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시의회 예결특위, 영랑호 부교 철거 예산 7억 전액 삭감
전임 시장시절 설치한 사업…법원 철거 결정
환경단체 항의…시 "추경 등 확보 검토"
- 윤왕근 기자
(속초=뉴스1) 윤왕근 기자 = 강원 속초시가 내년도 본예산안에 반영한 영랑호 부교(영랑호수윗길) 철거 예산 7억 원이 시의회 심사 과정에서 전액 삭감됐다. 이에 따라 시 집행부와 시의회 간 갈등이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속초시의회는 19일 열린 제349회 제2차 정례회 3차 본회의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시가 제출한 영랑호 부교 철거 예산 전액을 삭감했다. 해당 예산안에는 철거 공사비 6억 6000만 원과 실시설계 용역비 4000만 원이 포함돼 있었다.
이번 예산 심사는 국민의힘 3명, 더불어민주당 2명, 무소속 1명 등 총 6명으로 구성된 예결특위에서 이뤄졌으며, 규정상 의장(민주당 소속)은 심사에 참여하지 않았다.
예산안 심사 내용을 발표한 정인교 시의원은 "집행부에서는 소통의 과정 없이 부교 철거 예산을 일방적으로 편성하고 의회에 제출했다"며 "지난 4년간 부교 관련 환경 영향 평가가 사실상 없었고, 시 집행부가 이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철거에 대한 시민 의견 수렴 절차가 전무했다"고 삭감 결정 근거를 설명했다.
이날 심사 전 부교 철거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속초·고성·양양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들이 회의장 앞에서 부교 철거 예산 통과를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해당 예산 삭감이 확정되자 이들이 항의하면서, 장내에 잠시 소란이 일기도 했다.
이들은 회의가 끝나는 대로 예산 삭감과 관련한 입장을 낼 예정이다.
영랑호 부교는 2021년 민주당 소속 김철수 전 시장 재임 시절인 민선 7기 시정 당시 약 26억 원을 들여 조성됐다. 그러나 개통 직후 환경단체가 영랑호 생태계 훼손을 이유로 주민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7월 법원은 부교 철거 판결을 했다. 다만 판결에 강제력은 부여되지 않았다.
법원 판결 이후 민선 8기 시정은 본격적으로 부교 철거 준비에 착수했으나, 이 과정에서 민주당 시의원 일부가 반발했고, 반대로 환경단체는 조속한 철거를 촉구하며 갈등이 이어졌다.
실제로 민주당 신선익 시의원은 지난달 28일 열린 본회의 7분 발언을 통해 "부교 철거 예산은 전임 시장의 업적을 의도적으로 훼손하려는 정적 말살 예산"이라며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병선 속초시장은 같은 날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예산 편성은 집행부의 고유 권한"이라며 "예산안 편성 전부터 이를 원천 차단하려는 시도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이번 예산 전액 삭감으로 인해 영랑호 부교 철거 일정은 상당 기간 지연될 전망이다. 시는 향후 대응 방향을 검토 중이다.
시 관계자는 "해당 사안은 법원 판결이 난 사항인 만큼, 이행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추진하겠다"며 "필요한 예산을 추경 등 다른 방식으로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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