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FC, 춘천시와 결별…내년 강릉서 모든 홈경기 진행(종합)

2026년 1년간 프로축구 모든 경기 강릉서 열려
여야 정치권 책임 공방으로…춘천시는 강원FC에 사과 요구

춘천시청, 강릉시청.(뉴스1 DB)

(강원=뉴스1) 한귀섭 기자 = 강원FC가 2026년도 모든 홈경기를 강릉에서 하는 것으로 최종 확정하면서 춘천시와의 동행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12일 강원FC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까지 ‘2026년 강원FC 홈경기 개최 신청서’ 재공모를 진행한 결과 강릉시가 단독으로 신청했다. 이에 따라 내년 강원FC의 K리그 및 코리아컵 전 경기는 강릉에서 개최된다. 강릉시는 지난 3년과 동일한 경기당 8000만 원을 지원하게 된다. 협약은 1년이다.

앞서 강원FC는 내년 시즌 하반기 경기 개최는 더 높은 입찰가를 제시한 쪽으로 추진하겠단 의사를 두 지자체에 전달했다.

하지만 춘천시는 김병지 강원FC 대표 이사의 사과와 경쟁 입찰을 취소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끝내 공모를 신청하지 않았다. 사실상 김 대표의 ACL 개최 기자회견이 불씨가 됐다는 평가다. 당시 강릉시와 비교를 하면서 춘천시의 행정을 비판한 김 대표는 “내년부터 춘천에서 홈경기를 못 할 수도 있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이후 지역 사회가 김 대표를 비판하는 현수막을 경기가 열리는 춘천 송암동 일대 부착했고, 이를 즉각 철거 하지 않았는 이유로 육동한 춘천시장은 홈 경기에 입장하려다 강원FC 측의 제지로 들어가지 못했다.

강원FC.(뉴스1 DB)

이로 인해 지역사회는 크게 분노했고, 정치권으로 문제가 비화하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구단주인 김진태 지사가 육 시장과 시민들에게 사과했으나, 김 대표는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아 시민들의 불만을 샀다.

강원FC는 2008년 춘천 호반체육관에서 창단식을 가진 뒤 2009시즌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첫 경기를 하면서 프로축구팀의 탄생을 알리고, 도민구단으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당시 태백 출신 이을용 감독과 삼척 출신이자 정경호 강원FC 감독이 강원FC에 힘을 보태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하지만 도민구단의 한계를 드러낸 강원FC는 K리그1 승격이 힘들어지자 도민들의 관심 속에서도 점점 잊혀 갔다. 수백억 원 예산이 드는데도 경기력이 나오지 않자 예산 삭감과 해체 논란이 있을 때마다 도민들의 하나 된 목소리로 반대를 해왔다.

도민들의 염원 속에서 2016년 승격한 강원FC는 2017시즌부터 K리그1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러다 이영표 강원FC가 취임한 뒤로 새롭게 축구붐이 불면서 관중 수도 크게 늘었다.

김병지 강원FC 대표이사

강원FC는 이영표 대표에서 김병지 대표로 교체되는 과정에서 천당과 지옥을 오갔고, 시즌 중반 감독이 교체되는 등 어려움 속에서도 K리그1 자리를 지켜냈다. 또 올림픽과 월드컵 등에서 대표팀 선수들의 활약에 축구붐이 일었다.

이 과정에서 춘천과 강릉이 분산 개최를 했고, 양 도시는 순위 싸움이 치열해지는 하반기에 관중 유입량, 팬증가, 지역 노출 빈도 등의 효과가 크다는 것을 확인했다.

양 도시 모두 하반기 개최를 선호하자 강원FC는 결국 경쟁 입찰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결국 춘천시가 공모에 참여하지 않자 국민의힘 춘천시의원들은 강원FC 홈 경기 공모에 참여하지 않은 육 시장을 비판했고, 더불어민주당 시의원들은 육 시장을 옹호하고 김 대표를 비판했다.

강원도청.(뉴스1 DB)

강원FC 측은 "공모 과정에서 특정 지자체의 요구나 전제 조건이 반영될 경우 평가의 형평성과 객관성이 저해될 수 있다"며 "강원FC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단일 기준에 따른 투명한 절차를 유지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도민의 관심과 애정으로 탄생한 강원FC는 창단 때부터 도민을 위해 달려왔다”며 “도민구단으로서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춘천시도 입장을 내고 "강원FC가 시민과 축구팬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를 공식적으로 표명하고, 동등한 파트너로 존중한다는 원칙이 모든 절차와 운영에 분명히 반영되어야만 협의에 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상·하반기 경기의 균형 있는 배정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분쟁을 예방하기 위한 표준 절차 마련과 도·구단·지자체가 참여하는 3자 협의체 운영 등 구조적 개선 논의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했다.

han12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