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녀 쓰러졌는데 14시간 뒤 신고… 50대 '폭행치사' 무죄, 왜
재판부 "폭행 시점 특정 어렵고, 직접 증거 없어"
- 강교현 기자
(전북=뉴스1) 강교현 기자 = 동거하던 여성을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남성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이 제기한 공소 사실이 폭행 시점과 맞지 않는 데다 직접 증거도 부족하다는 것이 무죄 선고 이유였다.
전주지법 정읍지원 제1형사부(정영하 부장판사)는 폭행치사 혐의로 기소된 A 씨(52)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5일 밝혔다.
A 씨는 함께 살던 B 씨(50)를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A 씨는 지난 2024년 5월 23일 오후 10시 17분께 전북 정읍시 주거지에서 B 씨를 손으로 강하게 밀어 벽에 부딪히게 하고, 바닥에 넘어뜨리는 등 폭행했다.
A 씨는 다음 날 오전 7시께 B씨가 집 화장실에 여전히 쓰러져 있는 것을 봤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 A씨는 외출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뒤에도 B씨가 쓰러져 있자 그제서야 119에 신고했다. 신고한 시점은 24일 오후 9시 33분께였다.
B 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응급 수술을 받았지만 같은 해 6월 18일 뇌부종으로 인한 뇌간 압박으로 숨졌다.
법정에 선 A 씨는 B 씨를 '폭행한 사실이 없다'며 자신의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그는 "사건 당일 B 씨가 치매가 있는 모친과 다투는 것을 말리다 함께 바닥에 넘어진 적은 있다"면서도 "이후 화장실에 쓰러진 B 씨를 봤을 때도 평소처럼 술에 취해 누워있는 줄로만 알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 씨의 손을 들어줬다. B 씨의 부상 시점과 공소사실에 적시된 폭행 시점이 일치하지 않고, A 씨가 B 씨를 폭행했다고 볼 직접적인 증거도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검찰은 사건 당일 오후 10시 17분께 폭행이 있었다고 봤으나, 이후 이들 사이에 오후 11시 44분까지 7차례나 정상적으로 통화한 내역이 확인된다"며 "통화 이후 외출했던 피고인이 돌아와 폭행했다고 볼 직접적인 증거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B 씨 모친이 치매를 앓고 있어 사건 발생 시점을 정확히 구별하지 못하고, 이전 다툼 정황과 혼동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B 씨의 머리 손상이 스스로 넘어져 부딪혔을 때도 발생할 수 있다는 전문의들의 소견이 있는 만큼, 피고인의 폭행을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형사재판에서 유죄 인정은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엄격한 증거에 의해야 한다"며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석연치 않은 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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