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 먹고 남편 사망했다" 한의원서 비방·난동 60대…항소심도 벌금형

업무방해·명예훼손 혐의…1·2심 벌금 400만원 선고

뉴스1 DB

(전주=뉴스1) 강교현 기자 = 한의원에서 소란을 피운 것도 모자라 허위 사실까지 유포한 60대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전주지법 제1형사부(이영은 부장판사)는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A 씨(67)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고 벌금 4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고 26일 밝혔다.

A 씨는 지난 2023년 5월 22일과 23일, 6월 7일에 전북 익산시의 한 한의원에서 소란을 피우는 등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허위 사실을 퍼뜨려 한의사 B 씨(50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도 받고 있다.

법원에 따르면 A 씨의 남편 C 씨는 과거 소화불량 치료를 위해 B 씨의 한의원에서 한약을 처방받은 적이 있었다. 이후 C 씨는 간 악성 혈관육종 등 중증 질환을 앓던 중 병원 치료를 받다가 같은 해 5월 13일 사망했다.

조사 결과 A 씨는 한약재에 포함된 '부자' 성분과 복용법 문제로 남편이 사망했다고 주장하며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A 씨는 남편 사망 직후 한의원을 찾아가 "B 씨가 내 남편을 죽였다"며 고함을 지르는 등 소란을 피웠다.

A 씨의 범행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가게 앞에 '탕약 속에 사약 넣었다', '소화불량 환자에게 독약 처방 웬 말인가' 등의 내용이 담긴 현수막과 대자보를 게시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들을 수 있는 큰 목소리로 "이곳이 사람을 죽인 한의원"이라고 외치기도 했다.

법정에 선 A 씨는 "영업을 방해한 적 없다. 또 B 씨의 진료행위로 인해 남편이 사망한 것은 사실이므로 명예를 훼손한 적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법원은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B 씨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 재판의 진료기록 감정서 등을 보면 감정의는 C 씨의 간 전체를 침범한 악성 혈관육종은 최소 6개월에서 7년에 걸쳐 형성된 것으로, 이는 한의원을 방문하기 6개월 전부터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며 "약물을 중단한 이후에도 증상의 호전 없이 오히려 악화한 사실에 비춰 C 씨의 건강 상태 악화가 한의사가 처방한 약물로 인한 것이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피고인은 별다른 객관적인 확인 절차 없이 자신의 추측에 근거해 B 씨가 처방한 약재가 망인을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둥 단정적인 표현을 사용했다"면서 "피고인의 업무방해 및 명예훼손 정도가 결코 가볍다고 볼 수 없는 점, 허위 사실 적시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어 보이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형을 정했다"며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다.

A 씨는 사실오인과 법리 오해, 양형부당을 사유로 항소했으나, 2심 판단도 원심과 같았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발언과 현수막·대자보의 주된 내용이 허위이고, 피고인에게 허위 사실 적시의 인식과 명예훼손의 고의가 있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원심판결 선고 이후 양형의 조건이 되는 사항에 별다른 사정변경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고 원심의 형이 지나치게 무거워서 부당해 보이지 않는다"며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했다.

kyohyun2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