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문 군수·뇌물 혐의 시장'…민주당에 내주고 떠나는 동해안 3선 권력

김진하 실형 확정·심규언 선고 앞둬…각 지역 민주당 인수위 출범
동해는 역대 민선 시장 4명 모두 수사·재판…반복되는 '사법 흑역사'

여성민원인을 상대로 한 성비위와 금품수수 등의 혐의로 최근 대법원서 실형이 확정된 김진하 양양군수. ⓒ 뉴스1 윤왕근 기자

(동해·양양=뉴스1) 윤왕근 기자 = 강원 동해안의 대표적 장수 단체장이었던 김진하 전 양양군수와 심규언 동해시장이 씁쓸한 퇴장을 앞두고 있다.

김 전 군수는 성비위와 뇌물수수 혐의로 최근 대법원에서 실형이 확정돼 군수직을 상실했고, 심 시장은 수십억 원대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돼 오는 25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이 3선 동안 이끌었던 양양군과 동해시는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모두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넘어갔다. 양양에서는 김정중 군수 당선인이, 동해에서는 이정학 시장 당선인이 승리하며 민선 9기 출범 준비에 들어갔다.

양양군수 선거는 사실상 '김진하 리스크'에 대한 군민들의 심판 성격이 강했다.

3선 현역이던 김 전 군수는 여성 민원인 강제추행과 금품수수 혐의 등으로 실형이 확정되며 중도 낙마했다. 지역사회에서는 장기간 이어진 군정 공백과 전국적인 부정 여론으로 인해 군민 자존심이 크게 훼손됐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김정중 6·3 지방선거 더불어민주당 강원 양양군수 후보가 개표상황을 지켜보다 당선이 유력시 되자 주먹 쥔 손을 번쩍 치켜들고 있다.(김정중 후보 캠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6.4/ 뉴스1

결과적으로 김정중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9026표(50.53%)를 얻어 김호열 국민의힘 후보(8262표·46.25%)를 764표 차로 꺾고 당선됐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정당 심판이라기보다 무너진 군정 신뢰를 회복하자는 표심이 결집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실제 양양군은 이번 선거에서 강원도 18개 시·군 가운데 가장 높은 72.8%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군정 공백 이후 양양의 미래를 군민 스스로 결정하겠다는 의지가 투표장으로 향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양양에서는 이미 민선 9기 출범 준비도 본격화했다.

김정중 당선인은 지난 5일 군수직 인수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인수위원장에는 이번 선거 국민의힘 예비후보로 나섰던 김명선 전 강원도 행정부지사가 위촉돼 눈길을 끌었다. 김명선 인수위원장은 김진태 도정의 행정부지사이기도 했다. 인수위는 다음 달 20일까지 군정 현안 점검과 공약 구체화 작업을 진행한다.

심규언 강원 동해시장.(뉴스1 DB)

동해 역시 사법리스크가 선거 막판 주요 변수로 거론됐다.

심 시장은 '동해 러시아 대게마을 조성 사업'과 시멘트 업체 인허가 편의 제공 대가로 수십억 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지난 결심공판에서 심 시장에게 징역 12년과 벌금 23억3499만원, 추징금 1억1100만원을 구형했다.

심 시장 측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으나 오는 25일 선고 결과에 따라 정치 인생의 향방이 갈릴 전망이다. 실형이 선고될 경우 사실상 정상적인 퇴임 절차도 밟지 못한 채 법정에서 임기를 마무리하게 된다.

심 시장은 관광 인프라 확충과 도시 브랜드 개선 등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시정 운영 평가를 받아왔지만, 임기 말 불거진 사법리스크로 결국 불명예를 안고 퇴장할 가능성에 놓였다.

특히 이번 사건은 동해시의 오랜 정치적 상처를 다시 떠올리게 하고 있다.

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민선 지방자치 이후 동해시장을 지낸 역대 민선 시장 4명 모두가 수사 또는 재판을 받는 불명예 기록을 남기게 됐다.

이정학 6·3 지방선거 더불어민주당 강원 동해시장 후보가 개표상황을 지켜보다 당선이 유력시 되자 두 손을 번쩍 치켜들고 있다.(이정학 후보 캠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6.4/ 뉴스1

지역사회에서는 이를 두고 "동해 정치의 고질적 흑역사"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선거에서 이정학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2만3943표(51.61%)를 얻어 김기하 국민의힘 후보(2만826표·44.89%)를 3117표 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승부는 동해 최대 인구 밀집지역인 북삼동과 북평동에서 갈렸다. 이 당선인은 북삼동에서만 1985표 차, 북평동에서 846표 차 우위를 보이며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반면 김 후보는 묵호·발한 등 전통 보수 강세지역에서 선전했지만 도심 표심을 되돌리지는 못했다.

이정학 당선인은 김남정 선거대책본부 총괄본부장을 인수위원장으로 하는 시장직 인수위원회를 오는 10일쯤 출범시킬 예정이다. 행정혁신·경제산업·문화관광 등 6개 분과 중심의 실무형 인수위가 꾸려진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양양은 김진하 리스크, 동해는 심규언 리스크가 지방선거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며 "두 지역 모두 민주당 승리라기보다 기존 권력에 대한 실망과 변화 요구가 표출된 선거라는 해석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wgjh654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