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수 직전' 겨우 넘긴 강릉 가뭄…'물 걱정 없는 도시' 대책 시급

'물 부족 도시'서 '워터밤' 여는 속초…물 관리에 보인 10년 진심
강릉시 "하루 12만톤 공급체계 갖출 것" 각오

말라버린 오봉저수지.(뉴스1 DB) ⓒ News1 김성진 기자

(강릉=뉴스1) 윤왕근 기자 = 강원 강릉은 올 여름 100일 넘게 이어진 극심한 가뭄을 시민들의 절수와 전국적인 지원으로 겨우 버텨냈지만 수질 논란과 행정 불신은 여전하다. 기후 위기가 상시화되는 상황에서 단기 처방만으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점이 이번 사태가 남긴 가장 큰 교훈이다. 전문가들은 이제 강릉이 '물 걱정 없는 도시'를 만들기 위한 항구적 대책 마련에 본격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뼈아픈 교훈 남긴 강릉 가뭄사태

강릉은 올 여름 오봉저수지 저수율이 역대 최저치인 11%대까지 떨어지며 아파트 등에 대한 제한 급수가 강화됐다. 주문진·연곡·왕산면을 제외한 11만여 세대가 밸브를 잠근 채 물을 아껴 써야 했고, 시민 불편과 경제적 타격이 이어졌다. 관광객 감소, 상권 침체, 지역경제 위축은 가뭄의 직격탄이었다.

결국 24년 만에 도암댐 물줄기를 열어 수원을 확보했지만, '늑장 대응', '땜질식 처방'이라는 비판도 피하지 못했다. 극한의 상황을 시민들의 절수 동참과 전국적 지원 속에 버텨냈지만, 다시 비슷한 위기가 닥친다면 같은 혼란을 반복할 수 있다는 불안이 남았다.

속초 싸이 흠뻑쇼.(속초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만성적 물 부족' 속초 사례가 보여준 길

강릉과 불과 70㎞정도 떨어진 인접 속초시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강릉보다 심각한 물난리에 시달렸다. 설악산에서 발원해 도심을 지나 동해로 흘러드는 쌍천은 길이가 불과 11㎞에 불과하고 경사가 급해 빗물이 곧장 바다로 빠져나갔다.

가뭄이 이어지면 하천 바닥이 바싹 말라붙었고, 시민들이 비닐을 깔아 조금이라도 물을 가두려 애쓰는 장면은 속초의 '가뭄 풍경'으로 익숙했다. 여름철 관광객이 몰리면 물 부족은 더욱 악화됐고, 2018년을 비롯해 수차례 제한 급수가 단행됐다. 관광도시라는 속초의 명성은 물 문제 앞에 번번이 발목을 잡혔다.

그러나 현재는 안정적 수자원 체계를 확보하며 '워터밤', '흠뻑쇼' 등 물 축제를 치를 정도로 여유를 보이고 있다. 쌍천 제2지하댐, 암반관정, 도수관로 등 다변화된 비상 수원이 핵심이다.

속초의 변화는 단순히 댐 하나를 세운 결과가 아니다. 10여 년간 지방권력 교체 유무를 떠나 단계적으로 지하댐을 확충하고, 관정을 늘리고, 관망을 정비하는 종합 대책이 이어졌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속초시 정수장별 급수구역·비상취수원 위치도.(속초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강릉도 지하댐 건설…"종합적 수자원 관리대책 있어야"

강릉도 연곡 지하댐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지하댐은 지하 차수벽으로 지하수를 가두는 방식으로, 흔히 ‘지하 저수지’라 불린다. 지상 저수지와 달리 증발 손실이 적고 수질·수온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으며, 하천 생태계를 크게 해치지 않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연곡 지하댐의 완공 시점은 2027년 말로, 앞으로 최소 2년은 가뭄 때마다 위기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또 강릉의 지형 특성상 속초처럼 효과적인 저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 9월 10일 오후 강원 강릉시 오봉저수지가 바짝 말라붙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 News1 김진환 기자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최근 뉴스1에 "속초 제1지하댐은 해수 유입 차단, 제2지하댐은 지하수 저류 효과를 노린 것”이라며 "속초는 협곡 지형 덕분에 지하 콘크리트 벽체를 설치해 효과적으로 지하수를 저장·활용할 수 있었다. 이로 인해 속초의 만성적인 물 부족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연곡은 평야 지형으로 물이 쉽게 퍼지기 때문에 쌍천 같은 협곡형 지하댐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며 “하천 상류에 적절한 부지가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강릉이 매년 반복되는 물 부족 문제에서 벗어나려면 지하댐 건설도 필요하지만, 종합적 수자원 관리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강릉시도 앞으론 남대천 제2취수장 가동, 홍제·연곡정수장 증설 등으로 하루 12만 톤 이상 공급체계를 갖출 계획이다.

김홍규 강릉시장은 지난달 23일 재난사태 해제 관련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오봉저수지 의존을 벗어나 다변화된 용수 체계를 확립하겠다"고 강조하며 "절수에 참여해주신 시민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 드린다"고 말했다.

wgjh654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