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거래사] 대기업 간부서 농부 변신…정선서 대한민국 1% 사과 도전
기아차 출신 김홍태씨, 사과 농원 '홍 애플팜' 세워 대표로
퇴직 후 4년간 치밀하게 농장 가꿔…올해 5톤 첫 수확 예상
- 신관호 기자
(정선=뉴스1) 신관호 기자 = “백두대간의 중심 강원도 정선에서 대한민국 1%의 사과를 만들겠습니다.”
강원 정선에 자리를 잡고 고품질의 사과를 만들기 위해 매진한지 4년째인 ‘홍 애플팜’ 농원 대표 김홍태씨(56)의 각오다.
김홍태 대표는 대기업인 기아자동차를 퇴직 후 귀농에 나섰다.
김 대표는 1991년부터 2017년까지 27년간 기아자동차에서 근무한 샐러리맨이었다. 유럽공장에서 5년간 근무한 적 있으며 본사 총무팀장을 역임하기도 한 대기업의 핵심인력이었다.
이런 그가 대한민국의 대표 사과를 생산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다. 대한민국 1%의 사과를 만들겠다는 것이 그의 결심이다.
그는 퇴직 후 귀농준비를 위한 각종 준비에 나섰으며 아내 이승조씨(53)와 현재 홍 애플팜을 이끌고 있다.
김 대표는 “2017년 4월 퇴직 후 중장비와 굴삭기, 지게차 면허를 취득하면서 귀농준비에 나섰다”며 “그해 12월 강원도 정선군 임계면으로 주소지를 옮기며 귀농을 시작했다”고 귀농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이후 김 대표는 2018년 4월 해당 주소지 주변 토지 약 7722㎡(2340평)를 매입 후 과원 만들기와 주택 신축에 나섰으며 1년이 지난 2019년 4월 사과나무 700그루 식재와 수확을 위한 준비를 이어왔다.
드디어 9월 첫 수확이 이뤄지면서 연내 약 5톤의 사과를 생산할 예정이다.
퇴직 후 귀농에 나선지 4년째 첫 수확과 함께 김 대표의 꿈이 본격화하게 되는 것이다.
김 대표가 사과 생산을 위해 정선에 둥지를 튼 이유는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비수도권 출신인 사람이 귀농‧귀촌을 결심할 때 그 대상지 중 한 곳으로 고향을 생각해보기 마련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고향인 경북 상주가 아닌 강원 정선을 그 터로 삼았다. 김 대표는 “귀농 전 사과 재배에 관심이 많았는데, 사과생산을 위한 알맞은 기후 풍토가 점차 북상하고 있다는 특성을 고려했다”며 “최소 해발고도가 500고지 이상인 지역을 찾던 중 강원도 중에서도 사과의 주 생산지가 되고 있는 정선 임계지역을 선정하게 됐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그래서 김 대표 부부의 홍 애플팜은 정선군 임계면 새벼리길 해발 520고지에 위치해 있다.
김 대표는 “사과가 다소 서늘한 기후를 좋아하는 특성상 해발 고도가 높은 지역이 재배에 유리하고 병해충도 적다”며 “특히 낮과 밤의 온도차가 크고, 야간의 온도가 20도 정도일 경우 사과의 과육이 단단해져 아삭한 식감도 더욱 두드러진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온도차는 사과의 인위적인 색을 지양하고, 사과가 자연적으로 익는데 매우 유리하다”며 “최근 정선 임계사과가 소비자들에게 좋은 호응을 받는 것도 이런 지형적 장점이 있기 때문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현재 정선 사과농장주로 성장한 김 대표는 지금까지 지역의 귀농지원을 최대한 활용했다.
김 대표는 “귀농을 결심한 후 각종 귀농을 위한 맞춤 교육을 정선군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받았다”며 “특히 귀농할 때 이웃들과 겪을 수 있는 갈등을 방지하기 위한 ‘갈등관리 해소’와 같은 교육도 이수, 보다 편안한 귀농과 정착을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김 대표가 받은 교육은 이뿐만이 아니다. 안전관리 사항부터 사과 재배를 위한 심화과정을 모두 정선군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받았다.
김 대표는 “귀농에 나서면서 정선군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농기계관리와 사용에 필요한 안전교육을 받았고, 3년에 걸쳐 사과 기초반 및 농업대학을 다니면서 심화과정을 이수할 수 있었다”며 “더욱이 블로그 관련 교육도 수료하고 그 운영 방법도 배웠다”고 했다.
