTOPS)에 한정됐다. 이 때문에 정부24·전자관보·우편·금융 등 대국민 서비스와는 직접 연결되지 않아, 사실상 범정부적 재난 대비라기보다 기관 내부 관리 수준에 머물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장기 대책으로 추진돼 온 충남 공주의 제4센터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당초 '재해복구 전용 데이터센터'로 계획됐으나 2008년 착수 이후 타당성 재조사, 사업자 유찰, 공사 중단이 이어지며 18년째 개소가 지연되고 있다. 2023년 건물이 준공됐지만 액티브-액티브 도입 계획 변경으로 개청이 다시 연기돼, 올해 10월 개소 여부조차 불투명하다.

결국 2026년도 정부 예산안에서도 국정자원 운영경비는 줄어드는 흐름을 보였다. 공공요금 및 임차료는 297억→275억(△22억), 기반시설 강화는 135억→111억(△24억), 청사 유지비는 8억→7억(△1억)으로 각각 감액됐다. 전산망 안전 투자가 여전히 미흡한 상황에서 기본 운영비까지 줄인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정부 시스템은 특성상 기관 간 연계가 많아 단순히 장비를 늘린다고 되는 게 아니다"라며 "연구용역을 통해 우선순위를 정해 검증 후 본격 투자하려던 과정에서 이번 화재가 발생한 것"이라고 밝혔다.

kjwowe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