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수 나르고 통역하고…'코트 밖 선수들'이 만든 춘천 태권도 무대
85개국 2269명 맞은 자원봉사자 92명…셔틀버스 운전원도 대회 뒷받침
관람객 2만 1050명·직접 소비액 87억 원 추산…2029년까지 국제대회 이어져
- 한귀섭 기자
(춘천=뉴스1) 한귀섭 기자 =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화려한 품새를 펼치는 동안 경기장 밖에서는 생수를 나르고, 언어를 잇고, 선수단의 발이 돼준 또 다른 '선수들'이 뛰었다.
지난 20일 막을 내린 '춘천 2026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에는 85개국 선수단 2269명이 참가했다. 선수들이 코트 위에서 기량을 겨루는 동안 경기장 창고와 대기실, 숙소와 경기장을 오간 시민과 봉사자들의 손길도 대회를 움직였다.
춘천시에 따르면 지난 16~20일 송암스포츠타운 에어돔에서 열린 이번 대회에는 자원봉사자 92명이 경기운영과 안내, 통역, 선수단 지원 등에 참여했다. 누적 관람객은 2만 105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7월 춘천코리아오픈국제태권도대회에 이어 두 번째 봉사에 나선 한지우 씨는 물품 창고를 맡았다.
에어돔 창고에 쌓인 생수를 경기장 곳곳의 냉장고에 채워 넣는 일이었다. 대회 기간 낮 기온이 30도까지 오르면서 냉장고는 채우기 무섭게 비었고, 생수 상자를 뜯어 물을 옮기는 일이 온종일 이어졌다.
며칠이 지나자 냉장고를 찾은 외국 선수들이 먼저 한국말로 인사를 건넸다. 한 씨는 "짧은 영어로 인사하려고 준비해 갔는데 정작 한국말로 인사를 받았다"며 웃었다.
통역 현장에는 외국인 유학생들도 힘을 보탰다.
서울대학교에 재학 중인 이집트 국적의 가다 엘젠드 씨는 아랍어권과 영어권 선수단을 맡아 대기실과 경기장 입구, 숙소 로비를 오가며 엿새 동안 선수들을 도왔다.
언어와 국적은 달랐지만 경기 직전 선수들의 표정은 비슷했다.
엘젠드 씨는 "선수들이 쓰는 언어는 달랐지만 경기 직전의 긴장은 모두 똑같았다"며 "말이 부족해도 표정으로 먼저 알아듣게 되는 순간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선수단과 운영진 사이에서 내 몫을 했다는 게 뜻깊었다"며 "춘천에서 보낸 엿새가 한국 생활에서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했다.
선수단의 하루는 숙소와 경기장을 잇는 셔틀버스에서도 계속됐다.
도심 6개 공식 숙소를 오간 운전원 조성현 씨는 첫 운행보다 한 시간 먼저 차량을 점검했다. 하루에도 여러 차례 같은 길을 오가는 그의 눈에 가장 많이 들어온 것은 버스에서도 연습을 멈추지 않는 선수들이었다.
어린 선수들은 경기장으로 향하는 아침에도 좌석에 앉아 품새 손동작을 반복했고, 경기를 마친 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도 연습을 이어갔다.
조 씨는 "어린 선수들이지만 무언가에 저렇게 열중하는 모습이 존경스럽기까지 했다"며 "경기장 안에서 직접 뛰는 건 아니지만 대회를 굴러가게 하는 작은 역할 하나는 맡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회 효과는 경기장 밖으로도 이어졌다.
춘천시에 따르면 선수단이 머문 삼천동과 후평동, 효자동, 근화동 일대에는 대회 기간 외국인 방문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일반 관람객 조사에서는 90.2%가 강원지역 밖에서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는 선수단과 관람객의 숙박·음식·관광·교통 등 직접 소비액을 87억 원, 생산유발효과를 110억 원으로 추산했다.
세계 태권도인들의 춘천 방문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지난 15일 송암스포츠타운에서 세계태권도연맹(WT) 본부 착공식이 열린 데 이어 이튿날 춘천시와 WT, 대한태권도협회(KTA)는 2027~2029년 국제 태권도대회 3종의 춘천 개최를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WT월드컵팀챔피언십, 세계장애인태권도오픈대회, KTA 다이내믹 태권도가 앞으로 3년간 춘천에서 열린다.
육동한 춘천시장은 "시민의 관심과 성원이 춘천을 세계 태권도의 중심으로 이끄는 가장 큰 힘"이라며 "이번 대회를 성공적으로 마치게 해주신 시민 여러분들의 땀과 헌신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han12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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