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당선인]8년 전 665표 차 패배, 이번엔 승리…속초 이병선의 설욕전

'시정 파트너→정적' 김철수와 전현직 리턴매치
50.08% 득표로 시장직 수성…과열로 생긴 지역 갈등 봉합 '과제'

이병선 6·3 지방선거 국민의힘 강원 속초시장 후보가 표상황을 지켜보다 당선이 유력시 되자 승리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이병선 후보 캠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6.4/ 뉴스1

(속초=뉴스1) 윤왕근 기자 = 2018년 지방선거, 승부는 665표 차로 갈렸다. 당시 현직 시장이던 이병선 후보는 자신의 부시장이었던 김철수 후보에게 속초시장 자리를 내줬다. 8년 동안 이어진 두 사람의 정치적 악연은 이번 선거에서 다시 맞붙었고, 결말은 달라졌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강원 속초시장 선거에서 이병선 국민의힘 후보가 김철수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꺾고 재선에 성공했다. 이 당선인은 50.08%를 득표해 김 후보(43.87%)와 염하나 무소속 후보(5.31%)를 앞섰다.

이번 선거는 단순한 여야 대결이 아니었다. 한때 시장과 부시장으로 속초시정을 함께 이끌었던 전·현직 시장의 리턴매치였다.

두 사람의 인연은 오래됐다. 속초고 선후배 사이인 이 당선인과 김 후보는 과거 같은 시정 안에서 손발을 맞췄다. 민선 6기 속초시장에 당선된 이 당선인은 당시 속초시 기획감사실장이던 김 후보를 부시장으로 발탁했다. 광역자치단체 파견이 일반적이던 당시, 내부 승진을 통한 부시장 임명은 속초 민선 지방자치 역사에서도 이례적인 인사로 평가됐다.

하지만 정치는 두 사람을 경쟁자로 만들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김 후보는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현직 시장이던 이 당선인을 꺾었다. 격차는 665표였다. 득표율은 김 후보 44.32%, 이 후보 42.64%였다. 이 당선인에게는 정치 인생에서 가장 뼈아픈 패배 중 하나였다.

4년 뒤 이 당선인은 시장직 탈환에 성공했다. 그리고 이번 선거에서 다시 김 후보와 정면으로 맞붙어 8년 전 패배를 설욕했다.

6·3 지방선거 속초시장 선거에서 맞붙는 김철수 더불어민주당 후보(사진 왼쪽)와 이병선 국민의힘 후보.(뉴스1 DB)

이번 승리는 강원 동해안 선거 구도에서도 의미가 작지 않다. 동해안 6개 시군 가운데 4곳에서 민주당 후보가 승리한 가운데, 이 당선인은 속초를 지켜내며 국민의힘의 동해안 보수 벨트 마지막 축을 지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선거 과정은 치열했다. 양측은 TV토론회 발언과 현수막, SNS 게시물,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 등을 놓고 선거관리위원회와 경찰에 잇따라 고발장을 제출했다. 민주당은 이 당선인의 허위사실 공표 의혹을 제기했고, 국민의힘은 김 후보 측의 선거운동 방식과 SNS 게시물 등을 문제 삼으며 맞섰다.

막판까지 이어진 고소·고발전은 이번 속초시장 선거를 상징하는 장면이 됐다. 전·현직 시장의 두 번째 대결은 정책 경쟁 못지않게 감정의 골이 깊었던 승부로 기록됐다.

개표 결과가 확정된 뒤 김 후보는 패배를 인정했다. 그는 "이번 속초시장 선거에서 저의 부족함으로 패배했다"며 "당선되신 이 후보님께 축하를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를 믿고 지지해 주신 더불어민주당 당원과 시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며 "앞으로도 속초 발전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최선을 다해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이 당선인은 민선 6기와 민선 8기에 이어 민선 9기까지 속초시정을 이끌게 됐다. 속초 정치권에서 다시 한번 존재감을 확인한 셈이다.

과제도 만만치 않다. 속초 역세권 개발과 관광산업 고도화, 설악동 재도약, 청년 인구 유출 대응 등 굵직한 현안이 기다리고 있다. 무엇보다 치열했던 선거 과정에서 갈라진 민심을 하나로 묶는 일이 첫 과제로 꼽힌다.

8년 전 665표 차 패배에서 시작된 악연은 이번 선거로 일단락됐다. 이제 이 당선인에게 남은 과제는 설욕이 아닌 전·현직 시장의 대결로 갈라진 속초 정치를 지역 발전의 동력으로 바꾸는 일이다.

wgjh654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