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펄펄 끓는 강릉의 밤…바다에 몸 담그고, 다리 위에 누웠다
강릉·동해·삼척 폭염경보…동해안 곳곳 밤더위 피난 행렬
- 윤왕근 기자
(강릉=뉴스1) 윤왕근 기자
집에 있으면 더 답답해요. 바닷물에 발이라도 담그고 있으니 좀 살 것 같아요.
지난 15일 오후 7시 30분 강릉 안목해변.
바다는 잔잔했고 노을은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고 있었지만, 낮 동안 달궈진 열기는 좀처럼 식지 않았다.
이날 강릉의 낮 최고기온은 35.8도까지 치솟았다. 강릉과 동해, 삼척에는 폭염경보가 내려졌고, 기상청은 이날 밤에도 열대야가 이어질 것으로 예보했다.
더욱이 이날 강릉에서는 올해 강원 첫 온열질환 사망자도 발생했다. 전날 밭에서 쓰러진 채 발견된 101세 여성이 병원 이송 중 숨졌다.
한낮의 더위를 견디다 못한 시민과 관광객들은 해가 지자 하나둘 바다로 향했다.
안목해변 백사장에는 아이들과 손을 잡고 산책하는 가족, 파도 소리를 들으며 벤치에 앉은 연인들이 눈에 띄었다. 무릎까지 바닷물에 몸을 담근 시민들은 연신 손으로 물을 끼얹으며 더위를 식혔다.
김 모 씨(41·포남동)는 "해가 진 뒤에도 이렇게 더울 줄은 몰랐다"며 "그래도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있으니 그나마 숨통이 트인다"고 말했다.
얕은 물가에는 래시가드를 입은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아이들은 파도에 발을 맡긴 채 뛰어다녔고, 어른들은 물속에 한참을 서서 좀처럼 해변을 떠나지 못했다.
열대야 피난처는 해변만이 아니었다.
안목해변과 남항진 해변을 잇는 솔바람다리. 바닷바람이 유독 시원해 강릉시민의 '피서 명당'인 이곳에는 돗자리를 펴고 누운 가족 단위 시민들이 저마다 밤바람을 맞고 있었다.
다리 위에 누운 채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고 옆에서는 가족들이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다리 아래로는 차량 불빛이 지나갔고, 바다에서 불어온 바람이 땀을 식혀줬다.
강 모 씨(60·송정동)는 "에어컨을 하루 종일 틀자니 전기세도 부담이고 집안 공기도 답답하다"며 "여름이면 저녁마다 바람 쐬러 나오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밤 8시가 넘어서도 안목해변과 남항진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발길은 이어졌다.
기상청 관계자는 "16일까지 강원 동해안을 중심으로 최고체감온도가 33도 안팎, 폭염경보 지역은 35도 안팎까지 오르겠다"며 "밤사이 최저기온이 25도 이상 유지되는 열대야가 나타나는 곳도 있겠다"고 예보했다.
wgjh654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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