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과실? 차량 결함?…강릉 급발진 의심사고 다시 재현실험

가속페달 유지·발 떼기·제동 때 RPM 비교…제조사 요청 시험도
유가족 시험차량 매입·준비…감정보고서 10월말까지 제출 예정

18일 오후 강원 강릉 회산로에서 이도현 군이 숨진 급발진 의심사고와 관련해 사고 차량과 같은 연식·사양의 차량인 티볼리 에어를 이용한 주행 재현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 뉴스1 한귀섭 기자

(강릉=뉴스1) 한귀섭 기자 = 강원 강릉 급발진 의심사고 당시 운전자의 페달 조작을 규명하기 위한 주행 재현 실험이 18일 사고 도로에서 다시 진행됐다.

이날 오후 1시 강원 강릉 홍제동 사고 구간에는 사고 차량과 같은 연식·사양의 2018년식 티볼리 에어가 투입됐다. 이도현 군의 아버지 이상훈 씨가 2024년 재현 실험에 쓰였던 차량을 매입해 준비했다.

같은 사고 도로에서 법원 감정 절차에 따른 주행 재현 실험이 이뤄진 것은 2024년 4월 19일에 이어 두 번째다.

차량에는 이 씨, 법원 감정인, 앞선 재현 실험에 참여했던 운전자, 차량 제조사 측 직원이 탑승했다.

강릉경찰서 교통경찰이 실험 구간의 차량 통행을 통제하는 가운데 페달 조작 조건을 달리한 시험이 이어졌다.

이번 실험은 유가족이 제조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제2민사부의 감정촉탁에 따라 실시됐다.

쟁점은 사고 차량이 모닝 차량과 충돌하기 직전 1초 동안 엔진회전수(RPM)가 약 2400rpm 떨어진 현상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당시 운전자가 변속기를 주행(D)에서 중립(N)으로 바꿨다가 다시 주행(D)으로 전환하면서 가속페달을 깊게 밟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 분석은 1심에서 운전자 과실을 판단하는 주요 근거로 쓰였다.

이에 유가족은 가속페달을 깊게 밟은 상태에서는 이 같은 RPM 급락이 나타나기 어렵다며 실제 차량을 이용한 검증을 요구해 왔다.

이날 실험에서는 사고 당시와 같은 도로에서 동일 차종을 이용해 시속 약 40㎞로 주행하다 변속기를 중립(N)에서 주행(D)으로 바꾸는 상황을 재현했다.

18일 오후 강원 강릉 회산로에서 이도현 군이 숨진 급발진 의심사고와 관련해 사고 차량과 같은 연식·사양의 차량인 티볼리 에어를 이용한 주행 재현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 뉴스1 한귀섭 기자

변속 직후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은 상태를 유지하거나,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거나, 브레이크를 밟는 세 가지 조건에서 각각 1초간 RPM 변화를 전용 계측기와 계기판 영상 촬영으로 측정했다.

제조사 측이 요청한 가속페달을 약 70% 밟는 조건의 시험도 진행됐다. 제조사는 실험 나흘 전 추가 감정을 신청했고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였다. 해당 시험은 세 차례 이뤄졌다.

앞서 유가족은 지난 4월 5일 자체 재현 실험을 실시해 영상을 항소심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했다.

이 씨는 "제적 약자인 원고가 모든 준비를 다 했다. 입증 책임의 한계가 명확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면서도 "교통 통제로 불편을 겪은 시민들에게 사과하고, 실험에 협조한 강릉경찰서와 시민들에게 감사하다"고 밝혔다.

감정인은 이날 확보한 자료를 분석해 오는 10월 말까지 법원에 감정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한편 급발진 의심사고는 지난 2022년 12월 6일 오후 3시 56분쯤 강릉시 홍제동 한 도로에서 발생했다. 당시 A 씨가 몰던 티볼리 에어 차량이 배수로로 추락했고, 차에 타고 있던 손자 이 군이 숨졌다.

유족 측은 사고 원인이 차량 결함에 따른 급발진이라며 제조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지난해 5월 13일 차량 결함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원고 측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han12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