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시장 승부 어디서 갈렸나…김중남 승리 이끈 '가뭄 민심·사전투표'

김중남 ,아파트 밀집지 교1동 비롯 성덕·내곡동서 4500표 이상↑
김홍규, 주문진·읍면권 이기고도 도심 방어 실패

김중남 6·3 지방선거 더불어민주당 강원 강릉시장 후보가 개표 상황을 지켜보다 당선이 유력시 되자 가족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6.6.4/뉴스1 윤왕근 기자

(강릉=뉴스1) 윤왕근 기자 = 지난해 여름 사상 최악의 가뭄으로 제한급수 직격탄을 맞았던 강원 강릉 도심 아파트 밀집지역이 보수세가 압도했던 지역의 정치지형까지 뒤흔든 것으로 나타났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강릉시장 선거에서 김중남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교1동과 성덕동, 내곡동, 홍제동 등 대단지 아파트 지역에서 압도적인 우세를 보이며 강릉 최초 민주당계 시장에 당선됐다.

반면 김홍규 국민의힘 후보는 주문진읍 등 전통적인 보수 강세 지역에서는 우위를 보였지만 인구가 집중된 도심권 표심을 붙잡지 못하며 재선 도전에 실패했다.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김중남 당선인은 5만8350표(51.19%)를 얻어 김홍규 후보(4만8478표·42.53%)를 9872표 차로 제쳤다. 김동기 무소속 후보는 7142표(6.26%)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승부를 가른 것은 사전투표였다.

김 당선인은 관외사전투표에서 1만53표를 얻어 김 후보(4155표)를 5898표 차로 앞섰다. 전체 승리 격차의 약 60%가 관외사전투표에서 발생했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인 3일 강원 강릉시 관동하키센터에 마련된 강릉시 개표소에서 개표 사무원들이 투표용지를 분류하고 있다. 2026.6.3 ⓒ 뉴스1 윤왕근 기자

관내 사전투표 역시 대부분 지역에서 김 당선인이 우위를 보였다.

교1동 사전투표에서는 김 당선인이 2561표를 얻어 김 후보(913표)를 크게 앞섰고, 성덕동에서도 2551표 대 868표로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다. 내곡동 역시 1610표 대 557표로 세 배 가까운 격차를 냈다.

지역별로 보면 도심 아파트 밀집지역과 읍면권의 표심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교1동에서는 김 당선인이 6596표를 얻어 김 후보(4969표)를 1627표 차로 앞섰다. 성덕동에서도 6234표를 얻어 김 후보(4571표)를 1663표 차로 따돌렸다. 이번 선거 최대 격차 지역이다.

내곡동 역시 4400표를 얻어 김 후보(3104표)를 1296표 차로 제쳤다.

홍제동(+589표), 송정동(+522표), 경포동(+533표), 초당동(+306표)에서도 김 당선인이 우세를 보였다. 특히 교1동·성덕동·내곡동 3곳에서만 김 당선인이 4586표를 앞서며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결과가 단순한 정당 지지 성향 변화만으로 설명되지는 않는다고 보고 있다.

김 당선인이 크게 앞선 교1동과 성덕동, 내곡동, 홍제동 등은 지난해 가뭄 사태 당시 제한급수로 가장 큰 불편을 겪었던 대규모 아파트 밀집지역과 상당 부분 겹친다.

당시 강릉시는 오봉저수지 저수율이 급락하자 홍제정수장 급수구역 내 아파트 등 공동주택 113곳, 4만5000여 세대와 대형 숙박시설에 대한 급수를 중단하고 운반급수로 전환하는 초강수를 뒀다.

예고 없는 단수에 가까운 조치가 이뤄지면서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는 생활용수 부족 사태가 벌어졌고, 관리사무소와 방재실에는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 맞벌이 부부와 어린 자녀를 둔 가정이 많은 도심 아파트 단지에서는 불만 여론이 특히 강했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가뭄이 선거 결과를 좌우한 단일 변수라고 볼 수는 없지만 가장 큰 불편을 겪었던 지역에서 현직 시장에 대한 평가가 엄격하게 이뤄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도심 아파트 표심 변화는 이번 선거를 설명하는 중요한 장면"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여름 강원 강릉 가뭄 사태로 인한 아파트 제한급수 당시 한 가정에 그동안 받아놓은 물을 아끼려고 달아놓은 샤워헤더와 물통이 놓여 있다.(뉴스1 DB)ⓒ 뉴스1 윤왕근 기자

반면 김 후보는 주문진읍에서 807표 차로 승리했고 강동면(+348표), 옥계면(+308표), 왕산면(+235표), 중앙동(+247표), 옥천동(+172표) 등에서도 우위를 보였다.

하지만 읍면권 승리만으로는 인구가 집중된 도심권 열세를 만회하지 못했다. 실제 주문진에서 807표를 앞서도 교1동 한 곳에서 1627표를 잃었고, 성덕동에서는 1663표 차로 밀렸다.

'보수 성향 무소속' 김동기 후보의 존재도 관심을 모았지만 결과를 바꿀 정도의 변수는 되지 못했다.

김 후보가 얻은 7142표 전부가 김홍규 후보에게 갔다고 가정해도 김홍규 후보는 5만5620표로 김 당선인 득표수에 미치지 못한다.

결국 이번 선거는 사전투표와 도심 아파트 표심, 그리고 변화 요구가 결합된 결과라는 것이 중론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당선인은 선거 당락이 결정된 이날 새벽 기자들과 만나 "30년 만에 민주당계 시장이 탄생한 것은 강릉의 현실이 그만큼 절박하다는 시민들의 판단이 반영된 결과"라며 "기존 정치세력만으로는 미래 먹거리와 도시 발전을 이끌기 어렵다고 시민들이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wgjh654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