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보다 의혹…강릉시장 선거, 'AI 실체공방·체육회 논란'에 함몰
양측 상호 고발전 이어 기자회견·성명전 반복…유권자 피로감 커져
- 윤왕근 기자
(강릉=뉴스1) 윤왕근 기자 = 강원 강릉시장 선거가 정책 경쟁보다는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실체 공방과 강릉시체육회 선거개입 논란으로 이전투구 양상을 보이고 있다.
김중남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홍규 국민의힘 후보는 최근 일주일 넘게 AI데이터센터 사업의 실현 가능성과 체육회 선거개입 의혹을 둘러싸고 정면 충돌하고 있다.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정작 시민 삶과 직결된 공약 경쟁은 사라지고 의혹 제기와 반박만 반복된다"는 비판론이 일며 피로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김홍규 후보는 지난 26일 강릉 선거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상호·김중남 표' AI데이터센터 공약을 정조준했다.
김 후보는 "김중남 후보 측은 당초 '최대 70조 원 규모 AI데이터센터 유치 확정', '20만 개 일자리', '최대 10조 원 세수 증대'를 내세웠다가 최근에는 '최소 20조~최대 70조 원'으로 표현을 바꿨다"며 "50조 원 차이를 두고 고무줄 공약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세수 10조 원이라는 표현 아래 작은 글씨로 '연 3300억 원'을 적어놓은 것도 시민 혼란을 키우는 방식"이라며 "회사 이름과 구체적 협의 대상도 밝히지 못한 채 유치 성공을 이야기하는 것은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는 자신이 추진해 온 AI데이터센터 사업과 관련해서는 "이미 한전과 전력 계약까지 마쳤고 투자 재원도 공개했다"며 "시행사가 유저와 투자 재원까지 확보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GW 규모 데이터센터 유치가 임기 내 이뤄지지 않으면 시장직을 사퇴하겠다"며 김중남 후보를 향해 같은 수준의 정치적 책임을 약속하라고 압박했다.
강릉 AI데이터센터 논란은 이번 선거 최대 변수 중 하나로 꼽힌다.
현재 강릉시와 민간 SPC(특수목적법인) 강릉디씨피이에프는 강동면 안인진리 일원 약 7만 평 부지에 총 1GW 규모 AI 데이터센터 특화단지를 추진 중이다. 사업비는 데이터센터 건립 기준 약 13조 8000억 원, 전체 투자 규모는 약 69조 8000억 원 규모로 제시됐다.
다만 시행사 측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 실사를 전제로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하면서도 비밀유지계약(NDA)을 이유로 참여 기업명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지역사회에선 사업 실체와 실현 가능성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져 왔다.
반면 민주당 측도 '강릉 AI 데이터센터' 유치로 맞불을 놓은 상태다.
우상호 후보는 지난 15일 선거대책본부 출범식에서 별도 AI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우상호 후보는 당시 "강릉 일대 최대 70조 원 규모 AI 데이터센터 유치에 성공했다"며 "국내 5대 대기업 가운데 한 곳과 최종 협의를 마쳤다"고 밝혔다. 이에 김중남 후보 역시 해당 프로젝트를 핵심 성장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결국 '김진태·김홍규표 AI데이터센터'와 '우상호·김중남표 AI데이터센터'가 동시에 등장한 셈인데, 양측 모두 참여 기업 공개에는 제한적 태도를 보이면서 실체 공방만 커지는 상황이다.
AI데이터센터 논란이 커지자 무소속 김동기 후보까지 가세했다.
김 후보는 지난 19일 강원일보·강원도민일보·G1방송 공동 주최 후보자 토론회에서 "민주당이 김홍규 후보의 데이터센터 사업을 '제2 대왕고래'라고 비판했는데, 김중남 후보의 70조 원 데이터센터 이야기를 듣고는 '제3 대왕고래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입주 기업과 위치, 전력망 계획 등이 공개되지 않아 시민들이 불안해한다"고 양측을 비판했다.
여기에 최근 불거진 강릉시체육회 선거개입 논란까지 겹치며 선거전은 더욱 과열되는 분위기다.
논란은 지난 20일 김중남 후보 측이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보도를 근거로 "강릉시체육회장이 근무시간 중 직원과 관계자들을 소집해 특정 후보 지지를 유도했다"는 취지의 의혹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민주당 강릉시의원들은 성명을 내고 "휴대전화 수거와 출입 통제 의혹까지 제기된다"며 김홍규 후보와 강릉시체육회장의 사과 및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특히 김 후보 배우자가 현장에 참석해 지지를 호소했다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논란은 정치권 전면전으로 번졌다.
김 후보 역시 이날 기자회견에서 "제 배우자는 종합운동장 앞에서 관광버스를 기다리던 어르신들과 교육청 관계자들에게 인사하러 갔다가 함께 이동한 것뿐"이라며 "단순 인사를 마치 중대한 문제처럼 왜곡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체육회장은 시장이 임명하는 자리가 아니라 체육단체 대의원들이 선출하는 자리"라며 "체육회 운영에 관여한 적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중남 후보 선대위도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릉시체육회 선거개입 의혹과 관련해 "관권·조직선거 범죄"라고 주장하며 국가수사본부에 체육회장과 김홍규 후보 배우자 등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선대위는 "공직선거법상 공무원 등의 선거관여 금지와 선거운동 관련 규정을 정면 위반한 중대한 범죄"라며 "범죄 은폐를 위해 휴대전화까지 압수한 것은 증거인멸 우려를 보여주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양측은 이미 선거 과정에서 '강릉 물 부족 해결 예산 435억 원 확보' 홍보 문제와 예비후보 홍보물 배포 등을 둘러싸고도 상호 고발전을 벌인 바 있다.
선거 막판 들어서도 양측 기자회견 상당수가 상대 후보 비판과 반박, 맞고발 대응에 집중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각 캠프가 내놓는 자료 상당수도 지지선언이나 단체 간담회, 세 과시성 일정 위주로 채워지며 정책 경쟁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후보 간 미래 비전 경쟁보다 실체 공방과 의혹 제기, 맞고발이 선거판 중심이 되고 있다"며 "정작 시민들이 궁금해하는 지역경제와 관광, 청년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정책 논쟁은 실종된 상태"라고 말했다.
wgjh654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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