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 대신 빵…강원 학교마다 대체식으로 점심 해결

교육공무직원 7791명 중 1689명 파업 참여

학교 급식·돌봄 업무 등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20일 총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춘천의 한 초등학교 저학년 교실에서 아이들이 부모가 싸준 도시락을 먹고 있다.2025.11.20 한귀섭 기자

(춘천=뉴스1) 한귀섭 기자 = 학교 급식·돌봄 업무 등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20일 총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강원 지역 학교에는 빵과 음료가 대신 제공됐다.

이날 오전 10시 50분쯤 춘천의 한 초등학교 급식 조리실. 한창 급식준비로 분주해야 할 조리실과 식당은 적막감만 흘렀다. 조리실은 불이 꺼져 있었고, 식당 한쪽에는 이날 학생들이 먹을 음식들이 소분돼 박스에 담겨 있었다.

급식실 문 앞에는 학교급식법 개정을 촉구하는 '100만 청원운동'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이날 학교가 준비한 식단은 롤케이크, 가래떡, 토핑요플레, 포도주스, 우유다. 학교 측은 파업에 대비해 2주 전부터 대체 음식을 준비하고, 학부모들에게 급식이 중단된다는 안내장을 배포했다.

영양사는 쓰레기 봉투를 각 박스에 담았다. 해당 학교는 학생과 교직원 등을 포함하면 총 750명가량 된다. 하지만 급식 조리원은 7명으로 1명당 100명의 식수를 책임지는 셈이다.

학교 급식·돌봄 업무 등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20일 총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춘천의 한 초등학교 급식 조리실의 불이 꺼져 있다.2025.11.20 한귀섭 기자

학교 직원들은 수레로 대체 음식이 담긴 박스를 각 반 앞에 전달했다. 이날 학생 60%가량은 집에서 부모가 싸준 도시락을 가져온 것으로 확인됐다.

급식시간이 되자 초등학교 한 저학년 교실에는 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손을 씻고 자리에 앉아 집에서 싸온 도시락을 펼쳤다. 대부분의 도시락은 김밥, 유부초밥, 볶음밥 등과 과일이 담겨 있었다.

아이들은 옆에 있는 친구들이 싸 온 음식과 비교를 해보기도 했다. 도시락을 준비하지 않은 아이들은 학교가 준비한 빵과 음료를 먹었으면서도 친구들이 싸온 음식들을 나눠 먹기도 했다.

아이들이 오랜만에 옹기종기 모여 음식을 먹자 교실은 웃음으로 가득했다. 한 아이는 친구들에게 "내일은 엄마가 김밥을 싸준다고 했다"고 자랑을 하기도 했다.

학교 급식·돌봄 업무 등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20일 총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춘천의 한 초등학교 급식실이 적막감만 흐르고 있다.2025.11.20 한귀섭 기자

해당 학교 관계자는 "파업 예고 2주 전부터 가정에 안내문 등을 통해 안내했다"며 "영양사 선생님이 준비한 식단보다는 영양적인 면에서 떨어지지만 최대한 미리 대체식을 준비했다. 그래도 아이들이 도시락을 많이 싸와 무리 없이 정상 수업까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원주의 한 초등학교도 조리사 파업으로 대체식으로 진행하겠다고 학부모들에게 안내했다. 안내문에는 12시 급식 시간을 고려해 시간이 경과해도 상하지 않을 음식으로 보내달라고 당부했다. 다만 단축 수업은 없었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강원지부는 이날 오전 춘천 호반체육관 앞에서 파업 출정식을 가진 뒤 오후 국회 앞에서 파업대회를 갖는다. 노조는 △최저임금 이상 기본급 보장 △방학 중 무임금 구조 개선 △근속임금 차별 해소 △명절휴가비 120% 동일 기준 적용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이날 강원 교육공무직원 7791명 중 1689명(22%)이 파업에 참여했다. 강원 지역 660곳 학교 중 404곳 학교는 대체식으로 실시되며, 급식을 미실시하는 학교는 15곳이다.

초등학교 346곳 중 15곳, 272개 유치원 중 4곳은 늘봄학교와 방과 후 돌봄 등을 운영하지 않는다.

han12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