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책쾌' 정신 이은 북페어, 외연은 커졌지만 운영구조 불안정
[다시 쓰는 2026 전주 완판본]② 1만 명 찾은 '전주책쾌' 본예산은 0
독립출판 창작자 94팀 등 신진 창작자 발굴하며 지역만의 출판문화 확장
- 장수인 기자
(전주=뉴스1) 장수인 기자 = 전주 남부시장에서 열리는 독립출판 북페어 '전주책쾌'는 조선시대 서적상인 '책쾌'의 정신을 오늘날의 독립출판 가치로 연결한 책 축제다. 자기 손으로 책을 만들고 자신의 이야기를 한 권에 담아내는 독립출판문화가 그 바탕이다. 이에 단순히 책을 사고파는 장터를 넘어 책을 만든 사람과 책을 만나는 사람이 함께 책을 깊이 있게 경험하는 자리를 지향한다.
올해 전주책쾌는 지난 7월 17일부터 이틀 동안 남부시장 내 문화공판장 작당과 로컬공판장 모이장에서 개최됐다.
임주아 전주책쾌 총괄기획자는 "올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됐다고 알려진 전주의 서포 '서계서포'와 1937년까지 목판으로 책을 만들던 '양책방'의 명맥을 이어받아 무대를 확장했다"며 "2층의 독립출판 부스와 1층의 서점 부스를 잇는 책 시장을 꾸리고, 청년몰까지 무대를 확장해 전주만의 고유한 출판 문화를 넓혀가고 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지난해에 이어 책을 매개로 한 기획 전시와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 책을 사고파는 북페어를 넘어 다양한 방식으로 책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독립출판물이 독자와 만날 기회를 넓히는 역할도 하고 있다. 임주아 기획자는 "단 1종만 출간한 신인 창작자에게도 진입 장벽을 낮춰 새로운 창작자를 발굴하는 일을 꾸준히 병행하고 있다"며 "인파가 몰려 대화하기 어려운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창작자와 독자가 깊이 교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과제"라고 설명했다.
규모도 매년 성장하고 있다. 2023년 1회 65개 팀으로 시작해 올해 4회 행사에는 독립출판 창작자 94팀과 서점 36팀 등 모두 130개 팀이 참여했다. 방문객은 1만 300여 명으로, 이 가운데 외지 방문객 비율은 52%에 달했다.
하지만 이 같은 외형적 확장 이면에는 운영 구조의 불안정성이 자리하고 있다.
올해로 4회째 이어지고 있지만 최근 3년간 전주시 본예산에 별도 사업으로 편성되지 않았다. 축제의 규모와 역할이 해마다 커지는 것과 달리 이를 지속해서 뒷받침할 안정적인 예산 기반은 아직 마련되지 않은 셈이다.
올해는 한국서점연합회가 주관한 공모사업을 통해 5000만 원의 사업비를 확보하고, 전주남부시장 백년사업단과의 협력으로 2000만 원의 사업비를 추가로 마련하면서 축제의 외연을 넓힐 수 있었다. 독립출판 중심이었던 기존 행사에 전국의 서점이 참여하는 '인생서점'을 더하고 남부시장 일대로 공간을 확장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외부 재원과 협력이 더해지면서 가능했다.
문제는 공모사업과 협력사업이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는 재원이 아니라는 점이다.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축제의 성장에 맞는 운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보다 안정적인 지원 체계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축제를 운영하는 인력의 부담과 기록 보존 체계의 부재도 과제로 꼽힌다. 임 기획자는 "기획단 개개인이 생업을 병행하며 행사를 준비하고 있고, 소관 부서 실무진의 업무 부담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공식 홈페이지가 없어 1회부터 4회까지 축제를 이어오며 쌓인 자료와 기록이 체계적으로 축적되지 못하고 있는 만큼 공공 차원의 아카이빙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주책쾌가 지속 가능한 축제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몇 명의 기획자와 한 부서에 집중된 부담도 덜어야 한다는 게 임주아 씨의 설명이다. 축제의 성장에 맞춰 협력과 지원의 기반을 넓힐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임주아 기획자는 "지금까지 기획자와 행정이 협력해 전주책쾌를 만들어왔지만, 이제는 몇 명의 기획자와 도서관 행정의 힘만으로 지금의 규모를 계속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문화·관광·지역 상권 등 전주책쾌가 만들어내는 여러 효과를 함께 바라보고, 행정과 유관기관, 민간이 각자의 역할에서 참여할 수 있도록 협력의 폭을 넓혀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소멸과 청년인구 감소를 이야기하며 관광 정책에 힘을 쏟고 있지만, 이미 지역에서 만들어져 전국의 창작자와 서점, 독자를 전주로 불러들이고 있는 축제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새로운 관광 콘텐츠를 만드는 것만큼 지역에서 먼저 가능성을 보여주고 성과를 만들어낸 문화축제를 지속해서 성장시키는 일도 중요하다. 전주책쾌처럼 지역이 선도해 온 축제가 더 성장할 수 있도록 그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는 정책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oooin9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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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과거 '완영본'과 '방각본'을 찍어내던 조선의 출판 거점 전주는 현재 화려한 도서관과 책 축제로 그 명성을 잇고 있다. 하지만 공간과 행사만으로 '책의 생태계'가 유지될 수는 없다. 동네 책방의 자생력 저하와 지역 내 출판·인쇄 인프라 단절, 불안정한 예산 구조 등 마주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이에 전주가 지속 가능한 새로운 '출판 메카'로 도약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지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 5차례에 걸쳐 짚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