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계절 근로자 진단(하)] 농민도 계절근로자도 "체류기간 3개월은 짧아"

계절근로자 업무 능력 부족해 가르칠 시간도 필요
농민들, 임금 대비 효율 떨어져 인력사업소서 구인

편집자주 ...법무부는 농번기 극심한 구인난 해소를 위해 외국인을 단기간 고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농민과 지자체의 숙원을 반영해 2015년부터 외국인 계절 근로자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계절근로자 수가 많아지다 올해 처음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뉴스1 강원본부는 4년차를 맞이한 이 제도의 문제점을 살펴봤다.

지난 13일 강원 양구군 남면 일대 논에서 농민과 고용허가제를 통해 국내에 취업한 외국인 근로자들이 모내기를 준비하고 있다. 양구군에 따르면 관내 외국인 계절근로자 공급 부족으로 일부 농민들이 고용노동부 등을 통해 인력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 News1 이찬우 기자

(강원=뉴스1) 하중천 이찬우 박하림 기자 = 농촌지역 일손을 돕기 위해 농번기 한시적으로 시행되는 외국인 계절근로자 운영기간이 농가는 물론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입국한 근로자들에게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17일 법무부 등에 따르면 외국인 계절근로자 사업은 지자체가 관내 농가에 필요한 근로자 수요를 파악한 후 법무부에 비자발급을 위한 허가절차를 밟는다.

이들은 단기취업비자(C-4)로 도내에 체류하기 때문에 근무 기간은 3개월로 한정돼있다.

여기에 월 2일 휴식 보장, 군에서 개최하는 외국인 계절 근로자 초청 행사 등을 제외하면 실제 근무기간은 80여일에 불과하다.

외국인 계절 근로자는 농사경험이 없어 일을 가르치는데 많은 시간이 소비돼 임금 대비 업무 효율이 떨어진다고 농민들은 입을 모은다.

이 같은 이유로 양구에서 벼농사를 짓는 A씨(65)는 올해 외국인 계절근로자 신청을 아예 포기하고 인력사업소로 발길을 돌렸다.

A씨는 “올해 3명의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했다. 고용허가제로 들어온 외국인 근로자와 계절근로자 간 임금의 차이가 거의 없다”며 “일하는 근로자 중 1명은 한국에서 일한지 2년이 넘어 어느 정도 의사소통도 가능하고 경험이 있어 업무효율도 높다”고 설명했다.

강원 철원 김화읍 권역 하우스단지 모습. 2019.5.17/뉴스1 ⓒ News1 하중천 기자

농가들은 계절근로자가 부족한 상황에서 일손부족 대책으로 인력소개소 등을 통해 외국인 근로자들을 고용하고 있다. 고용허가제를 통해 비전문취업비자(E-9)를 받고 도내에 들어온 외국인 근로자들은 최소 6개월부터 3년까지 국내에서 일할 수 있다.

여기에 1년10개월의 근무기간 연장이 가능하고 고용노동부로부터 ‘성실 외국인’ 인정을 받으면 자국으로 돌아갔다 비자를 받고 다시 입국이 가능해 최대 근무기간은 9년 8개월까지 늘어난다.

농민, 관계 공무원은 계절근로자의 업무능력 부족에 대한 해결책으로 계절 근로자의 체류기간을 3개월에서 최소 5개월로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구군 관계자는 “계절 근로자의 체류기간 연장은 업무 효율 신장의 좋은 대안으로 기대되고 있지만 기간 연장 관련 법안 개정이 발 묶인 채 진전이 없다. 농가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서라도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영월군 북면에서 농사를 짓는 우모씨(56)는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의 근로 기간을 연장해달라는 건의를 해봤다.

하지만 그에게 ‘내국인 취업을 우선시하는 고용노동부의 입김이 더 세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토로했다.

우씨는 “내국인은 일당을 곱으로 준다고 해도 농사 안 짓는 상황에 이게 어떻게 내국인의 일자리를 뺏는 것으로 생각하나”라며 “소비자들이 높은 품질, 안전한 먹거리를 찾을 권리가 있듯이 농가들도 세계 속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합리적인 노동력을 찾을 권리가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법무부는 근로기간을 연장하면 외국인 관리가 어렵다고만 하지 말고 일을 확실하게 해야지 농민들 간만 보고 서로 상처만 남기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계절 근로자 자격으로 입국했다 브로커를 통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건설현장으로 빠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한국에서 3개월 동안 일해도 항공료, 식·생활비, 브로커 알선비용 등을 제외하면 겨우 1개월 치 봉급만 남기에 이같은 결정을 감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에 임금을 더 많이 주는 일터로 이직하는 것을 목적으로 입국한 근로자들의 근무태만은 고스란히 농가 손실로 이어진다.

철원군 김화읍에서 토마토 농사를 짓는 B씨는 “하우스 일에 숙련된 외국인 근로자들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도 손짓으로 일을 지시하면 척척 해내는 반면 애초에 일할 마음이 없거나 의사소통이 전혀 안 되는 근로자는 일을 제대로 가르치는 데만 최소 2달 이상은 걸린다”고 토로했다.

또 10년째 파프리카를 재배해온 C씨는 “지난해 일부 외국인 근로자들은 통역사한테 농장주가 점심시간도 안주고 일을 시킨다고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며 “이런 부분들에 치가 떨리기 때문에 차라리 다른 농가들은 일손이 부족할 때 불법체류자를 고용해 사용하는 일이 빈번하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계절 근로자 고용을 원하는 농가는 3개월 동안 노동자들에게 숙식을 제공해야 하는데 이 또한 큰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어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

D씨는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신청하고 싶어도 숙소 등 조건을 맞추기가 경제적으로 불가능한 농가들이 부지기수다”며 “숙소를 구해주려고 해도 3개월만 방을 내주는 건물주도 없을뿐더러 3개월 묵자고 1년 치 방세를 지불하기에는 경제적으로 역부족이다”고 하소연 했다.

ha3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