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다단계 조직 연루…'설악산 촉탁살인' 항소심 첫 공판

"동반 극단선택 위해 여성 동업자 살해, 혼자 살아남아" 자수
1심서 징역 7년 선고…유족 "지속적 가스라이팅 당해" 반발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춘천·강릉=뉴스1) 윤왕근 기자 = 강원 속초 설악산국립공원 둘레길에서 60대 여성을 살해한 뒤 자수한 50대 남성의 촉탁살인 사건 항소심 첫 공판이 26일 오전 열린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제1형사부는 이날 촉탁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A 씨에 대한 항소심 심리에 들어간다.

A 씨는 지난 4월 설악산 둘레길에서 사업적 관계였던 B 씨(60대·여)의 부탁을 받고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사건 발생 약 열흘 뒤인 4월 24일 새벽, "설악산에서 살인을 저질렀다"며 사건이 벌어진 속초 설악산국립공원에서 약 70㎞ 떨어진 강릉경찰서에 자수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B 씨와 동반 극단 선택을 하기로 했지만, 결국 B 씨만 살해하고 혼자 살아남았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그의 자백을 토대로 수색에 나섰고, 같은 날 오전 속초 설악산국립공원 둘레길에서 숨진 B 씨를 발견했다.

수사기관은 두 사람이 함께 투자한 다단계 업체의 자금난과 투자자 모집 실패 등으로 심리적 압박을 받아온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이들이 투자한 다단계 업체 'G 사'는 최근 한국인 변사 사건이 잇따라 발생한 캄보디아 프놈펜에 본거지를 둔 대규모 해외 다단계 조직인 것으로 알려져, 사건의 배경에 의문이 제기됐다.

서울고등법원 춘천재판부 전경.(뉴스1 DB)

이 사건 1심 재판을 맡은 춘천지법 강릉지원 제2형사부는 지난 9월 4일 열린 선고 공판에서 "범행 수법이 잔혹하고 피해자와 유족에게 회복 불가능한 상처를 남겼다"고 지적했다. 다만 자수한 점과 반성 태도를 일부 참작해 징역 7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검찰이 청구한 보호관찰 명령은 기각했다.

선고 직후 피해자 유족은 "징역 7년은 터무니없이 가볍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유족은 "B 씨는 빚도 없고 극단 선택을 할 이유가 없는 사람이었다"며 "A 씨가 다단계 투자 구조를 이용해 지속적으로 가스라이팅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왜 범행을 저지른 장소인 속초가 아닌 강릉경찰서에 자수했는지, 사건 발생 후 열흘간 피고인의 행적도 여전히 의문"이라고 말했다.

1심 이후 검찰과 A 씨 모두 항소하면서 사건은 2심으로 넘어왔다. 항소심에서는 B 씨가 실제로 '촉탁 의사'를 표현했는지 여부, A 씨의 범행 전후 행적, 해외 다단계 조직의 개입 가능성 등이 주요 쟁점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항소심을 앞두고 A 씨는 재판부에 반성문 8건과 반성일기 1건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첫 공판에서 양측의 항소 이유와 입장을 확인한 뒤 향후 심리 일정을 정할 계획이다.

wgjh654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