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세 美 탁구 누님도 뛰더라"…95세 '韓최고령' 차윤 스매싱 열정

세계마스터즈 개막식서 선수대표 선서…"탁구는 대화"
해군 장교·외교관 거쳐 교수…"60년째 핑퐁, 평생 할 것"

XIOM 2026 강릉세계마스터즈탁구선수권대회에 한국 최고령 참가자 차윤(95) 교수가 상대 선수의 공을 받아내고 있다.(대회 조직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6.11/뉴스1

(강릉=뉴스1) 윤왕근 기자 = "탁구는 결국 서로 주고받는 운동입니다. 사람과 사람, 나라와 나라를 이어주는 대화와도 같죠."

XIOM 2026 강릉세계마스터즈탁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한 한국 최고령 참가자 차윤(95) 교수가 평생 스포츠로서 탁구의 가치를 몸소 보여주고 있다.

1931년생인 차 교수는 이번 대회 남자 90세 이상부에 출전했다. 특히 개막식에서는 한국 여자 최고령 참가자인 강정자 씨와 함께 전 세계 선수들을 대표해 선수 선서를 맡으며 특별한 순간을 경험했다. 그는 "한국 선수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참가자로 대표성을 갖는다는 생각에 자랑스럽고 감격스러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대회 조직위원회는 차 교수의 참가가 세계마스터즈탁구선수권대회가 추구하는 '평생 스포츠'의 가치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하고 있다.

차 교수에게 이번 대회는 승패보다 도전과 만남의 의미가 더 크다.

그는 "각국 선수들의 수준이 정말 높더라"면서도 "참여하고 배우며 사람들과 교류하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차 교수와 탁구의 인연은 60여 년 전 미국 시애틀에서 시작됐다.

해군사관학교 출신인 그는 1961년 군 위탁 유학생으로 미국에서 공부하던 시절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 당시 아내는 이화여대 영문과를 졸업한 유학생이자 풍문여고 탁구선수 출신이었다. 라켓을 사이에 두고 시작된 인연은 60년이 넘는 부부의 동행으로 이어졌다.

차 교수는 "아내는 선수 출신이라 자세부터 달랐다"며 "탁구는 말하지 않아도 공을 주고받다 보면 사람이 가까워진다. 결국 서로 주고받는 것이 대화 아니겠느냐"고 회상했다.

그는 미국 유학 후 지정학(Geopolitics)을 공부했으며, 이후 해군사관학교와 국방대학 등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외교관으로도 활동했다. 군인과 외교관, 교육자로 살아온 삶 속에서 '소통'은 중요한 가치였고, 탁구 역시 그 가치를 실천하는 매개체가 됐다.

차윤 교수.(대회 조직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6.11/뉴스1

이번 도전 뒤에는 주변의 응원도 있었다.

탁구 명문 대광고 선수 출신인 웰컴홈교회 최경욱 목사의 권유로 세계마스터즈 출전을 결심했고, 오진형 전 한성대 감독과 함께 6개월 동안 대회를 준비했다.

차 교수의 건강 비결은 꾸준함이다. 그는 지금도 일주일에 세 차례, 오전 6시 서울 올림픽센터를 탁구 연습을 한다. 20년 가까이 이어온 생활 습관이다. 차 교수는 "신앙과 감사하는 마음이 건강의 원동력"이라며 "탁구는 몸에 큰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도 계속 움직이고 판단하게 해주고, 무엇보다 사람을 만나게 해준다"고 말했다.

차 교수는 탁구를 '평화의 스포츠'라고 표현한다.

그는 "전 세계 사람들이 탁구 하나로 모였다. 이것이 탁구의 힘"이라며 "경쟁 이전에 서로 마주 보고 공을 이어가는 과정에 더 큰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회 최고령 참가자인 102세 중국계 미국인 위엣 위 와 씨를 언급한 그는 다음 대회 출전 의지도 내비쳤다.

차 교수는 "그 연세에도 출전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용기가 생긴다"며 "건강이 허락하는 한 잘 준비해 다음 대회도 도전해 보고 싶다"고 웃어 보였다.

wgjh654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