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한 급수 단골' 속초서 흠뻑쇼·워터밤…'물 걱정' 벗어난 이유
2021년 '63만톤 저장' 쌍천 지하댐 건설 전환점
강릉도 연곡 지하댐 추진…"협곡 지대에 지어야"
- 윤왕근 기자
(속초=뉴스1) 윤왕근 기자 = 극심한 가뭄으로 지난 20일부터 제한 급수에 들어간 강원 강릉과 달리, 인접한 속초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지난달 열린 ‘싸이 흠뻑쇼’에서는 하루에만 75억 원이 소비됐고, 오는 ‘워터밤’ 축제를 앞두고 도시는 들썩이고 있다. 물론 축제 현장에서 사용되는 물은 대부분 살수차를 통해 공급되는 것이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물 부족 도시 속초가 물 축제를 연다”는 소식은 곱지 않은 시선을 불러일으켰다.
만성적인 물난리로 제한 급수의 상징처럼 불렸던 속초. 어떻게 ‘물 걱정 없는 도시’로 바뀔 수 있었을까.
속초는 강릉보다 더 심각한 물난리를 겪어온 도시였다. 설악산에서 발원해 도심을 지나 동해로 흘러드는 쌍천은 길이가 불과 11㎞에 불과하고 경사가 급해 빗물이 곧장 바다로 빠져나갔다. 가뭄이 이어지면 하천 바닥이 바싹 말라붙었고, 시민들이 비닐을 깔아 조금이라도 물을 가두려 애쓰는 장면은 속초의 ‘가뭄 풍경’으로 익숙했다.
여름철 관광객이 몰리면 물 부족은 더욱 악화됐고, 2018년을 비롯해 수차례 제한 급수가 단행됐다. 관광도시라는 속초의 명성은 물 문제 앞에 번번이 발목을 잡혔다.
속초가 물 부족 도시의 굴레에서 벗어난 계기는 2021년 12월 준공된 쌍천 지하댐이다. 사실 속초는 이미 1998년, 바닷물 역류를 막기 위해 제1지하댐을 만들었으나 규모가 작아 한계가 있었다. 이후 지하 26m 깊이에 길이 1.1㎞, 높이 7.7m의 제2지하댐이 건설되면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63만 톤의 물을 저장할 수 있는 이 지하댐은 비상시 시민과 관광객에게 최소 3개월 이상 식수를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평상시 속초시는 제1지하댐에서 하루 4만 1000톤을 취수하며, 갈수기에는 제2지하댐(7000톤)과 암반관정 20곳(2만 3300톤)을 통해 추가 공급이 가능하다.
당시 김철수 전 속초시장을 만나 지하댐 건설을 제안했다는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제1지하댐은 해수 유입 차단, 제2지하댐은 지하수 저류 효과를 노린 것”이라며 "속초는 협곡 지형 덕분에 지하 콘크리트 벽체를 설치해 효과적으로 지하수를 저장·활용할 수 있었다. 이로 인해 속초의 만성적인 물 부족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강조했다.
지하댐은 지하 차수벽으로 지하수를 가두는 방식으로, 흔히 ‘지하 저수지’라 불린다. 지상 저수지와 달리 증발 손실이 적고 수질·수온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으며, 하천 생태계를 크게 해치지 않는 장점이 있다. 속초가 물 부족 도시라는 꼬리표를 떼고 여름 대표 물 축제를 치를 수 있게 된 배경도 여기에 있다.
강릉도 만성적 물 부족을 이겨내기 위해 연곡 지하댐 건설 계획이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완공 시점은 2027년 말로, 앞으로 최소 2년 이상은 기상 상황에 따라 제한 급수 위기를 반복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다.
박 교수는 "연곡은 평야 지형으로 물이 쉽게 퍼지기 때문에 쌍천 같은 협곡형 지하댐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며 “하천 상류에 적절한 부지가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강릉이 매년 반복되는 물 부족 문제에서 벗어나려면 지하댐 건설도 필요하지만, 도암댐 등 기존 자원의 활용 가능성 등 종합적 수자원 관리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날 오전 9시부터 강릉 홍제정수장 급수구역 전역(주문진읍·연곡면·왕산면 제외)에 11만 4000여세대에 대한 '제한 급수'가 시행 중이다. 시는 동 주민센터 직원과 이통장, 그리고 동별로 배치된 상하수도사업소 검침원들을 현장에 투입, 직접 세대를 방문하거나 안내를 통해 밸브 개도율을 50% 잠그고, 물 절약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wgjh654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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