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엔 피서객, 시장엔 손님 북적…폭염 꺾이자 일상 '기지개'(종합)

동해안 냉면 대신 따뜻한 음식…한낮 해변 산책도 부담 없어
하루 239명 달했던 온열질환자 신규 발생도 21명으로 감소

12일 강원 속초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들이 지역 대표 캐릭터 짜니와 래요 조형물을 배경 삼아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2026.8.12 뉴스1 윤왕근 기자

(강원·부산=뉴스1) 한귀섭 윤왕근 홍윤 기자 = "어젯밤엔 모처럼 에어컨도 안 틀었어요. 오히려 춥더라고요."

"평소보다 얼음을 두 배는 넘게 쓴 것 같아요."

한쪽에서는 에어컨을 끄고 이불을 덮었고, 다른 쪽에서는 돌아온 손님을 맞느라 얼음을 더 썼다. 40도 안팎을 넘나들던 극한 폭염이 한풀 꺾이자 멈췄던 일상도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12일 점심시간 무렵 강원 속초에서는 냉면과 막국수 대신 장칼국수와 순댓국, 불고기 전골 같은 따뜻한 음식을 찾는 직장인들이 눈에 띄었다. 밤사이 선선해진 공기에 모처럼 에어컨을 끄고 잠들었다는 시민들도 있었다.

이날 오후 1시 기준 동해안의 낮 최고기온은 속초 25.5도, 간성 24.7도, 양양 24.3도, 동해 23.8도, 삼척 23.6도, 강릉 22.9도에 머물렀다.

밤 기온은 더 낮았다. 속초 20.2도, 강릉 19.4도, 양양 18.2도, 간성 17.7도를 기록했다. 고성 현내에서는 이날 오전 5시 25분 기온이 16.9도까지 떨어졌다.

극한 더위에 한산했던 해수욕장에도 피서객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강원도에 따르면 11일 동해안 85개 해수욕장에는 17만4050명이 찾아 지난해 같은 날보다 9030명(5.5%) 늘었다. 전날까지 누적 방문객은 521만4950명으로 여전히 지난해보다 24.2% 적었지만, 당일 방문객은 회복세를 보였다.

청명한 날씨를 보인 12일 서울 북악산 뒤편 하늘이 파랗게 펼쳐져 있다. 기상청은 이날 아침저녁으로 비교적 선선하겠지만, 낮에는 기온이 33도까지 오르며 무덥겠다고 예보 했다. 2026.8.12 ⓒ 뉴스1 김명섭 기자

속초해수욕장은 평일인데도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풍랑으로 입수는 통제됐지만 피서객들은 백사장에 돗자리를 펴고 바닷바람을 즐기거나 해변을 걸었다. 일부는 대관람차에 올라 속초 전경을 바라봤다.

서울에서 가족과 함께 속초를 찾은 정 모 씨(31)는 "물놀이를 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한낮에도 부담 없이 해변을 걸을 수 있을 만큼 바람이 시원해 만족스럽다"고 했다.

더위가 꺾이면서 전통시장에도 다시 활기가 돌았다. 이날 부산 부전시장에서 만난 수산물가게 직원 김 모 씨(20대)는 "지난주에는 극심한 더위로 손님이 거의 없다시피 했지만 이번 주는 확실히 손님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손님과 판매가 늘자 매대에 내놓는 수산물과 선도 유지를 위한 얼음도 함께 늘었다. 김 씨의 가게에서 사용하는 얼음은 평소 하루 2포대에서 최근 4~5포대로 증가했다.

시장 상인들은 약 20㎏짜리 얼음 한 포대를 '1개'라고 부른다. 하루 얼음 사용량이 약 40㎏에서 최대 100㎏까지 늘어난 셈이다. 얼음값 부담은 커졌지만, 장사가 다시 살아났다는 반가운 신호였다.

김 씨는 "그나마 최근 증발냉방장치를 설치해 부전시장은 쾌적한 편"이라며 "조금이라도 선도가 떨어지는 상품은 폐기 처리하면서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2일 부전시장 모습 2026.8.12 ⓒ 뉴스1 홍윤 기자

시장 내 식당들은 외국인 관광객 증가 등의 영향으로 폭염에도 손님 수가 크게 줄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 만둣집 직원은 과거 더운 날에는 시민들이 대형마트를 찾아 시장이 한산했지만 올해는 외국인 관광객이 꾸준히 찾으면서 분위기가 달랐다고 설명했다.

극한 폭염이 물러난 변화는 건강지표에서도 나타났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11일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21명으로, 지난 9일부터 사흘 연속 20명대를 기록했다. 지난 7일 하루 239명까지 늘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줄어든 수치다. 지난 5월 15일부터 이달 11일까지 누적 온열질환자는 3382명, 추정 사망자는 31명이다.

전북에서는 지난 10일까지 11개 시·군에서 나타났던 열대야가 이튿날 군산 어청도로 줄었다. 대전과 충남 전역에 내려졌던 폭염특보도 해제됐다.

다만 극한 폭염의 기세가 꺾였을 뿐 여름 더위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13~14일 전국의 낮 기온은 최고 34도까지 오르겠다. 수도권과 충남,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최고체감온도가 33도 안팎에 이르는 곳도 있겠다. 경기 김포·화성·파주 남부와 여주 일부에는 폭염주의보도 유지되고 있다.

기상청은 다음 주에도 전국 곳곳에서 최고체감온도가 33도 이상으로 오르며 폭염과 열대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극한 폭염은 잠시 물러났지만,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닌 셈이다.

han12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