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로 보통 판사들의 연봉을?" 재판부, 수뢰 단체장에 호통

10일 오후 2시30분께 전주지방법원 8호 법정에서 광주고등법원 전주 제1형사부 재판장 김종근 부장판사는 머리를 숙인 채 피고인석에 서 있는 곽인희(62) 전 김제시장에게 이 같이 말했다. 어투는 점잖았지만, 내용 면에선 호통에 가까웠다.

곽 전 시장은 퇴임 직후인 2006년 7월 7일 최모(51) 전 전주대 교수를 통해 김제 스파힐스 골프장 대표 정모(50)씨로부터 골프장 전반 9홀 인허가 과정에서 행정 편의를 봐준 대가로 미화 5만 달러(한화 5715만 원 상당)를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비난의 여지는 있을지언정, 현행법 상 유죄로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뇌물을 받은 시기가 퇴임 직후였기 때문이란 게 그 이유였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뇌물을 받기 전에 곽 전 시장이 재임할 당시 최씨 등으로부터 뇌물을 받기로 약속을 했다고 보고 곽 전 시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 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또 뇌물 액수에 해당하는 5715만 원을 추징토록 했다.

한편 김 부장판사는 이들에 대한 본격적인 재판에 앞서 "상당히 오랫동안 고민을 한 사건"이라며 "그 동안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는 이 사건으로 기소된 피고인 총 9명의 신분이 기업인과 금융인, 공무원, 정치인, 대학 교수 등인 점에 기인한 것이다. 검찰 또한 재판 과정에서 이 사건을 '부정부패의 종합판'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 부장판사는 "세계 경제력 11위를 자랑하는 대한민국이지만 OECD 국가 중 부패지수가 42위로, 말레이시아나 대만보다 뒷 순위"라며 "대한민국에서 사업을 한다는 게 그렇게 험난한가, 사업하는 사람들의 마인드가 이상한가, 재판부가 세상 물정을 너무 모르는 것인가라는 생각을 하며 여러 가지로 회의가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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