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부부싸움하다 아내 살해 80대…"죄인으로 무슨 말 하겠나"

항소심, 검찰 1심 같은 징역 25년 구형…8월 19일 선고

전주지법 전경/뉴스1 DB

(전주=뉴스1) 강교현 기자 = 설날 당일 부부싸움 끝에 아내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80대가 항소심에서도 선처를 호소했다.

15일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된 A 씨(80)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이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형사부(정문경 부장판사) 심리로 열렸다.

A 씨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 인정 여부를 묻는 재판부 질문에 "모두 인정한다"고 답했다.

이날 A 씨가 혐의를 모두 인정하면서 재판은 바로 결심까지 진행됐다.

검사는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고, 검사의 항소를 인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검찰은 1심에서 A 씨에 대해 징역 25년을 구형한 바 있다.

이에 변호인은 "피고인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이 사건 범행을 계획한 것이 아닌 술을 마시던 중 만취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한 점, 범행 이후 아들에게 사실을 알려 경찰 출동이 이뤄진 점 등을 참작해 관대한 형을 선고해 달라"고 변론했다.

A 씨 역시 "죄인으로서 제가 할 말이 있겠느냐, 참작해 주시길 바란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A 씨에 대한 선고 공판은 오는 8월 19일 열릴 예정이다.

A 씨는 설 당일인 지난 2월 17일 오전 11시 55분께 정읍시 자택에서 아내 B 씨(68)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범행 직후 A 씨는 아들에게 전화해 범행 사실을 털어놨고, 아들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체포 당시 A 씨는 만취 상태였으며, 자해까지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결과 A 씨는 B 씨와 함께 술을 마시던 중 말다툼을 벌이다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법원에 따르면 A 씨와 B 씨는 지난 1977년 결혼, 약 48년 넘게 함께 살아왔다. 하지만 A 씨는 평소 아무런 근거 없이 B 씨의 외도를 의심하는 등 의처증 증세를 보였고, 술을 마실 때면 폭언과 폭력을 행사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사건 당일 이 부부는 설 명절을 맞아 집에 찾아온 아들과 함께 술을 마셨다. 아들이 돌아간 뒤에도 계속 술을 마시던 이들을 결국 부부싸움을 벌였다. 술만 마시면 심해지는 남편의 의처증 증세로 인한 다툼이었다.

이 과정에서 화를 참지 못한 A 씨는 소주병으로 B 씨의 머리를 때렸으며, 흉기로 목 부위를 여러 차례 찌른 것으로 드러났다. A 씨의 범행에 결국 B 씨는 숨졌다.

1심 재판부는 "48년 넘게 동고동락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던 배우자를 살해했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면서 "또 한순간 모친을 잃은 자녀들은 회복할 수 없는 충격과 고통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점을 감안할 때 엄벌이 불가피하다"며 A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kyohyun21@news1.kr