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뒤집은 전주세계소리축제…공연장 벗어나 '도시 전체가 무대'
[되돌아 본 소리축제]② 닫힌 객석 넘어 일상으로 파고든 소리의 현장
거리·골목 누빈 '소리 프린지'부터 어린이까지 품은 열린 판의 확장
- 장수인 기자
(전주=뉴스1) 장수인 기자 =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 머물던 전주세계소리축제의 무대가 도심 골목과 광장 곳곳으로 뻗어나갔다. 25년 차를 맞은 소리축제가 전주라는 도시 공간 전체를 무대 삼아 시민과의 접점을 대폭 넓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리의 숨결, 모아 판으로'를 주제로 열린 올해 축제는 특정 거점에 관객을 모으는 전형적인 집중형 축제 구조에서 탈피했다. 축제의 시공간을 전주 전역으로 흩뿌려 시민들이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소리를 마주하고, 능동적으로 축제에 참여하는 생활밀착형 구조를 구현해 냈다는 분석이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공간의 다변화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중심의 무대 구성에서 벗어나 전주대사습청, 팔복예술공장, 연화정도서관, 전북대 구정문 등 시민의 생활권과 맞닿은 공간으로 축제의 보폭을 넓혔다. 티켓을 쥐고 찾아가야 하는 관람의 문턱을 없애고, 일상의 동선 안에서 뜻밖의 소리를 조우하도록 기획된 구성이 호응을 이끌었다.
도심 곳곳을 연결한 주역으로는 '소리 프린지'가 꼽힌다. 전북 지역을 무대로 활동하는 예술인들이 시내 곳곳에 마련한 무대는 지나가던 시민들의 발걸음을 붙들며, 축제를 향해 찾아가는 방식에서 일상 속으로 축제가 침투하는 방식으로 경험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았다.
격식과 정적을 깬 놀이마당 야외공연장의 운영도 주목받았다. 실내 공연장이 지닌 엄격한 관람 예절 대신, 돗자리를 펴고 둘러앉아 자유롭게 환호하고 몸을 들썩이는 열린 난장의 형태를 취했다. 무대와 객석의 물리적 단차를 지워 아티스트와 대중이 같은 눈높이에서 에너지를 주고받는 축제 본연의 개방성을 살려냈다는 반응이다.
공간의 이동은 향유층의 다각화로도 이어졌다. 팔복예술공장에서 진행된 '어린이 소리축제'는 전통예술에 놀이와 오감 체험 요소를 접목해 가족 단위 관객의 발길을 대거 유인했다. 이는 성인 중심의 공연예술 축제라는 오랜 인식을 깨고, 미래 세대까지 관객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을 받는다.
올해 소리축제가 보여준 행보는 실내 공연장이라는 제한된 물리적 틀을 깨고 전주라는 도시 전체를 생동감 넘치는 축제의 장으로 기능하게 만든 실험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정수 소리축제 집행위원장은 "축제의 가장 큰 힘은 결국 사람을 모으고 함께 어우러져 즐기는 데서 나온다"며 "공연장을 넘어 전주 곳곳으로 소리의 무대를 넓히며 시민과 관객이 직접 축제를 완성하는 진정한 의미의 판을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2026 전주세계소리축제는 지난 12일부터 16일까지 닷새간 한국소리문화의전당과 전주시 일원에서 펼쳐졌다. 올해 소리축제는 8개 분야 66개 프로그램에 926명의 아티스트가 참여했다. 축제는 2만 8627명의 관객이 다녀갔으며, 유료 객석 점유율은 81.2%를 기록했다.
soooin9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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