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욕장 사망 '0명', 비지정해변에선 '8명'…이대로 방치할 건가
최근 4년 사고 126건·사망 43명…올해도 비지정해변에서만 8명 숨져
안전요원·수영구역 없는 안전 사각지대…구조장비 접근성도 '숙제'
- 윤왕근 기자
(동해=뉴스1) 윤왕근 기자 =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려다 육군 간부 2명이 목숨을 잃은 강원 고성 화진포 인근 비지정해변 사고를 계기로 해수욕장 밖 '안전 사각지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4년간 동해안과 경북 동해안 연안사고를 분석한 결과, 비지정해변 사고는 해수욕장보다 사망자가 약 9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동해지방해양경찰청 등에 따르면 2023~2026년(6~9월 기준) 비지정해변에서는 모두 126건의 사고가 발생해 43명이 숨졌다.
반면 같은 기간 해수욕장에서는 16건의 사고로 5명이 사망하는 데 그쳤다. 사고 건수는 비지정해변이 약 8배, 사망자는 약 9배 많았다.
올해도 차이는 뚜렷하다.
해수욕장에서는 아직 사망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비지정해변에서는 이미 14건의 사고로 8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 26일 고성 화진포 콘도 앞 비지정해변에서는 육군 대령과 원사가 물에 빠진 익수자를 구조하다 잇따라 숨졌다.
같은 날 고성 가진항 인근에서는 스노클링을 하던 1명이 숨졌고, 이달 23일에는 삼척 용화 물량장 인근에서 스노클링 중 1명이 사망했다.
앞서 지난 6월에는 강릉 영진해변에서 사진을 촬영하던 관광객이 파도에 휩쓸려 숨졌고, 사천진리 해변에서는 바다에 발을 담그던 관광객이 숨졌다. 고성 화진포와 초도해변에서도 조개 채취와 물놀이 중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에도 양양 남애, 고성 송지호, 속초 설악항, 강릉 송정·사근진, 삼척 갈남항, 울진 후포·용바위, 포항 선돌곶 등에서 조개 채취와 스노클링, 물놀이 도중 잇따라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사고 유형도 공통점을 보였다.
수영보다 스노클링과 조개 채취, 사진 촬영, 갯바위 산책 등 비교적 위험성이 낮다고 여겨지는 활동 중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비지정해변의 가장 큰 문제로 '관리 공백'을 꼽는다.
비지정해변은 지방자치단체가 관련 법에 따라 공식 해수욕장으로 지정하지 않은 해안가를 말한다. 따라서 정식 개장 해수욕장과 달리 안전관리요원과 인명구조요원이 상주하지 않고, 수영 가능 구역도 별도로 관리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이용객들은 너울성 파도와 이안류, 급심 등에 그대로 노출되고, 사고 발생 시 초동 대응도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
동해안 특유의 너울성 파도 역시 사고를 키우는 요인이다. 바다가 잔잔해 보여도 먼바다에서 발생한 높은 파도가 갑자기 밀려오면서 순식간에 사람을 바다로 끌고 가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동해안 지자체들은 비지정해변에도 안전관리 안내 현수막과 무료 구명조끼, 인명구조함 등을 설치하며 안전사고 예방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한계도 확인됐다. 일부 비지정해변의 경우 인명구조함 일부가 야영객 텐트에 가려져 긴급 상황에서 즉시 식별하거나 접근하기 어려운 모습이 확인되는 등 안전시설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동해지방해양경찰청 관할 비지정해변은 강원지역 약 50여 곳, 경북지역 약 50여 곳 등 모두 100여 곳에 달한다.
사고가 잇따르자 속초해양경찰서는 28일 화진포 남단과 가진해변을 찾아 긴급 안전점검을 실시했다.
신경진 속초해양경찰서장은 사고 발생 해역을 직접 둘러보고 비지정해변 안전관리를 위해 지자체와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속초해경은 여름 휴가철 동안 연안사고 위험이 높은 비지정해변을 중심으로 현장 점검과 예방 순찰을 확대할 방침이다.
신 서장은 "동일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 중심의 안전관리를 강화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육군 수사단은 화진포 사고와 관련해 폐쇄회로(CC)TV 영상과 목격자 진술 등을 토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으며, 같은 시간대 발생한 다른 수난사고와의 연관성 여부도 확인하고 있다.
wgjh654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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