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예권 피아노 선율, 호스피스 병동 적신다…'하슬라국제예술제' 18일 개막
18~26일…강릉아트센터 등 곳곳서 공연
미디어아트 등 융합…조재혁 감독 "가뭄 아픔 예술로 치유"
- 윤왕근 기자
(강릉=뉴스1) 윤왕근 기자 = 강원 강릉의 가을이 다시 예술로 물든다.
하슬라국제예술제와 강릉아트센터가 주관하는 제2회 하슬라국제예술제가 오는 18~26일까지 강릉아트센터를 비롯해 초당성당, 강릉아산병원, 갈바리의원 등 강릉 곳곳에서 열린다.
올해의 주제는 '선물(Gift)'이다. 예술가의 재능을 하늘로부터 받은 선물로 보고, 이를 시민과 나누며 예술이 완성된다는 뜻을 담았다.
하슬라국제예술제는 지난해 '더 비기닝(The Beginning)'으로 출발해 올해 두 번째를 맞았다. 지난해 예술제가 클래식 음악이 중심이었다면, 올해는 문학, 연극, 미디어아트 등 다양한 장르가 어우르며 강릉을 무대로 한 종합 예술제로 자리잡겠단 심산이다.
조재혁 예술감독은 "하슬라국제예술제는 '음악제'가 아니라 '예술제'로, 올해는 문학, 연극, 미디어아트까지 융합했다"며 "매년 예술제에서 새로운 장르와 결합을 시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예술제에서 주목할 무대는 가장 특별한 '갈바리의 선물(Calvarys Grace)'이다.
강릉의 호스피스 시설인 갈바리의원에서 열리는 이 공연은 환우와 가족, 봉사자를 위한 비공개 무대다. 이날 공연에선 국내 대표 피아니스트 선유예권이 참여해 따뜻한 위로의 선율을 전한다.
갈바리의원에서의 공연은 지난해 예술제에서도 이뤄져, 환우와 병원 관계자의 극찬을 얻어낸 바 있다.
조 감독은 "예술이 누군가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순간, 그것이 진짜 선물"이라며 "올해 가장 조용하지만 가장 의미 깊은 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연이 열리는 갈바리의원은 1965년 개원한 아시아 최초 호스피스 병원이다. 호주에서 파견된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 수녀들이 세운 이 병원은 호스피스라는 용어조차 없던 시절, 생애 마지막을 앞둔 환자들의 동반자가 되어준 곳으로, 60년 가까운 헌신의 세월이 서려 있다.
문학과 음악, 미디어아트를 결합한 공연 '추일서정(秋日抒情)'도 눈길을 끈다. 김광균 시인의 시 세계를 음악극으로 재구성한 작품으로, 작곡가 최우정, 배우 김미숙, 소프라노 이명주,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이 참여한다.
가족 단위 관람객을 위한 'For Kids and Kidults: 동물의 사육제', 일본 연주자들과 함께하는 한일 교류무대 '하슬라크(Hasl’Arc)' 시리즈도 마련됐다.
개막 공연은 피아니스트 이경숙과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가 모차르트, 드보르자크, 쇼스타코비치를 연주하며 문을 연다. 폐막 무대는 조재혁, 송영훈, 미우라 후미아키가 결성한 '트리오 하슬라(Trio Hasla)'와 강릉시립교향악단이 함께하는 베토벤 3중 협주곡, 스트라빈스키 '불새'로 장식된다.
특히 조재혁 감독은 이번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강릉의 가뭄 사태를 지켜보며 예술로 아픔을 치유하고, 가뭄 극복을 축하하고 싶었다고 한다.
조 감독은 "올해 강릉의 가뭄 상황을 지켜보며 시민들의 고통을 느낄 수 있었다"며 "이번 예술제가 그 위로와 감사의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강릉의 예술제는 강릉시민의 것이 돼야 한다"며 "강릉이 대한민국 문화예술의 중심이 되는 날까지 계속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wgjh654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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