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길 왔는데 추억은 남겨야죠"…95세 최고령 탁구선수의 감동 양보

중국·이스라엘 복식 파트너 사연 듣고 기꺼이 출전권 양보
'승패'보다 '교류' 강조한 차윤 전 교수…대회 현장서 빛나

XIOM 2026 강릉세계마스터즈탁구선수권대회 한국 최고령 참가자인 차윤 전 교수.(대회 조직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6.11/뉴스1

(강릉=뉴스1) 윤왕근 기자 = "먼 길을 찾아온 손님인데 즐거운 추억과 좋은 경험을 안고 돌아갔으면 합니다."

XIOM 2026 강릉세계마스터즈탁구선수권대회 한국 최고령 참가자인 차윤 전 교수(95)가 자신의 입상 기회를 기꺼이 내려놓은 사실이 알려지며 잔잔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11일 대회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중국의 판야둥 선수와 이스라엘의 유리 마르헤브카 선수는 그동안 여러 국제대회에 함께 출전해 온 복식 파트너다.

하지만 이번 대회 복식 종목 대진 추첨 결과 두 선수가 서로 다른 조에 배정되면서 함께 출전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새로운 파트너를 찾아야 했던 마르헤브카 선수는 차 전 교수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사연을 들은 차 전 교수는 흔쾌히 자신의 자리를 내줬다.

주변에서는 어렵게 얻은 입상 기회를 포기하는 것이 아쉽지 않으냐는 반응도 있었지만 차 전 교수는 "먼 길을 찾아온 손님인데 좋은 추억을 만들고 돌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양보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결정은 대회 슬로건인 'Serve Your Dream(서브 유어 드림·당신의 꿈을 서브하라)'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었다.

처음 만난 선수였지만 오랜 파트너와 함께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는 염원을 이룰 기회를 주기 위해 몸소 희생한 것이다.

차 전 교수는 평소에도 "탁구는 결국 서로 주고받는 운동"이라며 승패보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스포츠의 가치를 강조해 왔다.

XIOM 2026 강릉세계마스터즈탁구선수권대회 한국 최고령 참가자인 차윤 전 교수

1931년생인 차 전 교수는 이번 대회 남자 90세 이상부에 출전한 한국 최고령 참가자다. 개막식에서는 한국 여자 최고령 참가자인 강정자 씨와 함께 선수 대표 선서를 맡아 큰 박수를 받았다.

해군사관학교 출신인 그는 미국 유학 시절 탁구를 통해 아내를 만나게 됐고 이후 교수와 외교관, 군인으로 활동하면서도 평생 탁구를 이어왔다.

지금도 일주일 중 3일은 서울 올림픽공원 탁구장에서 꾸준히 훈련을 이어가고 있다.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차 전 교수의 양보는 세계마스터즈탁구선수권대회가 추구하는 스포츠 정신과 우정, 교류의 가치를 그대로 보여준 사례"라며 "많은 참가자들이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차 전 교수는 이번 대회에 참가하면서 "탁구는 경쟁 이전에 서로 마주 보고 공을 이어가는 과정에 더 큰 가치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 양보 역시 그의 평소 철학이 경기장 밖에서 실천된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wgjh654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