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스마트워크센터’ 찾아가 보니…
대면보고 문화개선, 법제화 선결조건
16일 오후 1시쯤 서울시 서초구 대한결핵협회 안에 마련된 서초스마트워크센터. 문을 열고 들어서니 깔끔하게 디자인된 내부공간이 한 눈에 들어왔다.
정부예산 약 3억원을 투입해 지난 5일 문을 연 센터는 372.64㎡ 규모의 스마트워크(Smart Work) 사무공간이다. 스마트워크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근무하는 '유연 근무'를 뜻한다. 스마트워크센터에 일하는 것뿐만 아니라 모바일, 재택근무까지 포함된다.
센터는 공공기관 직원 25명이 이용할 수 있는 오피셜존(Official Zone)과 민간기관 직원 5명이 사용하는 시빌리언존(Civilian Zone), 화상회의실, 휴게실 등으로 구성돼 있다. 혈관인식시스템을 통과해 오피셜존에 들어가니 유리 칸막이로 구분된 공간에 책상과 컴퓨터, 전화기, 프린터 등 업무기기가 놓여있다.
이날 보건복지부 직원 3명과 행정안전부 직원 5명이 오피셜존을 이용하고 있었다. 민간기관에서는 예금보험공사 직원 1명이 업무를 보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체험근무 차 센터를 찾았다. 복지부 정채용 정보화담당관은 “용인이 집인데 체험근무를 위해 서초센터까지 왔다”며 “스마트워크가 본격 시행되면 분당센터를 이용하면 편할 것 같다”고 전했다.
◇ 스마트워크로 온실가스감축 저출산 고령화 해결
지난해 1월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와 행정안전부가 ‘스마트오피스 추진계획’을 발표한 이후, 현재까지 정부가 구축한 스마트워크센터는 지난해 11월 오픈한 24석 규모의 도봉 1호점과 25석 규모의 분당 2호점, 그리고 서초 3호점 등 3곳이다. 정부는 40억원 정도의 예산으로 올해 말까지 수도권에 공공형 스마트워크센터 10곳을 구축한다. 2015년에는 전국에 공공 스마트워크센터 50곳과 민간 센터 450개를 합해 총 500개를 만들고 전체 노동인구의 30%(약 800만명)가 스마트워크를 누릴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정부는 스마트워크가 활성화되면 수도권 근로자는 90분의 출퇴근 시간을 줄이고, 연간 111만톤의 탄소배출량과 1조6000억원의 교통비용이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과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2015년까지 2341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체험근무로 하루 10명꼴 방문
정부 각 부처에서 아직 정식으로 접수를 받지 않은 상황인 만큼 스마트워크센터 참여율은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해 11월 도봉 1호점 개소 이후부터 8월 현재까지 2000여명이 체험 근무로 센터를 찾은 게 전부다. 정부 부처마다 1회 이상 체험근무를 권고하고 있으며, 1개 센터 당 하루 평균 10명 정도가 찾고 있다. 주로 스마트워크센터 이용방법과 사례 등을 교육하는 수준이다. 사무관, 서기관 등 간부급 공무원을 대상으로 센터방문을 유도하고 있으며, 행안부의 경우 차관이 직접 하루 동안 센터에 근무하며 결제업무를 처리한 바 있다.
박진수 행안부 정보화전략실 사무관은 “스마트워크가 처음 도입되고 아직 시스템점검 차원의 시범실시라 참여율이 낮은 건 당연하다”며 “10월부터 단계적으로 전 부처로 이용이 확대되는 등 하나의 근무형태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 대면보고 문화 극복 관건…정부, 제도개선 착수
스마트워크 전면실시에 걸림돌은 크게 두 가지로 지적된다. 첫째는 철저한 보안유지 문제이고 두 번째는 대면보고 문화의 극복이다.
