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함정까지 강릉으로 물 나르고 주민들은 샘터로 ‘급수 총력전’(종합)

5000톤급 해경 함정 600톤 물 싣고 강릉 접안
시, 4일부터 전 시민에 생수 배부…시장 곳곳 '휴업' 문구

동해지방해양경찰청과 소방당국이 3일 오전 강원 강릉시 강동면 안인리 염전부두(안인화력발전부두) 인근에서 삼봉호(5001함·5000톤급 독도 경비함)를 이용해 긴급 급수 대민지원을 하고 있다. 이날 해경이 동해시에서 싣고 온 600톤의 물은 소방차를 이용해 강릉 홍제정수장으로 옮겨질 예정이다. 2025.9.3/뉴스1 ⓒ News1 윤왕근 기자

(강릉=뉴스1) 윤왕근 한귀섭 기자 = 사상 최악의 가뭄으로 재난사태가 선포된 강릉에 3일 독도를 지키던 5000톤급 해경 경비함정이 '물 수송선'으로 투입됐다. 전국에서 모인 생수 199만 병은 시민 1인당 12리터씩 나눠질 예정이다. 그럼에도 식수원 저수율 14%가 붕괴되자 전통시장 곳곳엔 '휴업' 안내문구가 붙었고, 시민들은 샘터로 향해 물을 받고 있다.

독도 지키던 해경 5000톤급 함정까지 '급수 대작전'

이날 강릉 안인화력발전소 하역부두엔 해경의 5000톤급 경비함정이 투입돼 급수 작전에 나섰다. 이날 오전 부두에 접안한 해경 삼봉호(5001함)는 평소 독도 해역을 지키는 대형 함정이지만, 이날은 600톤의 생활용수를 싣고 강릉 시민들에게 공급하는 임무를 맡았다. 이는 소방 펌프차 50대 분량이다.

삼봉호는 오는 4일까지 보유 물량을 모두 내린 뒤 복귀하지만, 동해해경은 9일까지 1500톤급·3000톤급 함정도 추가 투입해 150~300톤을 더 공급한다.

권승범 동해해경청 경비계장은 "보통 한 번 출동 시 100톤 안팎을 쓰는데 이번엔 600톤을 가득 실은 이례적 상황"이라며 "대원 40여 명이 2개월 이상 쓸 수 있는 양"이라고 설명했다.

김성종 동해해경청장은 "강릉 시민들의 갈증 해소를 위해 총력을 다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극심한 가뭄으로 재난사태가 선포된 강원 강릉을 돕기위해 전국 각지에서 보내온 생수가 3일 강릉아레나 주차장에 가득 쌓여있다. 시는 이날 기준 2L 짜리 105만3774병, 500mL 93만8750병 등 총 199만병을 확보한 상태다. 확보된 생수는 읍·면·동 5개 권역으로 옮긴 뒤 전 시민에게 배부된다. 시민 1명당 받을 수 있는 생수는 1일 2L씩 총 6일 사용 가능한 12L다. 2025.9.3/뉴스1 ⓒ News1 윤왕근 기자
전국서 모인 생수 199만 병…시민 1인당 12L 배부

같은 날 강릉아레나 주차장에는 전국 각지에서 보내온 생수가 산더미처럼 쌓였다. 강릉시에 따르면 이날까지 확보된 생수는 2L 105만3774병, 500mL 93만8750병 등 총 199만 병(3615톤)이다.

시는 이를 읍·면·동 5개 권역으로 분산해 1인당 12L(1일 2L씩 6일분)를 배부한다. 생수는 4일부터 각 주민센터 계획에 따라 시민들에게 전달되며, 거동이 불편한 노인·장애인 등 재해 취약자는 직원들이 직접 배달한다.

앞서 시는 지난달 29일까지 사회복지시설과 유치원·초·중·고교 등 교육시설에 생수 278톤(2L 13만9000병)을 우선 공급한 바 있다.

김홍규 강릉시장은 "시민 모두가 필요한 만큼 공평하게 물을 나눌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3일 강원 강릉 회산동의 대관령샘터에서 한 주민이 병에 물을 담고 있다.2025.9.3/뉴스1 한귀섭 기자
저수율 13.8%…시장은 '휴업' 주민은 '샘터'로

그러나 저수율은 여전히 곤두박질치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강릉 식수의 87%를 담당하는 오봉저수지 저수율은 이날 13.8%로 전날(14.2%)보다 0.4%포인트 줄었다.

강릉시는 현재 세대별 수도계량기를 75% 잠그는 제한급수를 시행 중이며, 상황 악화 시 시간제·격일제 급수도 검토한다. 농업용수 공급은 이미 전면 중단됐다.

시내에서는 가뭄에 따른 불편이 속출하고 있다. 강릉 중앙시장 일부 점포는 '가뭄으로 3일간 휴업' 안내문을 붙였고, 식당들은 설거지를 한꺼번에 모아 처리하고 있다. 한 업주는 "물이 잘 나오지 않아 청결 문제에 더 신경이 쓰인다"고 토로했다.

공용 화장실 세면대는 물이 나오지 않아 관광객 불편이 이어졌다. 숙박업소들은 수영장·사우나 운영을 중단하기도 했다. 일부 음식점은 영업시간을 단축해 물 사용을 줄이고 있다.

주민들은 대관령 샘터로 발길을 돌리며 절수에 동참하고 있다.

포남동에서 왔다는 진모 씨(50대)는 "다들 물 절약에 동참하고 있고 매번 생수를 사 먹을 수 없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대관령 샘터를 처음 찾았다"며 "오늘 물을 마셔보고 괜찮으면 계속 이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동해지방해양경찰청과 소방당국이 3일 오전 강원 강릉시 강동면 안인리 염전부두(안인화력발전부두) 인근에서 삼봉호(5001함·5000톤급 독도 경비함)를 이용해 긴급 급수 대민지원을 하고 있다. 이날 해경이 동해시에서 싣고 온 600톤의 물은 소방차를 이용해 강릉 홍제정수장으로 옮겨질 예정이다. 2025.9.3/뉴스1 ⓒ News1 윤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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