이외 공공기관의 각종 지원사업도 그의 귀농 정착에 힘이 됐다고 한다. 그는 “토지 구매 시 정착지원금이 필요했는데, 연 2%의 금리와 5년 거치 10년 분할 상환이라는 좋은 조건으로 한 자금지원이 힘이 됐다”며 “또 과수 기반시설공사와 운반차, 농장 간판, 스마트 스토어 개설, 농산물 수집상자 보조, 포장상자 보조사업 등을 기관의 여러 지원이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의 노력도 만만치 않다. 김 대표는 귀농 후 정선군농업회의소 주관으로 진행된 정선군 귀농, 귀촌 사례 공모전에서 입상했으며 강릉원주대 강원농업마이스터대학 모범상을 받았다.
아리아리농업대학도 수료하면서 농촌진흥청장의 공로상과 정선군수의 우수상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제 그간 노력의 첫 결실이 목전 앞에 있다. 연내 5톤의 예상 생산량과 함께 내년 우수 농산물 인증(GAP)도 준비 중이다.
GAP는 소비자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인증이다. 사과가 생산점이 올해인 만큼, 내년 인증 추진을 앞두고 있다. 그를 위한 계획도 다양하며 선별과정도 탄탄하게 마련 중이다.
김 대표는 “우리 사과는 기본적으로 4번의 선별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먼저 육안으로 구분해 선별하고 수확하는 과정을 거친다”며 “사과의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람이 하나하나 수확하고, 그 사과는 경험이 많은 사람에 의해 2차 선별을 거치게 돼 있다”고 소개했다.
또 “2차 선별과정에서 상처가 있거나 색이 제대로 나오지 않은 것은 솎아내고, 이 단계들을 거친 사과는 선별기를 통해 다시 크기와 무게에 따라 분류된다”며 “끝으로 포장 작업 시 최종 점검을 거친다”고 생산기준을 밝혔다.
사과의 당도와 색을 위한 세부적인 복안도 있다. 김 대표는 “당도나 색을 위한 유전자 조작 약제는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소비자에 대한 약속이다”며 “높은 해발고도와 기온을 이용한 자연적인 맛을 나타내고 효율적인 칼슘 사용 방안도 있다”고 설명했다.
본 수확에 앞서 안전한 배송 대책도 구축한 상태다. 정선군 사과협의회에서 공동으로 제작한 상자(5kg, 10kg 단위)로 포장하기로 했으며 속지 포장까지 더해 손상을 최소화한다는 것이다. 주문 즉시 최적의 온도에서 보관 저장된 사과를 포장해 배송, 최적의 품질을 유지하는 방안도 마련돼 있다.
여기에 김 대표는 가공 사업과 체험 형 농장 구축사업도 계획 중이다. ‘가족의 사과 만들기’ 사업이 그 계획 중 하나다. 가족단위로 1년씩 사과나무를 분양하고, 그 나무의 사과가 성장하는 과정을 수시로 계약자에게 알려주면서 수확한 과일을 보내주는 등의 프로그램이다. ‘치유농장’도 마찬가지다. 환자와 그 가족이 농업현장에서 체험 활동을 하면서 휴식할 수 있는 공간도 제공한다는 계획이 김 대표의 생각이다.
김 대표는 “최소 3년 이내 대한민국 1%의 사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 1차 목표고, 추후 체험과 치유농장 만들기 사업도 조속히 추진할 것”이라며 “가공 산업을 통한 6차 산업도 계획 중이고, 행복한 농부가 만들어낸 행복한 사과를 만들고 싶다”고 비전을 밝히기도 했다.
후배 귀농인을 위한 생각도 밝혔다. 김 대표는 “본인이 원하는 일과 적합한 곳을 귀농지로 삼는 게 중요하다. 또 충분한 경영비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한 대목이다”며 “귀농은 준비한 만큼 성공의 기회가 큰 것 같고, 준비할 때 충분한 고민과 귀농에 필요한 사항을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 농부의 발걸음을 먹고 산 곡식은 농부의 준 사랑과 땀만큼 그 이상의 보상을 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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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매년 40만~50만명이 귀농 귀촌하고 있다. 답답하고 삭막한 도시를 벗어나 자연을 통해 위로받고 지금과는 다른 제2의 삶을 영위하고 싶어서다. 한때 은퇴나 명퇴를 앞둔 사람들의 전유물로 여겼던 적도 있지만 지금은 30대와 그 이하 연령층이 매년 귀촌 인구의 4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농촌, 어촌, 산촌에서의 삶을 새로운 기회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뉴스1이 앞서 자연으로 들어가 정착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예비 귀촌인은 물론 지금도 기회가 되면 훌쩍 떠나고 싶은 많은 이들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