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녀 아기 방치해 숨지게 한 20대…항소심서 징역 8년 구형

친모 수배 발각 우려해 출생신고·치료 외면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뉴스1 DB)

(춘천=뉴스1) 한귀섭 기자 = 미성년자인 동거녀가 낳은 아기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20대 남성에게 검찰이 항소심에서 징역 8년을 구형했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이은혜 부장판사) 심리로 16일 열린 항소심 첫 공판이자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27)에게 징역 8년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A 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이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있으며 범행 경위와 책임 정도, 피해 아동이 사망에 이른 구체적인 과정, 범행 이후 정황 등을 고려하면 원심의 형이 지나치게 가볍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A 씨는 최후진술에서 "반성하고 있다. 6개월 구금된 동안 많은 것을 느꼈다"며 "다시 한번만 기회를 달라"고 선처를 호소했다.

A 씨는 지난 2022년 8월부터 10월까지 강원도 평창의 한 아파트에서 동거녀 B 씨와 함께 B 씨의 딸을 양육하면서 필요한 치료를 받게 하지 않는 등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 씨는 같은 해 8월 23일 전 남자 친구와 사이에서 생긴 아이를 A 씨의 집 화장실에서 홀로 낳았다.

챗GPT를 활용한 AI 이미지.

A 씨는 B 씨가 보호관찰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수배 중인 사실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아기의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채 함께 키우기로 했다.

아기는 미숙아로 태어나 의료적 처치와 세심한 보살핌이 필요한 상태였다. 그러나 이들은 별도의 안전한 공간을 마련하지 않고 자신들이 사용하는 침대에서 아기와 함께 생활했다.

아기가 수시로 침대에서 떨어져 눈 부위가 붓는 등 건강 상태가 나빠졌지만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예방접종이나 검진도 받지 못한 아기는 생후 두 달여 만인 같은 해 10월 28일 B 씨와 같은 침대에서 잠을 자던 중 숨졌다.

1심을 맡은 춘천지법 영월지원은 A 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 씨가 아기를 건강하고 안전하게 보호할 의무를 저버렸고, 유기·방임으로 결국 사망에 이르게 했다"면서도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아기에게 적극적인 학대를 하지는 않은 점, 외부의 별다른 도움 없이 양육하던 중 사건이 발생한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함께 기소된 B 씨에 대해서는 소년부 송치를 결정했다.

검찰은 원심의 형이 가볍다며 항소했다.

앞서 A 씨는 B 씨와 함께 숨진 아기의 시신을 스티로폼 상자에 넣어 평창의 한 다리 아래에 묻은 혐의로도 재판에 넘겨져 2023년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을 지켜본 도소원 아이정원 대표는 "아이들의 인권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하고, 피해 아동이 사회의 보호망 밖에 놓인 원인도 살펴야 한다"며 "국가의 아동 보호 체계를 보완하고 시민이 예방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A 씨의 항소심 선고 공판은 11월 11일에 열린다.

han12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