조용탁 미래정보화추진단 책임연구원은 “기술적 측면에서 스마트워크센터의 보안은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며 “본청과 같은 수준의 보안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오피셜존의 경우 혈관인식시스템을 통해 등록된 공무원만 입장이 가능하다. 컴퓨터를 키고 공무원용 공인인증서(GPKI)로 로그인하면 SBC(Server Based Computing)로 각부서 마다 대전통합전산센터로 시스템이 연결된다. 모든 자료는 대전센터에만 보관할 수 있도록 설정돼 있어 자료의 유출이 원천봉쇄 된 상태다.
그러나 조 연구원은 “대면보고에 익숙한 문화를 극복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상사의 눈치를 보기 등의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실제 얼굴을 맞대고 회의를 하고 그때그때 필요한 지시를 수행해 내지 못할 경우 불성실한 직원으로 낙인찍힐 우려가 있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작업에 이미 착수했다. 6월말 행안부는 인사복무규정을 개정해 ‘유연근무’란 용어를 정식으로 집어넣었다. 스마트워크의 근거규정을 마련한 것이다. 아울러 유연근무로 인한 인사상 불이익을 줄 수 없도록 성과지침도 개정했다. 특히 부서장 평가에 스마트워크 활성화 정도를 포함해 부서원 입장에서 눈치 보는 일이 없도록 한 것이다. 개정된 규정은 내년 1월1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현재 방송통신위원회, 교육과학기술부, 문화체육관광부, 행안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청, 서울시, 경기도, 법제처, 여성가족부 등 10개 공공기관과 한국정보화진흥원, 예금보험공사 등 2개 민간기관이 스마트워크센터를 이용하고 있으며 10월부터 전 부처로 확대된다.
이에 맞춰 행안부는 10월말부터 제도정책관실 공무원 10명을 스마트워크센터에서 근무토록 했다.
◇ 기업의 스마트워크 확산
대기업에서도 근무편의성 향상을 위한 스마트워크센터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KT의 경우 지난해 9월 스마트워킹 사업을 시범운영한 뒤 올 4월부터 직원 2만여명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스마트워킹을 실시했다. 참여 횟수가 늘어날수록 업무집중도는 사무실보다 평균 115.7%, 생산성은 115.2% 늘어났으며, 스트레스는 79.8% 줄어든 것으로 KT는 분석했다.
이성열 삼성SDS 클라우드컨설팅그룹 수석은 “스마트워크는 그린오피스 측면에서 좋고 보안적 측면에서도 확실한 솔루션”이라며 “단 모바일에 대한 철저한 보안인식만 확보된다면 효율성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 수석은 “어떤 업무는 혼자서 처리하거나 전화상 처리가 가능하지만, 협업업무의 경우 직원들이 한사무실에 모여서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며 “삼성 그룹의 경우 이런 측면을 고려해 다양한 스마트워크 유형을 시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스마트 워킹의 기술적 기반은 어느 정도 돼 있지만 소프트웨어 라이선스가 아직 구비되지 않았다”며 “스마트워크가 확산되면 각 업체마다 협의를 통해서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스마트워크 관련법 국회통과 필수
정부 계획대로 2015년까지 공공과 민간이 500개의 센터를 확보하고 스마트워크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선, 법적 제도화가 선결과제로 남아있다. 지난 6월7일 한나라당 조영선 의원 대표발의로 ‘방송통신을 이용한 스마트워크 촉진법’ 국회에 제출되는 등 스마트워크 관련 2개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행안부는 관련법안의 올해 안 국회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박진수 사무관은 “공공과 민간기관 근로자의 30%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법제정이 필수사항이다”라고 전했다.
정부는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마련되면 분기별(3개월)로 스마트워크센터 상시근무자 신청을 받아 본격적인 스마트워크 체제로 들어갈 예정이다. 아울러 민간의 참여를 독려할 수 있는 인센티브제 등을 도입해 공공과 민간이 함께 스마트워크 시대로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센터에서 체험근무를 한 정채용 보건복지부 정보화담당관은 “내가 먼저 직원들에게 센터이용을 권해야겠다”며 “부서 내 책상 10%를 없애는 방법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일부 부처가 세종시로 이전하게 되면 스마트워크의 활용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며 “화상으로 보고하는 등의 일이 보편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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